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시간에 머물다
가을이 깊어갈 때, 나는 휴런호를 향해 차를 몰았다. 단풍이 창밖을 스쳐 지나가고, 바람은 마른 잎을 들어 올렸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다. 도시에서의 빠른 속도를 조금씩 늦추자 길의 리듬도 함께 느려졌다. 라디오는 껐다. 엔진의 낮은 진동, 타이어가 도로를 미는 소리, 창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의 숨결이면 충분했다.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공기의 냄새가 달라졌다. 소금기 없는 물 냄새, 젖은 돌과 침엽수에서 풍기는 초록빛 향기, 그리고 오래된 기억을 깨우는 듯한 습한 냄새가 겹겹이 쌓였다.
매니툴린 섬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였다. 토버모리에서 페리를 타거나, 북쪽으로 돌아 리틀 커런트의 스윙 브리지를 건너는 방법이다. 우리는 갈 때 페리를 택했다. MS 치치마운(MS Chi-Cheemaun)의 갑판에 서자 바람이 세게 불었다.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물결은 이미 잔잔히 움직이고 있었다. 부서지는 물빛은 일정한 리듬으로 이어졌고, 햇살은 그 위를 천천히 따라갔다.
선실 안에서는 사람들이 종이 지도를 펴고 일정을 점검했다. 누군가는 섬 북쪽 강에 표시를 하며 송어가 오르는 길을 그려두었고, 한 아이가 “바다 아니야?” 하고 묻자, 아버지는 “호수야, 하지만 바다만큼 커.”라고 대답했다. 그 짧은 대화가 오래 남았다. 우리도 종종 그런 대화를 하지 않았던가.
“거기, 멀어?”
“멀지만, 갈 수 있어.”
섬에 닿자 몇 가지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물, 숲, 바람, 그리고 이름들. 카가웡(Kagawong), 민데모야(Mindemoya), 블루 제이 크리크(Blue Jay Creek), 마니투(Manitou). 강의 이름만 들어도 물길의 방향이 그려졌다. 송어와 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오르는 계절이면, 물의 흐름은 한층 더 살아 움직였다. 은빛 몸통이 바위 사이에서 반짝이며 사라지고, 아이들은 바위 위에 엎드려 조용히 숨을 죽였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었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한 줄의 문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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