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강의 탄생을 따라 걷다
나이아가라 강을 처음 찾았을 때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교과서 속 지질학 이야기―빙하가 대지를 깎아내고, 그 상처 자리에 호수가 태어났다는 문장―를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이곳을 찾게 만든 이유는, 눈앞의 경관 자체가 아니라 그 경관이 불러일으키는 깊은 울림때문이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폭포 주변을 벗어나 강의 시작점 근처로 다가가면, 뜻밖에도 고요가 기다린다. 관광객의 환호 대신 잔잔한 물결 소리, 셔터 소리 대신 바람의 숨결. 그곳에 앉아 있노라면, 마치 강이 오래된 비밀을 속삭이듯 다가온다. 얼음이 깎아낸 땅, 서서히 물이 채워지며 태어난 호수, 그리고 마침내 길을 찾아 흐르기 시작한 순간까지. 모든 것은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으면서도, 지금의 삶과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강의 시작은 소박하다. 이리호의 북쪽 가장자리에서 흘러나온 물이 서서히 속도를 얻으며 강으로 변한다. 그 순간, 호수의 평온함은 조금씩 긴장감을 품기 시작한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거인이 천천히 걸음을 떼는 듯하다.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이곳에서, 물결의 작은 떨림까지 또렷하게 다가온다. 물 위로 부는 바람, 갈대가 흔드는 잔소리 같은 소리, 그리고 강바닥의 돌에 부딪히며 내는 미묘한 울림. 머물고 싶은 곳에서 오래 머물 수 없고, 결국 더 큰 품으로 흘러들어 가야만 하는 이치를 강은 묵묵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이곳을 찾을 때마다 상황은 달랐다. 어떤 날은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눌러 답답한 마음으로, 또 다른 날은 새로운 출발 앞에서 두려움을 안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은 그때마다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종종 혼자가 필요할 때 이곳을 찾는다. 사람 없는 풍경 속에서, 강과 나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강은 늘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흐르되, 서두르지 말라.”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다시 살아갈 힘이 조금씩 차오르곤 했다.
봄에는 눈 녹은 물이 합쳐져 힘차게 불어나고, 여름에는 햇살을 머금어 반짝이며 흐른다. 가을에는 붉고 노란 나뭇잎이 물 위에 떨어져 잠시 표류하다 사라지고, 겨울에는 얼음 조각들이 부딪히며 작은 종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강의 여정은 짧다. 56km 남짓. 그러나 그 안에는 인생 전체가 응축되어 있다. 시작의 고요, 중간의 격렬한 협곡, 폭포의 추락, 그리고 끝내 온타리오 호수라는 넓은 품에 안기는 흐름까지. 어쩌면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누구나 자기만의 폭포를 지나야 하고, 추락과 두려움을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그 끝에는 새로운 품이 기다린다. 그것이 삶의 순환이자 은총이라는 것을, 이 강이 알려주는 듯했다.
강가에 앉아 있으면,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씩 풀려나간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강은 대답을 재촉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물결처럼 가만히 스며든다. 그 침묵의 대화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용기가 생긴다.
이제 나이아가라 강은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며, 때로는 기도의 자리이고, 때로는 다시 출발할 용기를 주는 친구다. 앞으로도 삶이 흔들릴 때마다 이 강을 찾게 될 것이다. 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빙하가 남긴 상처 위에서, 쉼 없이 흘러가면서도 변함없이 맞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