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4년이 날아간 이유
비교하면 돈도 육아도 중심을 잃는다.
본인은 소개글에 '10년 동안 7억을 모았다'라는 문장을 써 놓았다. 그 문장에는 '육아휴직을 빼고'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아래 글은 그 잃어버린 육아휴직 4년에 대한 것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그전까지 1순위는 돈이었다. 그래서 앞만 바라보고 아끼고 모으고 버텼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나자 앞이 아닌 남이 보였다.
육아용품을 거의 중고로 장만하긴 했지만 몇 가지는 새것으로 샀다. 육아에 대해 잘 모르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남들만큼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 결과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었다. 나의 자산을 뒤로 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나였다. 남과 비교하던 나.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던 산부인과에서 아기의 신생아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었다. 그 사진을 보고 100일 사진과 돌사진을 찍으려고 베이비 스튜디오에 갔다.
스튜디오는 촬영이 한창이었고 앨범을 구경하고 있으니 실장이라는 분이 상담을 하러 왔다.
"액자랑 앨범은 짐만 되고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100일 사진과 돌사진만 찍고 싶어요."
" 원하시는 대로 찍어드릴 순 있어요. 그런데 사진이나 앨범을 안 하더라도 기념사진과 액자값은 100만 원이 넘어요. 그리고 원본 파일은 못 드려요."
"네, 원본사진은 못 받아요?."
"네, 성장앨범을 패키지로 해도 내가 원하는 구성과 패키지가 가격대의 차이가 없어요. 방금 촬영한 팀도 돌사진만 계약하러 왔다가 결국 성장앨범 했어요."
" 성장앨범은 얼마예요?"
" 패키지마다 다르죠. 아까 그분은 성장앨범에 가족사진도 찍었어요. 다들 그 정도는 해요."
'다들 그 정도는 한다고? 가격이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사진 패키지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다 100일, 200일, 300일, 돌사진 풀 패키지로 계약을 했다. 200만 원. 덜컥 계약은 하고 왔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그러다 곧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출근하는 길에 차가 도로 가운데서 멈췄다. 아이를 데리고 친정을 가느라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던 시기였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새로 살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지인들이 속속 외제차를 샀다. 결정적으로 동생이 외제차를 끌고 왔다. 외제차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좋단다. 또, 다른 차들이 끼어들기를 하지 않아 안전하단다.
'외제차라서 안전하다고?'
결국 우리도 외제차를 사기로 했다. 바로 외제차를 계약하고 13년의 추억이 서린 산타페는 폐차했다.
새 차를 산 뒤 나는 육아휴직을 했고, 우리는 외벌이가 되었으며 일 년 뒤에 둘째가 태어났다. 나는 혹시 아이가 커서 서로의 성장앨범을 비교할까 싶어 둘째의 성장앨범도 첫째와 비슷한 패키지로 계약했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첫째와 둘째를 늘 이렇게 똑같이 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비교하며 살면 돈을 못 모으겠구나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치킨값을 고민하고, 난방비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지독하게 돈 모으던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외제차를 타던 지인들은 우리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당시 외벌이에 육아수당 포함 월 400을 받았는데 우리 수준의 월 소득으로는 외제차를 유지하기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장앨범은 원래대로 100일과 돌사진만 해도 충분했다. 액자도 많고 앨범도 두껍고 비싼 돈을 주고 촬영했지만 결혼앨범과 마찬가지로 성장앨범은 꺼내 보지 않는다. 액자는 대부분 옷장 위에 쌓아두었다.
남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나와 우리만 바로 볼 수 있었다. 외벌이였지만 자산도 조금씩 원상태로 되돌아 왔다. 결론적으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성장 앨범비와 외제차 값을 모았다. 4년 만에 나의 자산 시간은 다시 출산 전으로 돌아갔다.
나는 남과 비교를 시작하고 4년을 잃어버렸다.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자.
비교는 지난 달의 나와 현재의 나랑만 하자.
내가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남이 아니라 여기, 지금의 나와 우리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