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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이엄마 Nov 20. 2023

함께한 한달 , 애착형성

엄마 껌딱지가 되다


지금도 보름이가 우리 집에 오고 적응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첫 일주일은 시간이 더디게 갔으나 그 이후부터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첫 한달이 그랬던 것 같다. 강아지도 육아도 어느 것이든 초보였던 개엄마 개아빠인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름이를 보살폈고, 뿌듯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털이 이상하게 자라던 보름이 / 첫 목욕(다른 강아지가..)


처음에 보름이는 우리를 관찰하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나만 보면 발가락 손가락을 앙앙 거렸다. 유치가 나는 아주 어린 아이이니 뭣모르고 처음엔 받아주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입질이 습관이 될까, 유투브에서 거절하는 법을 배워 보름이에게 적용해 보았다. 역시 가장 어려운게 내 새끼 육아라고 영상으로 보는 교육은 쉽고 간단해 보였는데 내 아이는 항상 번외더라(세나개, 금쪽이 모두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첫 1주 그리고 며칠은 우리가 출근한 순간에 보름이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당분간 울타리 생활을 했었다. 새끼 강아지 울타리 생활에 대해서는 여러 찬반논란이 많은데 나는 아주 적은 기간 동안은 찬성하는 바이다. 다견가정이거나 아직 강아지에 대해 잘 모르는 가족, 호기심이 많은 강아지는 아무리 집을 치워도 아무거나 줏어먹고 씹기 마련이다. 이를 가능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 1주~2주까지만 울타리 생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출퇴근 시간이 있었기에 보름이가 잠시 울타리 생활을 했지만 접종 후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고 평생 울타리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온지 열흘만에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동안 우리집은 많이 변화했다. 집에 최대한 강아지가 먹거나 물어뜯을만한 것들을 모두 없애고,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 


점점 더 편하게 자기 시작한 우리애/너무 아가라 산책대신 콧바람/털이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이마에 자국은 셀프미용 대참사다)



참고로 강아지를 울타리 내에 생활 하게 한다면, 울타리 내에서는 배변을 잘 하지만 울타리를 벗어나면 무조건 배변훈련이 0%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울타리를 치우고 나서 보름이는 집을 활보하고 냄새 맡기 시작했고, 배변을 잘 가렸던 아이가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예측했던터라 인내심을 갖고 우리는 집안 곳곳에 배변패드를 깔았고, 잘못 배변하여도 혼내지 않았고, 실수한 배변은 깨끗하게 치워줬다. 아이가 2번 이상 배변한 패드는 즉각적으로 갈아줌으로써 배변 훈련은 3일 만에 80% 이상 가리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역시 우리에게 온 보름이가 천재라며 좋아했었다. 


약먹는데 당시 1kg라 가루약 양이 손톱보다도 적었다 / 병치레 하면서 훅 큰 우리애 이때부터 얼굴이 너무 예뻐졌다(ㅠㅠ)


첫 병치레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서 건강했던 보름이는 어느날 새벽부터 구토 4번+설사 3번을 하기 시작했다. 구토와 설사 후엔 축 쳐진 보름이를 보면서 겁이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디가 아픈걸까 많이 아픈걸까 나는 뭘 해줘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에 동물병원이 오픈하면 바로 가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찰나 보름이는 모든걸 쏟아내고 잠을 청하더니 갑자기 컨디션을 회복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녀석 아픈 것이 맞나?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으나 아이의 컨디션이 좋으면 일단 모니터링 후 또 구토나 설사를 하면 내원해 달라 당부하셨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이후 보름이는 너무 좋은 컨디션으로 나에게 장난을 걸더라. 이렇게 좋아진줄 알았으나 며칠 뒤에도 조금씩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설사를 할 때면 이른바 엉덩이로 걸어다니는 '똥꼬스키' 를 자주 탔으며 입맛도 없어 보였다. 그러다 또 좋아지고 반복을 했었다. 이후 예방접종 시 위 증상에 대해 상담했고, 분변 검사 및 여러 검사를 거친 후 내부기생충 감염을 진단받았고, 내부구충제를 복용해야 했다. 이 때 선생님이 아이가 바닥을 좀 핥고 다니나요? 라고 하셨을 때 나는 '네' 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부터 온 바닥을 냄새 맡으면 작은 먼지라도 다 먹고 다녔기 때문이다. 보름이에게 발견된 기생충은 흔히 촌충과 같은 감염성은 아니지만 더러운 물질이나 이것저것 먹고 다니면 잘 생기는 기생충이라 하셨다. 아직 산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뭘 잘못 먹기란 쉽지 않았지만 온 집안을 활보하고 다니는 아이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청소하고 우리 가족은 손을 잘 씻기로 했다. 


이후 내부 구충제도 먹고 항생제도 먹고 해서 증상은 좋아졌으나, 이따금씩 보름이는 배에서 꾸룩~ 소리를 내며 설사를 하더라 지금은 익숙해졌는데 복명음이 심한 아이로 사람으로 따지면 장이 약한 아이인것이다. 이 때부터 강아지 유산균을 급여하기 시작했다.(나도 잘 챙겨먹지 않지만 보름이는 꼭 챙기고 있다.)


티비 같이 보던 보름이(너무 귀엽다) / 방에 있으면 훔쳐보던 아기 보름이 / 엄마가 침대에 있으면 꼭 올려달라 했던 보름


애착형성

우리 부부에 대해 보름이는 장난치는 상대 정도라 생각했을 뿐 곁에 친근하게 오거나 스킨쉽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장난 꾸러기 같았달까? 그러나 함께한지 한달 정도가 되니 슬슬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그 티비 앞에 앉아서 같이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같으면 티비를 보는 내 손과 머리카락, 발을 물고 난리가 났을건데 이제는 곁에 엉덩이를 대고 앉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애착이 생긴 것 같아서 감동스러웠고 뿌듯했다.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엄마 껌딱지 보름!


내가 너에게 했던 진심이 마침내 닿았구나!

등에 털이 빵실빵실 자라던 시절 / 등이 유독 털이 적지만 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팔다리에 털이 많이 생겼다)


풍성하게 자란 털

우리 집에 입양 왔을 때부터 가장 큰 걱정거리는 털이었다. 약 2주가 지난 후부터는 털이 안나더라도 정이 들었기에 상관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털이 없으면 불편할 아이는 보름이기 때문에 털이 나길 바랬다. 안 자랄 것처럼 붉은 피부였던 보름이는 점점 하얗게 털이 올라오더니 한달 만에 꽤나 풍성해진 등의 털과 다리를 얻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뭉클한 털 자람이다.



보름이가 처음 온날의 모습 한달 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보름이와 함께 한 한달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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