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린 Oct 31. 2019

4인 4색 워킹맘을 다룬 넷플릭스 <워킹맘 다이어리>

유쾌하면서도 웃을수만은 없는 워킹맘 이야기


요즘 넷플릭스가 열풍이다. 집에 큰 TV가 있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주로 보며, TV를 잘 보지 않는다. 아니 그마저도 넷플릭스를 좀더 크게 보고 싶을 때 본다. 작년부터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넷플릭스에서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들도 참 많다. 그동안 재밌게 봤던 컨텐츠들을 앞으로 블로그에서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캐나다 시트콤 <워킹맘 다이어리>

                          

먼저 가장 최근 정주행을 끝낸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3까지 나온 캐나다 시트콤인데, 총 3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가볍게 웃으면서 볼만한 게 없을까 하다가 워킹맘을 소재로한 컨텐츠는 처음이라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보단 개방적인 나라에서 만들어서인지 정말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다양한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워킹맘 다이어리> 주인공 Kate Foster


<워킹맘 다이어리> 주인공 Kate Foster

                  

주인공 케이트 포스터 (캐서린 라이트만)는 잘 나가는 광고 회사의 커리어 우먼에다가 3살짜리 찰리를 뒀다. 여기서 가장 유쾌한 캐릭터이면서 가장 이상적인 캐릭터다. 아마 대부분의 워킹맘, 그러니까 회사원이면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인데, 그래서인지 회사생활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회사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으면 그 마음이 어떨까.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아마 수많은 워킹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 일도 똑부러지게 잘하고싶고, 가정도 지키고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이고 싶은 케이트는, 그 모든 역할들이 언제나 힘들다. 그런데도 씩씩하게 두 마리 토끼 모두 잘 해내려고 하는 똑부러진 캐릭터다. 



회사에서 정말 꿈꾸던 자리와 승진을 약속하며 다른 지부로 이동해야 한다고 제안한다면? 

아이가 처음으로 걷고 말을 하는 순간을 회사에 앉아 영상으로 봐야 한다면?


아이가 없다면 바로 승낙했을 자리지만, 아이가 있다면 상황이 다르다. 마음으론 YES를 외치고 싶지만, 남편과의 갈등, 그리고 아이가 눈에 밟히는 케이트. 워킹맘이 흔히 겪을 법한 그런 다양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행동하고 느끼는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리즈여서 정말 흥미롭게 봤다. 


특히나 나도 회사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워킹맘을 하게 될지 안하게 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내게 이 드라마는 간접 경험인 동시에 숙제같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면서, 동시에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주인공의 마음가짐을 보면서 난 이미 많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갖기전에, 이미 경험해보기 전에 이런 컨텐츠를 만나서 참 반갑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앤 (다니 카인드)

               

케이트의 절친이자 초등학생 딸과 최근 둘째까지 애 둘을 키우는 앤 (다니 카인드)


꽤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인데, 컨트롤 하기 힘든 9살짜리 딸에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둘째, 게다가 셋째까지 가지면서 입덧으로 꽤 고생한다. 사춘기 같은 딸에게 어떻게 좋은 엄마 노릇을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때론 엄격하게 그리고 때론 츤데레처럼 딸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는 앤.



딸이 집에 남자친구를 데려와 방문을 닫고 논다면?

"엄마는 사이코야!!" 하면서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한다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만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엄격하게 하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어떻게 다가가야되는지 남편과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들이 인상깊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내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게, 계속해서 대화하고 안아주는 남편 라이오넬 (라이언 밸러빌)을 보면서, 참 이상적인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화도 많고 짜증도 잘내는 예민한 아내를 어쩜 저렇게 항상 부드럽고 자상하게 보듬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막막한 상황에도 닥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어, 앤은 늘 사랑받는 여자였다. 



워킹맘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부부 모습들을 보면서 나와 남편은 어떤 가정을 꾸려갈 것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살면 좋겠다,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부동산 중개인이자 레즈비언 커플로 아이를 낳은 프랭키 (주노 러델)
                      

흔하다는 산후 우울증으로 꽤 고생하는데, 말로만 듣던 산후 우울증이 저정도일까.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이 아이를 키우면서 갈등을 겪는 모습,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고 가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조금은 특이한 성격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였다. 



     



케이트처럼 IT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지만, 

아이에게는 별로 모성애가 없는 제니 (Jessalyn)


그러고보면 제니의 캐릭터도 꽤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서 저절로 모성애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요즘은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이를 갖고 싶지 않거나 혹은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 아이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모성애가 적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책하는 글들도 읽은 적이 있다. 아이가 없는 나도, 이런 걱정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아이가 있는 나는 상상이 안가는데, 그리고 난 지금 나에게 충실한 것도 좋은데, 아이가 생기면 정말 세상에서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존재가 생기는 걸까.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게 생기는걸까?



드라마에서 제니는 결국 남편을 기만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클럽에서 남자를 만나고, 계속해서 아이에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남편 이안 (데니스 안드레스)이 워킹대디로서 작가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실제 있을법한 정말 다양한 모습의 워킹맘들의 캐릭터들을 보여줘서 더 재밌게 봤다. 아마 워킹맘들, 그리고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거나 혹은 언젠가 아이를 낳을 예정인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제니, 앤, 케이트, 프랭키



이 시트콤이 흥미로운 점은 4명의 다양한 워킹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 케이트 역을 맡은 캐서린이 이 시트콤의 주연(star)인 동시에 제작자(producer), 작가(writer), 감독(director)이었다는 점이다. 시트콤에서 역할도 가장 많고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떻게 이걸 프로듀싱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실제 두 아이를 가진 워킹맘인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워킹맘 다이어리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특히, 극중의 4명의 캐릭터는 실제 캐서린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한다. (아래 캐서린 인터뷰 기사 참조) 제니는 엄마가 되고 난 뒤 성적으로서의 혼란스러웠던 모습을 투영시켰고, 프랭키에게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산후 우울증의 경험을 그려냈다. 그리고 앤에게는 여전히 차별받는 여자로서의 분노를 표출시키기 위한 캐릭터로 그려냈다고 하는데, 앤에게 그런 장면이 있었나 한참 생각했다. 아마 시즌 3에서 여자들을 괴롭히는 전남편을 고소하려는 앤의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이 포스팅을 쓰느라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쓰고나니 그렇게 길게 걸리지도 않을 법한 글이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개인적인 생활, 관련 자료들을 구글링 하다보니 자꾸만 흥미로운 기사들이 보여서 읽느라 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트콤, <워킹맘 다이어리>. 다음번엔 영어공부도 할겸 자막 없이 한번 더 정주행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재밌게 본 시트콤이었다. 두번째로 정주행할땐 보면서 좋았던 명대사들도 한번 정리해 공유해야겠다. 





참고 기사/사이트


주인공 케이트 역을 맡은 캐서린이 워킹맘 다이어리 (캐나다에선 '워킹맘스'로 방영)를 제작했던 배경 관련 인터뷰


워킹맘 다이어리(워킹맘스)를 방영한 CBC 워킹맘스 공식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줄무늬만 봐도 눈물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