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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Nov 15. 2023

아침이 와

일상 11

요즘은 혼자 스스로에게 실언을 했다가 용서를 구한다. 떠올리지 말아야지,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쉴새없이 그리운 사람이 머릿속에서 온통 떠다니는 통에 시끄러워서 그런 모양이다. 일부러 참 많은 곳으로 떠돌아 다녔는데도 여전히 어느 한 켠에 칼집을 낸 것처럼 깊게 조각된 흔적이 뒤를 돌아보게 만들어. 쉴 새가 없다. 

 

나는 내 마음의 칼에 베인걸까. 가끔은 내게 한 번씩 물어봐야 할 때가 있다. 다친 마음을 조금은 돌아봐 주었는지, 생채기라고 생각한 상처가 사실은 깊게 베인 자상이 아닐런지. 상처를 보고서 스스로를 안타까워 하라고 종용하는 것이기 보다는, 그 상처를 잘 갈무리해 더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단도리에 가깝다. 스스로를 '아픈 사람'이라 인식하지 못 하고 그저 '불쌍한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 어리석을 만큼 시간낭비인 짓이라, 웬만하면 엄살피우는 일보다는 적당히 아픈 곳에 연고를 발라주고 상처를 통풍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나는 그런 걸 잘 못 했던 것 같아. 지금이라고 잘 견뎌내고 있냐 묻는다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지만.  


어제, 오래전 헤어졌던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나의 삶을 통째로 도려낸 것 같은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그 헤어짐이 무색하도록 긴 장문의 사과글이었다. 온전히 떠난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마음 정리는 했구나 싶은 마음이 반, 가라앉은 내 마음을 들쑤셔놓는 이기적인 결단에 화가 난 마음이 반.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랑했던 기억에 시달리는 열병환자라 대담히 대화를 권했다. 스물여덟의 나와 서른의 나는 엄연히 다르니까. 짧은데, 길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바뀌게 해준 많은 것들에 감사하기도 하고, 그 바뀐 모습으로 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두려움이 오싹하기도 한데, 만약 매듭을 짓겠다 작정하고 대화를 하는거라면 성숙한 태도라도 갖고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 


내일부터는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아무것도 못 끝낼 것 같다. 어, 데이터 분석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제정신 안 차리지... 내일은 나가서 누이가 올 때까지 이악물고 과제를 좀 끝내야겠다. 파이팅. 아침이 와, 그렇다면 볕을 보고 양 팔을 가득 벌린 채 숨을 들이마실 줄은 알아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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