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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남미녀모친 Jun 09. 2024

날아라 병아리(2)

니 이름은 하니.

   아이들은 두 손을 포개 잡고 병아리를 창고방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모이는 뭘 주고 물은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했다.


   조금 있다 아버지가 박스를 하나 가지고 오셨다.

"원래 한 박스에 한 마리가 들어가서 알을 품는 긴데 야가 들어있던 박스에는 두 마리가 들어갔는 갑다. 아무도 지 새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지. 그래도 그 와중에 용케 살아남았네."


   닭은 새끼가 부화하면 그게 몇 마리든 꼭 데리고 다니는데, 내 새끼가 아니면 절대 챙기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어미가 이놈이 지새낀지 모르는 것 같단다. 병아리는 생각보다 튼튼했다. 날개를 파닥이며 삐약거렸다. 아이들은 새끼를 손으로 쓰다듬다 손으로 잡았다 서로 갖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박스를 두자 거기서 키우기로 했다.

   처음에 스탠 그릇에 물과 모이를 적당량 두었다. 그걸 보더니 둘째가 말했다.

"부리가 물에 닿지 않을 것 같은데, 물을 더 줘야 할 것 같네."라고 말하고는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았다.

"물이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

"그럼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면 되지."

말을 들은 할아버지가 말했다.

"병아리는 물이 많으면 빠져 죽을 수도 있어."

하시고는 물그릇을 빼고 화분 받침대에다 물을 받아 넣어 두었다. 아이들은 쓰다듬고 만지기를 반복했다.

"그만 만져. 쥐한테서도 살아남았는데 우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죽는 거 아니야?"

나는 쥐와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병아리가 사람 손에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얼마뒤 첫째가 수건뭉치를 가지고 다녔다

"그게 뭐야?"

"여기 '하니'가 자."

"하니는 뭐야?"

"응, 병아리 이름."

아이가 수건을 한 겹 씩 폈다. 그 안에는 병아리가 있었다.

"답답하고 숨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

"그래? 그럼 어쩌지?"

"어쩌긴 어째 그냥 편하게 돌아다니게 놔둬."

병아리는 방을 여기저기 아다녔다. 그리고 똥을 쌌다. 똥을 싸자 아이들은 병아리를 피했다.

" 얘들아, 동물을 키우려면 이런 것도 하는 거야. 똥을 싸면 치우고, 오줌을 싸면 닦아야지. 그런 것도 안 하고 그저 귀엽다고 동물을 키우면 안 되는 거야."

고민하던 첫째가 휴지를 가져와서 접고는 병아리 똥을 닦았다. 그러다 병아리가 또 똥을 이제 익숙해졌는지 따라다니며 똥을 닦았다.

" 들고 다니다 팔이나 손에 똥을 쌀 수 있으니 그냥 두고 보자."


  밖에서 일을 보고 들어와 보니 아이 목욕통으로 쓰던 빨간 대야에 수건이 깔려있고, 거기에 음료수 박스와 모이통이 있었다. 그리고 옆에 놓아둔 남편의 스마트 폰에서 자장가가 나오고 있었다. 병아리는 눈을 감고 비스듬히 기대서 잤다. 한참을 그러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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