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

by 자하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숨결조차 머물지 않는 자리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소리 없음이 가장 큰 울림이 되고

형태 없음이 가장 선명한 형상이 된다.


텅 빈 그곳에서

나는 스스로의 그림자를 만지고

비로소 살아 있음을 안다.


무는 끝이 아니라

끝을 품은 시작,

모든 색을 삼킨 뒤

다시 모든 빛을 낳는 어머니.


나는 오늘도 그 공허 속에 앉아

새로운 길의 첫 실마리를

조용히 꿰매어 본다.


엄마는 어쩌면 제일 처음으로 시작을 할 때도 지금도, 내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달려 나가지 않을까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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