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oving Kiss.
<Anne greets Joachim at the Golden Gate, 1303-1305>
- Giotto di Bondone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제목이 흥미로운 책이 있길래 구입했다. <Arts Firsts>라는 책으로, 대목차 6개와 소목차 30개로 나눠 분야별로 최초의 작품과 그 뒤를 이은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앞부분 몇 챕터를 읽었는데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다. 이 중 맨 처음에 나오는 'First Loving Kiss' 파트를 간단히 소개한다(이하는 내용 요약 80%와 개인의견 20%임을 밝힌다).
위 두 작품은 모두 Giotto di Bondone(이하 조토)라는 사람이 그린 작품이다. 조토는 초기 르네상스 미술을 이끈 화가로, 보통 미술사책에서는 대개 조토로부터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기존의 종교적인 교훈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왼쪽 작품에서 키스하는 두 사람은 성모 마리아의 아버지 요아킴과 어머니 안나다. 이 그림은 직접 성경에 나오는 장면은 아니고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이 그려진 14세기 초는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였는데 당시에 이런 장면을 그린 것은 매우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요아킴은 오른팔을 안나의 어깨 위에 올리고 다정하게 안고 있는 자세다. 안나는 왼손으로는 남편의 빰을 만지고 오른손으로는 머리 뒷부분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부부 사이에 20년간 아이가 없었는데, 열심히 기도한 끝에 기적적으로 아이를 갖게 되어서 감사하고 자축하는 의미로 키스하는 장면이라 한다. 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간에 키스하는 장면을 그린 미술사상 첫번째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조토가 비슷한 시기에 그린 <유다의 입맞춤>이라는 작품이다. 여기에도 키스 장면이 나오지만 이건 배신의 키스이기 때문에 결이 다르다.
표정이 어색하고 딱딱한 조토의 키스와 달리, 200년 후 나온 티치아노의 키스는 현대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지금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키스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이렇게 표정, 눈빛, 자세 등이 제대로 된(?) 키스는 이 티치아노 작품이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작품 속 큐피드는 키스 장면을 열심히 훔쳐보고 있다. 전체적인 구도가 관람자들도 큐피드처럼 주인공들의 키스장면을 몰래 훔쳐보게끔 하고 있다.
바티칸에서 이 작품을 직접 보기도 했고 책에서도 많이 접했지만, 이 작품에 키스 장면이 나온다는 건 처음 알았다. 정중앙 예수님으로부터 3시 방향으로 눈길을 옮기다 보면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아주머니가 보인다. 그녀 뒤로 세 커플이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있는데 전부 남성커플이다! 미켈란젤로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은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동성애가 무조건 비난받는 현실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아마도 이 작품이 미술사에서 gay kiss를 그린 첫번째 작품일 것이라 한다.
키스 관련해서 19~20세기에 그려진 유명한 그림으로는 하예즈, 클림트, 샤갈의 작품이 있다.
개인적으로 하예즈 작품이 가장 맘에 든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두 남녀가 서로를 껴안고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다. 키 차이 때문인지 여성의 몸은 약간 휘어 있고, 남성은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왼쪽 발은 계단 위에 올려 놓고 있다. 왼쪽 뒤에 작은 그림자가 하나 보인다. 누가 훔쳐보고 있나보다.
무릎을 꿇고 있는 여성의 볼에 입을 맞추는 클림트의 키스, 입술을 포갠 채 중력을 거스르는듯 위로 올라가는 샤갈의 키스도 관련 주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명화들이다.
2004년 Brighton의 한 펍의 벽에 그린 이 그래피티 작품으로 인해 무명의 영국 화가 Banksy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한다. 정복차림에 헬멧을 쓴 경찰 두 명이 키스를 하고 있다. 조토의 키스 장면과 구도가 비슷하다. 동성애가 오픈된 브라이튼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나타낸 건지, 아니면 동성애를 혐오하는 기존 분위기를 조롱하기 위해 그린 건지는 모른다. 만일 후자라면 <최후의 심판>을 그릴 당시의 미켈란젤로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책을 보면 해당 작품을 직접 보러 미술관에 달려가고 싶고,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실제로 보면 책을 통해 더 깊이 알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