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몰로이, <퍼펙트 마더>
갓난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의 입장에서,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다. 밤마다 잠을 설치고, 제대로 된 끼니도 챙기지 못하며 힘들게 아이를 돌보다가 겨우 하루 밤 기분 전환을 하려 했을 뿐인데, 사회는 이들을 ‘무책임한 엄마’로 낙인찍었으니. 하지만 이들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며, 모든 인간이 그렇듯 이들도 쉼과 재충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아이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고.
책 속에서 ‘5월맘’들은 단순히 하룻밤 재미를 보려고 외출했던 것이 아니다. 이 엄마들도 한 인간으로서,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엄마가 쉬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며, ‘엄마는 무조건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모성 신화를 강요한다.
소설 속 엄마들도 결국 깨닫는다.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으며,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자신과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 역시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분유를 먹이면 나쁜 엄마. 아기가 우는데 화장실에 있다가도 달려가지 않거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 않으면 나쁜 엄마. 혹시 아기가 다치기라도 하면 엄마 실격.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첫째가 5개월쯤 됐을 때, 새벽에 수유를 하고 역방쿠에 눕힌 아이를 침대에 올려놓고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쿵! 하며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아이는 놀랐는지 많이 울었지만 곧 다시 잠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날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엄마 실격', 더 나아가 '인간 실격'이 된 기분이었다. 왜 아이를 침대에 두고 갔을까. 왜 화장실에 그렇게 오래 있었을까. 등등 자책과 반성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날 나는 졸린데도 새벽에 일어나 수유를 했고, 떨어진 아이를 밤새 품에 안고 있었으며, 다음날 소아과 문 열자마자 가서 진료도 받았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사실 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엄마도 한 명의 인간이다. 피곤하고, 지치고, 실수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고,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건강한 육아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모성이 아닐까.
모든 인간은 실수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엄마도 인간이다.
그러므로, 완벽한 엄마도 없다.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화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엄마로서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덮고 난 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물론 나도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기로.
킬링타임용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며칠간(하룻밤에 다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체력의 한계로..) 잠을 줄여가며 읽었다.
엄마와 모성에 대해서, 또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 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스릴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