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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Dec 16. 2018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472일간의 세계여행중 썼던 일기를 들춰보았다

472일간 세계여행하면서 써내려간 일기가 두권 반. 

틈틈히 시간 내어 적는다고 적었는데 이정도밖에 안되었나 싶다가도, 그래도 표지가 꾸질꾸질 때가 탈 정도로 갖고다니면서 적어내니, 이젠 다이어리만 만져도 그때의 내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행 일기만 적은 게 아니라, 당시 나의 고민, 꿈, 혹은 여행중 책이나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담겨있어 내겐 보물같은 다이어리들. 한번은 스위스 호텔에 이걸 두고 오는 바람에 독일에서 차로 두시간을 다시 돌아가 가져올만큼 소중한 기록들이다. 

사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론 한국에 빨리 적응하고 싶어 최대한 여행 사진과 여행 기록들은 들춰보지 않았다. 괜히 현실을 부정하고 그리워만 하지않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잘살고 있는 우리. 이젠 여행한게 꿈처럼 느껴질만큼 현실에 완벽 적응했지만, 여전히 그때만큼 지금도 좋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 여행을, 시간을, 그 마음을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일기를 쓰기보다 나만의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여행하는 동안 전자책으로만 보다가 종이책을 넘겨가며 보는 맛이 너무 좋아, 책도 많이 읽고 매주 월요일 회사 근처에서 독서모임도 하며 사람들과 나누는 생각들에 취해 행복한 요즘. 게다가 여행 전 잠깐 공부했던 중국어 공부도 다시 시작하면서, 요즘 나의 키워드는 독서 그리고 중국어가 되었다. 회사 끝나고 매주 화, 목, 금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평일에 남는 시간은 딱 수요일 뿐.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역시 너답다"며 여행 다녀오자마자 그렇게 바쁘게 사는게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이런 작은 취미 생활들이 나만의 힐링타임. 왜 그렇게 공부하냐는 말에, 사실 취업도 아니고 책을 쓸것도 아니고 뭐 딱히 대답할 만한게 없지만, 그냥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는 기분이 좋달까.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시간들이 모여 큰 물줄기를 만들게 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이번 2018년은, 정말 내 생애 모든 걸 이룬 한 해였다. 
무사히 세계여행을 마쳤고, 생애 처음으로 우리의 보금자리 (아니, 사실 집주인집..)를 갖게 되었으며, 재취업에도 성공했다. 세계여행을 하고자 했던 당찬 도전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다시 회사에서는 PM으로서 처음 접하는 일에 도전하고, 집에서는 세계여행 때와는 또 다른 아내로서의 역할에 도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나의 하루 하루가 도전인 올해. 여행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과 두려움이 먼저였다는 것. 하지만 이제 나는 믿는다. 뭐든, 잘 될거라는 것. 우리가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고, 잘 해낸다는 믿음이 있다면, 모든 건 저절로 풀리게 된다는 것. 지금의 우리의 도전, 시행착오와 모든 실수들이 내일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 나는 우리의 2019년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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