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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쥬쥬 Aug 21. 2024

퇴원 후 1주일이 흘렀다.

생각보다 큰 타격 없는 나날들 그리고 최종 유방암 서브타입

퇴원을 했고, 1주일이 지났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 수술 전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나의 무의식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리고, 집 청소를 하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먼지도 털고... 각종 집안일을 시작하려 움직이다 보면 그때서야 '아차, 나 팔이 아프지.'라고 인지한다. 신체능력보다 급한 성격은 날 쉴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 집은 감시자들이 늘어났다. 주방 출입금지, 살림 금지, 밥 세끼 먹는지 피드백 요구 등. 자택 내 감시자를 포함해 원거리 감시자까지 모두들 나의 게으름을 독려하니, 그에 걸맞게 살아줘야겠다.


1주일간 가장 힘들었던 건 바로 걸리적거리는 배액관. 이 미친 더위 속에 샤워를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 집 앞 슈퍼만 갈라해도 주렁주렁한 물건을 주머니에 구겨 넣어 숨기느라 여념이 없다. 간혹 마음이 급할 때는 배액관 줄에 걸려 옆구리 구멍이 찢어지게 아프기도 했다.


가슴 수술부위는 생각보다 작았다. 당초 설명에서는 겨드랑이 부근(유방 바깥쪽)에서부터 유륜을 둘러서 절개하는 그림이었는데, 유륜 근처는 건드리지 않고 유방 표면만 일직선으로 절개했다. 수술 경과도 좋았다. 살려낸 유두와 유륜을 포함해 피부 어디도 괴사 없이 잘 봉합되었다. 덕분에 상처를 꿰매어놓았던 봉합사(?) 실밥(?)은 퇴원 후 3일 만에 제거. 대롱대롱 달고 다니던 1개의 배액관은 퇴원 후 1주일 만에 제거했다. 퇴원 후 1주일 만이니, 수술일로부터 치면 2주 만에 제거한 셈. 꽤 빠르게 제거한 셈이라고 했다. 보통 퇴원 후 2주가량 달고 있다고 하니, 1주일이면 진짜 빠른 거라는데 잘 모르겠다. 무슨 이유든 자유의 몸이 되어 너무 행복할 뿐.


퇴원 1주 차, 수술 2주 차의 신체 상태는 나쁘지 않다. 비교군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움직임과 가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진 않는다. 유방 하단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수술부위를 기준으로 등 쪽까지 감각이 없다. 신경이 손상되면서 전기가 통하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겨드랑이와 부유방 근처는 딱히 많이 부은 것도 아닌데 살이 마주 닿는 부분이 쓸려서 아픈 느낌이다. 머리에 손을 올릴 수는 있으나 겨드랑이가 뻣뻣한 감이 있고, 뒤통수에 손을 대고 팔꿈치를 펴거나(가슴과 쇄골을 이완시키는 자세) 두 팔을 하늘로 펴는 동작을 할 때는 완벽하지 못하다. 정면으로 팔을 곧게 펴서 올리면 85도 정도까지는 올라가는 느낌. 팔을 옆으로 펴서 올리면 사선으로 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가만히 서서 머리를 묶을 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각도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퇴원 8일 차)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머리를 묶을 수 있지만, 겨드랑이가 모오오옵시 당기기 때문에 오만 인상을 쓰면서 머리를 묶게 된다.


수술 후 유방외과 진료는 또다시 긴장이었다. 혹시라도 암의 서브타입이 바뀌었을 수도, 림프 전이 여부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항암 여부도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수술 결과에 따른 최종 진단은 이랬다.


* 수술명: 우측 유방 유두 보존 전절제술

* 병리학적 진단: 침윤성 유관암(Invasivce Ductal Carcinoma, NOS)

* 종양 특성: 2.2센티, 핵등급 2등급(중증도), 히스토 등급: 2등급, 림프혈관/신경/피부 및 골격근 침범 없음, 내분비성 암종 35%, 상피내암 성분(EIC) 존재, 괴사(Comedo형) 존재,  석회화 없음

* 서브타입: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95%),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양성(95%, 중증도), Ki-67(종양 세포 증식률) 12.3%, HER 2 음성


결과적으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ER, PR), HER 2 음성 타입으로 림프절 전이 없이 암이 유방에 국한되어 있었다. 전절제로 종양은 완전히 절제되었다는 의미이나 앞으로 호르몬 요법의 치료가 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이다.

*** 수술 전 조직검사에서 HER 2 자체가 애매함(Equivocal)으로 나왔으나, HER 2 SISH 검사에서 유전자 증폭이 양성 기준에 미치지 않아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


이리하여, 나의 다음 스테이지는 항암치료의 필요성 여부 검사가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온코 검사다. 온코타입 검사는 유방암 타입 중, 호르몬 양성 타입 환자들에게 있어서 항암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앞선 환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예측값을 확인해 주는 검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와 비슷한 연령, 나와 비슷한 수치의 사람들이 항암을 했을 때 재발의 위험이 줄어드는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지.. 그 결과를 놓고 항암+호르몬치료 vs 호르몬치료 중에 결정을 하게 된다. 온코 검사를 하는 3개가량의 선택지가 있었다. 브랜드? 업체? 를 환자가 직접 결정해야 하는 방식인데, 각각의 선택지마다 특징이 다르다. 어디는 데이터가 많고, 어디는 아시아 여성에 특화되어 있고 등등. 짧은 설명의 시간이었으나, 통계의 의미와 함정 그리고 해석의 방식에 대해 알고 있기에 가장 데이터가 풍부한 온코 DX를 선택했다. (금액과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 선상에 3개 회사를 비교해 보면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도 이 부분을 추천하심) 이제 약 3주 후, 항암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의 내가 어떤 판단을 하게 될지, 어떤 결과를 듣게 될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최대한 건강해질 수 있는 선택이면 무엇이든 좋다. 그래서 그때까지 조금 더 즐겁고, 느슨하고, 대충,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볼 계획이다. 그나저나 종양의 특성은 조금 더 공부를 해 보고 싶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성격인지. 전공 서적을 열어봐야 하나 싶네.


수술 후 첫 외래에선 수술 후 보조치료에 대한 계획을 안내 받음과 동시에 6개월 후, 1년 후 추적 관찰을 위한 검사와 진료 일정을 잡는다. 1년 후 검사 스케줄을 잡는데 초음파 예약은 이미 풀이라 1day 검사 일정을 포기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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