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량에 관하여 - 1
"책, 얼마나 읽으세요?" 종종 받는 질문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책을 많이 읽겠지? 책을 얼마나 읽어야 많이 읽는 거야? 단순한 질문이지만 ‘많이 읽는 책’의 부피나 무게에 대한 궁극적 궁금증이리라. 그때그때 대답은 다르지만 이런 일을 하는 데에 적합할 만큼은 읽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상황에 맞게 대답해 드리고 있다.
"강사님 아이는 책을 얼마나 읽나요?" 4년째 관내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아이의 책생활’ 특강을 가면 으레 해오는 질문이다. 이렇게 침을 튀겨가며 열렬히 강의하는 데 진정 네 아이는 책을 많이 읽어? 궁금한 게 당연해 보인다. 실제 강의 내용 중 딸아이의 책생활에 관해 종종 언급하고 있다.
아직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아이는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운이 좋다고 표현하는 건 나의 강의 내용대로 독서 환경을 제공해도 모든 아이들이 책을 자연스럽게 잘 읽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편’과 ‘읽지 않는 편’의 정도, 얼마큼일까?
실제 강의 현장에서 자녀가 책을 좋아한다! 에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대략 2~30% 비율로 손을 든다. 자녀 연령대가 유아인 경우가 많다. 읽어야 되는데 안 읽어서 걱정이에요! 가 3~40%,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좀 읽어야 될 것 같아 강의 들어보러 왔어요! 가 2~30%다. 책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굉장한 '운'이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데 안 읽는다! 이런 아이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게 내가 지향하는 독서지도다.
얼마나 읽어야 좋아하는 거지? '얼마나'에 들어갈 수 있는 두 가지는 '시간'과 '권수'다. 하루 또는 일주일에 몇 권을 읽어야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지? 하루에 몇 시간 혹은 몇 분을 읽어야 '많이' 읽는 거야?
시간과 권수가 비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한 권의 책도 개인마다 독서 시간이 다르다. 책 한 권 읽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자주 받는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책마다 다르지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나 독서의 맥락이 휘발되면 결국 남는 건 "몇 권 읽었어?"다. 권 수로 그 사람의 독서량이 어느 정도 체크되는 것이다. 이 지점이 아이들이 하는 독서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100권 읽기, 200권 읽기, 1000페이지 읽기. 이렇게 권수로 독서량을 가늠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중 독서만 한 것도 없다. 하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그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의미를 둬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