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오름, 하나의 마음
하늘이 깊고, 산이 불타듯 붉게 물들던 가을이었다. 매년 남편과 단풍여행을 한다. 올해는 몽트랑블랑으로 향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2년.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앞만 보고 걸어왔다. 이제는 잠시 멈춰 서고 싶었다. 숨을 고르고,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냥 ‘있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 바람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다.
첫날, 몽트랑블랑 빌리지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트레일을 걸었다. 길은 생각보다 길고, 오르막은 완만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지는 산길 위에서 우리는 묵묵히 걸었다. 낙엽은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 빛이 이마를 스치면 잠시 세상이 고요해졌다. 숲 속의 공기는 따뜻했고, 낯선 흙냄새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걸음을 멈출 때마다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호수의 반짝임이 있었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밝았다. 서로의 이름도,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스쳐 지나가며 미소를 주고받았다. “Beautiful day!”, “Almost there!” 그 짧은 인사에 담긴 다정함이 신기하게도 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밴프에서 처음 트레일을 걸었을 때도 그랬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숨이 차올라도 얼굴에 평화가 있었고, 미소는 하나의 풍경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걷는다는 건 풍경을 향해 가는 일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남편은 앞서 가다가도 내가 멈추면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내 배낭끈을 고쳐 매주며 웃던 얼굴, 그 평범한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남았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도 대화가 있었다. 낙엽이 쌓인 길을 걷는 동안, 지난 세월의 무게가 천천히 정리되는 듯했다. 정상에 닿았을 때, 숨은 거칠었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멀리서 바라본 트랑블랑 호수(Lac Tremblant)는 유리처럼 맑았고, 바람은 산의 모든 이야기를 한 번에 쏟아내듯 불어왔다. 이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일주일 뒤, 우리는 다시 그 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걷지 않고, 곤돌라를 탔다. 하늘로 오르는 길이었다.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창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니, 산 아래로 붉고 노란 숲이 흘러갔다. 며칠 사이 단풍의 빛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더 짙어진 붉음과 노란빛이 계절의 농도를 느끼게 했다. 그 변화의 속도 속에서,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변해간다는 걸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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