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얼마나 읽어야 ‘많이’ 읽는 걸까?

독서량에 관하여 - 2

by 책사이애


사실 독서에도 '효율'이 중요하다. 인류사를 진화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진 것들이 대부분 도태되었다. 여전히 무수한 영역에서 효율과 비효율을 따지며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득실을 염두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독서가 되길 바라고, 그러려면 독서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행해지는 것들 대부분은 '시간 단축'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얻는 식으로 독서 또한 빨리 읽고(그래서 속독 기술이 곽광을 받던 시기도 있었다), 필요한 책을 골라 읽고(그래서 학년 별 필독도서가 하나의 기준처럼 명시된다) 그것에서 연계되어 얻을 수 있는, 이를 테면 독후감이라던가, 독서 수업이라던가, 독서회등의 '생각 덩어리'가 뭉쳐질 시간 까지도 빠르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이 독서에서만큼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초등 중학년만 돼도 강의에 참석한 어머님들 대부분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를 연발한다. 그나마 어릴 때는, 그러니까 초등 저학년 까지는 책을 곧잘 읽었다는 아이들이 학원이나 방과 후, 학습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니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주말이라도 시간을 비워주세요."라고 읍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주말은 놀아야지요!" 주중에는 배움으로 주말에는 놀이로 '모든 시간'을 써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시간, 독서에 필요한 시간.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지가 여기서 중요해진다.


시간이 있어야 책을 읽는다! 성인 독서는 차치하고 (정말로 '시간'만 있으면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 아이들의 독서로 한정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사실, 시간이 없어도 책을 읽는 데에는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이 말의 진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깊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간이 없어 책을 안 읽는다고 말하는 아이는 시간이 있어도 책을 안 읽을 가능성이 높다.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자세와 태도다. 실제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태도'는 몸짓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른 태도, 바른 자세.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어릴 때는 그 말이 단순한 몸가짐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몸가짐 이상의 정신 상태까지도 바르게 단정하라는 의미까지 아우를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 장착된 심신의 단정을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강조하게 된다. 특히 책 읽을 때의 단정은 태도와 자세를 모두 중요시 여긴다. 바른 자세로 보아야 눈이 안 나빠지고, 집중해서 똑바로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 책을 읽는 자세나 눈빛부터 제재하기 바쁘다. 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 많으니 별 수 없다. 없는 시간에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필독서를 구해 줬으니 똑바로 앉아서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 한 권 읽는 데에 들어가는 품이 많으니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부여되겠는가. 딱 하나만 내려놓았으면 하는 게 바로 태도와 자세다.


똑바로 앉아서 읽지 않아도 오며 가며 수시로 소파에 널브러진 책을 휘리릭 펼쳐보는 아이, 필독서라고 어렵사리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대충 보고는 휙 던져 놓는 아이, 독후감 숙제가 있으니 꼼꼼히 읽으라고 당부했는데도 두서너 줄만 끄적이고는 숙제 끝! 을 외치는 아이, 절대로 펴 보지는 않아도 주변에 책이 있으면 눈길이 주며 서성이는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다. 위 4가지 모두를 한다고 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20분 내외다. 휘리릭 3분, 필독서 대충 10분, 독후감 서너 줄 3분, 제목 훑기 3분. 이 3분의 시간들을 독서의 시간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 충분한 독서다. 독서를, 그 행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셀프 체크가 필요하다. 깊이 읽기가 중요해진 지금에서 휘리릭과 서너 줄, 훑기만으로 독서가 이뤄지나 의문이 들 수 있다. 어떻게 제목 훑기가 독서가 될 수 있냐 묻는다면 독서는 대부분 그렇게 시작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독서교육서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현실에서는 적용하기가 꽤 어렵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품을 들여 독서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유년기 아이들이 정자세로 앉아한 권의 책을 정독하고, 한 페이지 그득 기승전결로 구성된 독후감을 척척 써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몸이 틀리고, 딴생각을 수시로 하며 한 두줄 건너뛰어 읽더라도 읽는 행위와 읽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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