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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Dec 12. 2023

취업 싫어 (아니야.. 취업 시켜줘)

일상 18



면접 제의가 몇 군데에서 왔다. 분명 부트캠프를 졸업하던 3개월 전까지는 면접 제의를 받자마자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내가 일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든다. 준비가 채 끝나지 않은 포트폴리오보다 준비되지 않은 자세는 정말 위험한 것 같아. 언젠가 IT 기업에서 PM으로 일해보겠다는 생각만 수십 번, 꿈을 키우며 밤을 꼬박 새고 공부했던 시간이 벌써 근 8개월이다. 결국 그 길로 오게 되었는데도 이렇게 자신이 없는 걸 보니 내게 너무 빈 시간을 많이 줘버린 모양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두었더니, 참 도움 되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주니어 PM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했을거라고. 나의 불안함을 남들의 불안함과 비교하며 안심을 얻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만큼은 공감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내 능력을 잘 뽐낼 수 있는 위치에서, 이전에 한 것처럼 팀원들과 어깨를 맞추고 머리를 맞대보고 싶다. 부족한 것은 보완해나가며 마음을 차분히 해야지.


오늘은 정말로 프론트엔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원래도 CSS나 html 건드리는 걸 좋아했으니 리액트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개발자로 성장할 게 아니니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들 하는데, 나는 일단 조금은 오버해서 더 아는 게 맞다 싶어. 새로운 공책을 만들었다. 개발 공부를 하면서 일기장 정도로 작성할 공간이 늘 필요하겠더라고. 나를 위한 백과사전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남겨봐야지. 이상하게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에는 가슴이 꽉 차는 기분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텅 비어간다. 내가 이 지식들을 조금도 제대로 주워담고 있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렇다. 그럴 때마다 대학을 다닐 때와 조금 다른 맥락으로 괴롭다. 범죄심리학은 정답과 변수가 공존하는게 정말 좋았는데, 컴퓨터 공학으로 오고 나니 변수를 들고 수백개의 길을 골라 맞는 정답으로 달려가면서 수십번 넘어져봐야 하는게 너무 괴롭다고 해야할지. 사실 전자는 학문이고 후자는 실무니 조금 다르지만서도... 어떤 문제를 깊게 파고 매달려서 그것을 내 걸로 만드는 의지력이 조금 부족한가 싶기도 해.


수료했던 부트캠프의 회사에서 PM스쿨을 하는 모양인데 계속 고민이 된다. 풀타임은 아닌데 가격이 좀 사악하기도 하고. 굳이 뭐 스쿨까지 가나 싶다가도. 실무에 투입되어 일단 부딪혀봐야 싶다가도. 그러려면 준비되어야 하는데, 그럼 공부를 해야하는데, ... 의 연속. 이것도 전부 내가 심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현직에 있는 실무진을 따로 한 번 만나보는 기회는 없나요, 하나님. (이것도 결국 내가 마음편하자고 만나보고 싶은거지만.)


그가 오늘 유난히 시간이 짧다는 연락을 했다. 벌써 5시야! 하길래 시간이 왜 이렇게 길지? 하고 답했더니 자기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이러다 오늘 꼼짝없이 야근하고 오겠네 싶어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오늘은 집에 내가 없으니 퇴근하자마자 따뜻한 물에 씻고 맛있는 밥 먹고 푹 자라고 해야겠어. 나는... 남은 시간 조금 힘내서 수업 듣고 자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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