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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Jang Sep 18. 2024

갤러리아 블랙 코미디

P는 처음부터 가난했다. 그의 부모도 가난했고, 그의 부모의 부모도 빈곤했다. 그렇게 P는 처음부터 궁핍했다.


창자에 달라붙은 메탄올, P는 선지 해장국으로 악착같이 떼어낸다. 수산시장 노동으로 고단한 영혼, 하데스에서 기어 나온 구더기가 파고 들어간 그의 미간, P는 누런 구린내 덩어리를 배꼽으로 배설한다. 는 손등을 면도날에 마구 비벼댄다 결국 P는 피를 질질 흘리며 비린내를 내뱉는다


Y는 애초부터 부유했다 그의 부모도 부유했고 그의 부모의 부모도 넉넉했다. 그렇게 Y는 애초부터 풍요로웠다.


위점막에 달라붙은 에탄올, Y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기화시킨다. 그는 산책시킬 베들링턴 테리어 목에 샤넬 머플러를 두른다. 아래턱을 들고 개와 함께 청담동 길을 걷는다. 그의 구찌 신발은 만인의 어머니를 짓밟는다. Y는 사유가 분명한 미소를 질질 흘리며 아르마니 퍼퓸 향을 내뿜는다


냉동 탑차를 모는 P, 동공 풀린 초점 없는 시선, 식은땀 범벅인 그의 숨결은 누리끼리하다. P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는데 그의 배꼽으로 영혼새어나간다. P는 좌심방을 움켜쥐는데 웃는 듯 우는 듯 헷갈리는 표정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앞 인도로 돌진하는 P의 트럭, 때마침 베들링턴 테리어가 싼 배설물을 치우던 Y를 덮친다. 세 시간 뒤 인터넷 사이트에 기사가 뜬다.


"졸음운전 냉동 트럭 인도 덮쳐, 운전자와 행인은 그 자리에서 죽고, 트럭 조수석에 있던 개만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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