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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넥트랩 Sep 30. 2024

의도적으로 낯선 환경을 찾는
아웃바운더 최인영님

[아웃바운더X태백탄탄마을]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최인영님


본능이 시킨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라는 말은 정말 근거가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 스트레스 분야의 대가이자 미국 스탠퍼드대의 신경생리학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가 이를 연구로 증명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만 39세부터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지 않을 확률이 95%라고 한다. 만 35세부터는 먹었던 음식만 먹을 확률이 95%라고 한다.



이는 본능과도 같은 인간의 특징으로, 인간이 가장 꺼리는 것이 무언가 안정되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흔들어 깨우거나 휘젓는 변화는 당연히 안정이나 예측, 통제 등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것이 그대로 머무르는 현재의 안전성과 확실성을 훨씬 편하게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본능보다 더 큰 무언가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있기에 마련이다. 아웃바운더를 통해 만난 최인영님은 꼭 그런 사람이다. 새로움을 찾으러, 변수를 더하기 위해, 낯설음음 삶에 적용하는 사람. 변화애호가 최인영님을 만나본다.



해체하고 조합하고 붙여내며 다양한 변수를 마주하고 정제되지 않은 작업을 일종의 과학실험처럼 풀어내는 최인영님 ⓒ최인영님



낯선 환경 속에서는

진짜 내가 보이는 법




최인영님은 '현재'의 스스로를 예술과 디자인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녀가 나고 자란 전주에서 책과 캐릭터를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진행하던 시기에는 창업가였고, 이후에는 관련 분야의 재단에서 일했던 회사원이었고, 이후에는 창업가의 성장을 돕는 창업코치였다가, 작년 여름부터는 디자인 커뮤니티 '디학'에서 수업을 받고 활동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만의 언어로 풀어낸
나만의 작업물을 만드는 것.
즉,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에요.



그녀의 작업물은 <철인대학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웹포트폴리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인영님



변화 속 낯섦이 진짜 나를 발견하게 해 준다고 말하는 최인영님. 들어보면 일리 있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는 일부러 작업 시간을 제한하거나, 한정된 공간에서만 재료를 구하고, 시도해 본 적 없는 낯선 기법으로 일부러 작업 활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변수와 한계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 가장 스스로답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상황을 헤쳐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진짜 나를 발견하기 어려워요.
낯선 환경 속에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변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 가장 나답게 문제를 해결하고
나다운 결과물을 마주할 수 있어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장소,
태백으로 향하다




최인영님은 지난 8월 태백을 찾았다. 매일 작업하던 공간과 방식이 익숙해져 어느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의도적으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로컬 디자인 페어 초대작가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그런 그녀를 가장 들뜨게 했던 건 바로 로컬디자인페어가 이번 년도 1학기까지 수업을 마치고 폐교된 태백중학교에서 열린다는 점이었다. 혼자서 전시실로 사용하기로 한 미술실 공간에 도착했을 때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흥분이 일기도 했다.



오래된 지구본과 망원경, 비커와 실린더, 도르래와 조립이 가능한 블록 등 수많은 재료들을 학교를 돌아다니며 고르고 수집했다 ⓒ최인영님



즉석에서 재료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쌓여있는 과학실험실 기물을
작업실로 가져올 때는
마치 놀이동산 선물가게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학생들이 직접 사용했고, 학교를 채우고 있는 기물들을 자유롭게 가져다 작품의 주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었다. 그녀가 떠올린 주제는 <0교시 미술시간>. 태백중학교의 시간이 녹아있는 기물들을 조합하여 골드버그 장치와 펜듈럼 장치를 미술실에 설치하고, 학교의 안녕을 기원하며 함께 마지막 미술작품을 만드는 참여형 미술작품이었다. 



골드버그 장치는 생김새나 작동원리는 아주 복잡하고 거창한데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기계를 뜻한다. 작은 재미와 탄성을 자아낸다 ⓒ최인영님
학교의 안녕을 기원하며 함께 미술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참여형 작품 <0교시 미술시간> ⓒ최인영님



최인영님은 태백에서의 시간을 표현해 달라고 하자, '느린 감각으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준 곳'이라고 남겼다. 작품이 완성되고 관객들과 소통하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몰입했던 시간은 지금도 늘 느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태백은 로컬디자인페어를 통해
저에게 무한한 자율성과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을
직접 체험하게 해 준 곳이에요.
종종 그리운 감각으로 남아있어요.



익숙함을 경계하는 이유는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간직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태백 로컬디자인페어에서 전시에 참여하고, 이를 마치자마자 바로 태국의 치앙마이로 날아갔다. 그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니, 작업물의 깊이와 밀도에 아쉬움이 남아 이를 극복하고자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 



새로운 환경은 마음에 흡족한 아이디어를 바로 선사해 주었다. 바로 '코끼리의 똥'. 예술적 변비 상태에서 우연히 코끼리의 배변과정을 목격했는데, 하루 100kg을 먹고 150kg의 똥을 배설하는 코끼리가 눈에 든 것이다. 특히 코끼리가 풀을 뜯고, 소화시켜 배변하는 과정에서 씨앗이 발아하고 살아나는 경이로운 순환과정이 '가능성'이라는 주제의식으로 다가온 것.



새로운 환경에서 발견한 새로운 영감코끼리의 똥을 직접 자르고 분해하고 혼합하며 수십 가지의 작업물을 만들어냈다 ⓒ최인영님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코끼리의 소화과정을 직접 재현했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도
거칠게 얽힌 섬유질이라는 속성은
변하지 않음을 알게 됐고,
우리가 삶을 소화하며 사는 동안
집중하며 살아야 할 본질이 무엇인가
되묻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녀에게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 하니, '왜'라는 질문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왜를 잃어버린 모든 것은 힘을 잃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잃게 되는 이유를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움과 변화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언제나 이유는 단 하나, 삶에서 집중해야 할 본질을 놓치고 싶지 않은 아웃바운더이니까-




*본 아티클은 [아웃바운더X태백탄탄마을]에 참가한 최인영님과의 서면인터뷰와 취재를 인물 소개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인바운드)을 넘어,
더 나은 삶의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
과감히 살고 있는 환경 밖으로
용기 있게 나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아웃바운더’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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