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지만
사랑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믿어본 적 있다면,
이 소설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책을 펼치자마자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고 나면,
누구나 마음속에 조용히 꺼내 보게 되는 한 사람이 있다.
이미 멀어졌고,
이제는 다시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어떤 시간.
19살의 폴과 48살의 수잔.
이 숫자만으로 이 관계를 설명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는 독자가 그 쉬운 판단에 머무르지 않도록 나이 차이보다 사랑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에 더 시선을 둔다.
처음엔 분명 사랑이었다.
서툴고, 확신에 차 있었고,
그래서 더 많은 선택을 하게 만든 사랑.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랑은 하나의 감정보다
기억과 책임,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으로 남는다.
이 소설은 그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읽다 보면 그때의 선택은 정말 옳았을까?
혹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어쩌면 그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인상적인 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책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장을 읽고 나서도 몇 장면 몇 문장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 사랑이 남긴 기억은
여전히 현재의 삶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처럼.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랑의 이야기를 빌려
기억과 선택, 그리고 시간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 한쪽에 남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흔적만큼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