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은 몇 남 몇 녀의 자식을 두고 계시든 간에 모든 자식들을 다 똑 같이 사랑하실 것이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길고 긴 험난한 세상을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거기에 모두 이 말이 꼭 맞는 것만 같지도 않다.
아버님께서 갑작스레 돌아 가시자 어머님은 우리 가정을 이끌어야 할 기준을 미리 준비할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머릿속에는 흐리게라도 어떻게 이끌어야 하겠다는 기준 같은 무엇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수 십 년을 아버님의 리드 하에 따라만 가셨던 어머님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기준이 정하시진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던지시는 말씀마다 어떤 기준이 있다는 것보다는 그냥 모두가 다 본인의 뜻대로 따라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 아래 "나는 모든 자식들한테 똑 같이 할 거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은 하시면서도, 특정된 자식들의 행동이나 말에 따라 기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6남매 아니 본인 결혼식 당일 친자식 보다도 먼저 신혼집으로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된 4살짜리 조카까지 더하면 4남 3녀 자식들 각자의 요구나 말에 따라서 기준으로 정하신 말씀과는 다르게 부화뇌동(附和雷同) 하고 계셨다.
그러다 보니 잔머리가 좋은 특정한 동생들은 어떻게든 속닥거려서 노후 자금까지도 다 빼다가 본인들의 생활비나 기타의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면서 말이 적고 나름의 여유가 좀 있는 자식들에 대해서는 어머님께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따라서 형제들 사이에 위계질서나 체계는 이미 무너 저 버린 지 오래고 서로가 어머님 눈에만 들고자 온갖 코스프레로 힘든 척 효도인척 하는 비굴한 행동들만이 보이고, 어떤 동생들은 어머님이 전과 다르게 편파적으로 대한다면서 점점 멀리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어머님 본인이 수 없이 많은 서울에서의 병원 생활이나 막내 결혼식 또는 회갑 칠순 외할머님의 생신이며 팔순잔치 등등의 일로 인해 발생했던 거의 대부분의 비용들은 진실 씨와 남동생이 전담해서 부담했었음에도 이는 아랑곳없이 모든 것을 똑 같이만 하겠다고 하시자, 이미 많은 비용을 부담했던 입장의 자식들 배우자들은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천천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불만이 쌓여 가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외할머님이 살아 계실 때는 워낙 총명하시다 보니 이런저런 어머님께서 혹여 결정을 잘못하시면 어느 정도 지적도 조언도 해주셔서 형제들의 불만이 겉으로 노골적으로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98세 노환으로 돌아가신 이후에는 모든 결정을 어머님 본인 혼자의 결정에만 의존하다 보니 약삭빠른 동생들은 이점을 적극 이용해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있었다.
거기에 어린 시절에는 수없이 많은 사고를 치면서 부모님의 속을 썩였던 조카에게, 사촌 동생들이 아직 어리니 서울 생활을 함께 데리고 하라고 얻어 주었던 전세 자금까지 다 말아먹은 후 어디론가 떠나서 몇십 년 동안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고 살다가, 진짜인지 확인은 안 되지만 갑자기 돈을 좀 벌었다면서 나타나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푼돈으로 쥐어 주는 용돈에 눈이 멀어버린 어머님으께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가면서 정성으로 모셨던 자식들보다도 더 고마워하시고 그 조카편만 드시다 보니, 형제들 사이에 골은 더욱더 깊어만 갔다.
모든 인간사가 다 그렇듯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기 입으로 떨 들고 다닌 사람 치고, 공짜로 자기 돈을 내어 놓은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이 조카도 자기가 재벌이라도 된 모양으로 여기저기 고향사람들이 작은 행사만 한다고 하면 거기에는 나타나 돈 자랑을 늘어놓는 등의 과시욕에 빠저 살면서 폼을 잡고 다니면서 사촌들 욕이나 하고 다니고 있고, 정작 당연히 해야하는 집안 제사마저도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못난 사람이건만 , 거기에 혹한 특정 동생들은 혹시나 자기한테도 뭐 콩고물이라도 좀 떨어 질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형제들 사이의 의리나 위계질서보다는 십원 한 푼 내놓지 않을 보이지 않는 돈을 좇아 강아지 마냥 그쪽만을 바라보면서 쫓아 다니곤 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멀리 떨어 저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조카는 실은 커피 한잔도 형제들을 위해서 사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자기가 입은 은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건지 생각을 안 하는 건지 말만 번드러지게 할 뿐 보답은 하지도 않고 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생색만 내면서 빌붙어서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고, 이를 눈치챈 고향 지인들 사이에서도 험담이 나오기 시작된 지 오래이다.
어머님이든 동생들이든 현실적으로는 진실 씨네가 진정한 장남이며 앞으로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본인들의 친정이 되고 본가가 될 것이 자명하건만, 그 조카만 최고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 그렇다고 이를 말로 설명해 보았자 어머님은 말을 듣는 그 순간만 알았다고 할 뿐이고, 그 조카가 주는 몇 푼의 용돈을 받으면 다시 그쪽으로 줄을 서면서 진실 씨나 남동생네가 드리는 용돈은 훨씬 많은 금액을 드려도 당연한 것으로만 여긴다.
그렇다 보니 진실 씨나 기타의 소외받는 듯한 동생들은 자꾸만 어머님으로부터도 멀어져 만 가고 형제들 사이는 더더욱 멀어져 이제는 어쩌면 남이라고 해도 아니 남보다도 더 못한 정도의 거리가 되고 말았다.
매년 음력 12월이면 아버님 기일이 돌아 오지만 처음에는 모든 동생들이 참석해서 어느 집안 보다도 화목했던 제사 자리에도 그 조카가 나타난 이후부터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남동생네 식구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열 정리상 어머님으로부터 배제된 진실 씨 입장에서는 "본인이 싫어서 참석하지 않는 다면 진실 씨네 식구들이 빠져 줄 테니 차라리 누군가 형제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집으로 제사를 모셔가서 모시는 것이 더 효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순간적으로는 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래 아버님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겠지" 하는 위안의 생각이 들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실은 그 말썽 많은 조카가 진실 씨 아버님의 형님 아들이기에 진실 씨 입장에서 보면 "큰집, 종갓집"에 해당된다. 수십 년 동안을 진실 씨네가 큰집을 대신해서 조상님들의 그 많은 제사며 차례며 등등의 모든 집안 행사를 다 담당해서 진행해 왔으나 그 조카가 나타나서 본인이 앞으로는 제사도 모시고 모든 집안행사들을 모두 챙기겠다고 큰소리치면서 모시겠다고 해서, 어머님은 그 긴 세월 동안의 고생에 대한 시원 섭섭한 한숨을 쉬시면서 정성 들여 위폐를 보자기에 싸서 넘겨주었다.
명절이나 제사가 다가오면 진실 씨네와 남동생네도 다 그 집으로 가서 참석했으나 겨우 2~3년인가 제대로 모시더니 이후 추석이 다가 오자, 본인들이 중국에 가야 한다면서 제사를 모시지 않겠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조상을 모시는 일인데 이래도 되려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말을 진실로 믿고 다음 구정부터는 제대로 하겠지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넘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짓말로 진실 씨네를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편법이었고 본인을 잘 따르는 특정 동생들만 불러서 자기네 끼리 차례를 모셨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다른 동생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조카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진실 씨에 대한 나뿐 소문을 만들어 여기저기 고향 사람들에게 퍼뜨리면서 형제들 간의 얼마 남지 않았던 우애마저 송두리째 뽑아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이는 아마도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 상속에서 어떻게든 인원을 줄여서 자기들이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 일 것 같았다. 이는 진실 씨가 어려서부터 그 조카와 함께 자라왔기에 성격이나 행동을 익히 잘 알고 있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진실 씨는 본인이 모셔야 할 아버님의 제사와 차례상을 정성 들여 모시고 있다.
그처럼 본인이 모시겠다고 큰소리치고 모셔간 조상들의 제사와 차례상은 이제는 집이 아닌 산소에서 모신다면서 자기를 따르는 몇 동생들만을 불러서 고향 산소에서 모신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고 있는데, 아마도 이는 집에서 모시는 것은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고향 산소에서 모시면 마을분들이 알아봐 주니 그쪽을 택해서 생색을 내기 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한 생색 내기 행동은 또 얼마나 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지만 진실 씨 입장에서는 "제발 진심으로 보여 주기식보다는 정성으로 꾸준히 매번 모시기 만을 빌고 또 바랄 뿐이다"
이런저런 위계질서가 무너진 형제들과 어머님이 야속해 한동안 전화 연락만 저도 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으나 이 또한 아무런 필요 없는 행동이었고, 진실 씨 본인만이 더 가슴 아프고 괴로웠다. "그래 얼마나 더 사실지도 모르는 일인데..." 하면서 어머님께 일주일에 두세 번의 전화 안부와 일 년에 서너 번의 명절과 생신 때에는 남동생네와 일정을 맞춰 모든 식구들을 동행해서 고향을 찾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 형제간의 우애나 집안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어머님께 거론은 하지 않는다. 그래야 진실 씨 본인의 마음이 더 아프지 않고 편안했다.
결과물로 어떤 형태의 가족으로 남아 있을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아마도 가끔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나오는 유산 싸움 같은 그 무엇이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도 조금은 든다. 그러나 그것도 어려운 것이 이미 막냇동생이 많은 부분을 챙겨 가버려서 얼마 남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머님 앞으로 남아있다는 땅은 모든 조상님들을 모신 집안 산소가 있는 곳이며 아버님과 어머님이 손수 처음으로 매입해서 일구신 "새밭"이라는 한 필지 땅이 전부이고, 막냇동생이, 진실 씨와 남동생에게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줄 알고 알리지 않고 본인 앞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어머님 앞으로 이전을 해 주지 않은 집과 집터가 남아 있는 유산의 전부인데 글쎄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진실 씨도 궁금합니다.
이런 여러 나뿐 일들이 혹여 일어날까 두려워 남동생과 진실 씨는 어머님께 "1안) 남자 손주들 이름으로 공동으로 증여해 주자, 2안) 현재 시세로 남동생과 진실 씨가 매입을 해서 부모님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곳이고 조상들 산소가 있으니 이곳을 영원히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등등의 장기적인 몇 가지의 제안을 여러 번 했지만
어머님은 그냥 대충으로만 듣는 건지 아니면 두 아들이 뭐 재산이라도 탐낸다고 어느 형제들이 코치를 했는지 알았다고 만 하시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다. 이제는 두 아들도 포기 상태로 조용히 지켜만 보기로 했다.
이처럼 어느 조직에서나 아님 가족 형제들 사이에서나 누군가 본인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하지 않거나 방관함으로써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혈연관계마저도 무너뜨려 버리는 현실을 진실 씨나 남동생은 항상 남일로만 생각했었으나, 이런 현실이 진실 씨 본인과 형제들 앞에 머물러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생각 자체마저도 너무나 슬프고 아프다.
혹여 당신 형제분들은 이런 바보 같은 어설픈 행동들을 안 하셨기를...
혹시 욕심에 눈이 멀어서 혈연으로 물려받은 위계질서를 무시하는 천륜(天倫)을 범하지는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