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담임이 하고 싶다. cheer up & MVP
29명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행복했다.
지역에서 제일 큰 여자중학교로서 합창대회, 치어(응원대회), 체육대회 등등 많은 행사를 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 흔히 담임반은 해당 반 담임선생님을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나를 닮은 건지 의욕과 열정이 충만했다. 그 어떤 반보다 치어 준비에 열성적이었다.
우리 반은 치어에 온 사활을 걸었다. 사실 우리 반만 이 행사에 사활을 건 것은 아니다. 각자 정한 노래에 맞춰 29명 모두 참여해야 하는 행사에 여자아이들의 승부욕은 불탔다. 우리 반은 lucky strike, cheer up 노래에 맞춰 무려 창작안무로 그 어떤 반보다 열심히 참여했다.
정해진 운동장 크기에서 전체 30여 반이 연습을 위해 모이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하지만 이 시선은 어디까지나 담임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다.
이 치어는 모든 다툼의 원흉이며 민원의 온상이다.
“선생님 왜 해야 해요?”
“전 그 노래 싫어요.”
“저는 춤을 못 춰요. 잘 못하면 애들이 눈치 줘요.”
“학원 가야 해서 연습할 시간 없어요.”
"선생님 누구는 열심히 안 해요. 대형이 자꾸 흐트러져요."
심지어 학부모님들까지도 이 행사의 존재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시기도 한다. 그래서 이 행사의 존폐여부가 항상 문제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의욕이 넘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예뻤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분쟁이나 다툼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풍조가 있는데, 나는 학교에서 분쟁이나 다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려운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진정한 문제해결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교사에게 기대하는 능력치가 참 높다.
우리 반도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나는 항상 나의 방식대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다. 조례나 종례 때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연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신기하게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만들어내곤 했다. 내가 운이 좋은걸 수도 있겠지만..
드디어 결전의 그날! 나는 조회대 맨 앞으로 올라가 우리 반의 모습을 열심히 찍었다. 내 눈에는 우리 반보다 더 잘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참 잘했다.
우리 반의 결과는... MVP상!!!!!
아쉽게도 순위에 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순위가 무엇이 중요한가. 그 과정에서 우리가 즐거웠으면 된 것을. 하지만, 나도 매우 서운했던 찰나..
우리 반 창의력 대장이 MVP의 약자를 칠판에 적어두어 웃픈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M: 매우
V: 불쌍한
P: people 사람들....
하하하.
1-7반을 위한 구호도 7+7+ㅑ = 꺄!!! 도 만든 창의력 모범생의 작품이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모두 Most valuable player라고 힘주어 위로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이 자기주장이 강한 힘든 반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조용하기보다는 시끄러운, 얌전하기보다는 활기찬, 순응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그런 여성들로 키워내고 싶었다.
이 아이들의 20살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