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Jang Nov 09. 2024

도베르만 다이얼로그

N은 이 도베르만을 오늘 세 번 만났다. 처음엔 충무로역에서. 두 번째는 잠실 롯데월드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 집 앞에서 말이다.

이 개가 자신을 따라온 것인지를 알기 위해 N은 도베르만에게 물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도베르만은 침을 닦으며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근데 오늘 우리가 몇 번을 마주쳤다고요?" "무려 세 번입니다. 우연이 세 번이라면 놀라운 것이지요." N이 대답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당신을 지금 여기서 처음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저랑 다른 개를 헷갈려하는 것 같습니다." 도베르만이 침을 흘리며 말했다.

개를 자세히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워낙 비슷비슷하게 생긴 개들이 많으니까요." N이 말했다.

"비슷하게 생긴 게 어디 개뿐이겠습니까? 고양이도 그렇고 쥐도 그렇고. 사람들도 저희가 보기엔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입니다. 저희들이야 선천적으로 이렇게 생겼지만 서울 사람들은 눈을 찢고 코를 세우고 턱을 깎고 어떤 이는 콧구멍마저 교정을 한다면서요. 그래서 비슷해진 거라면서요." 도베르만이 킥킥대며 말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나저나 참 용맹하고 멋지게 생겼네요. 인기가 아주 많겠어요." N이 말했다.

"한때는 사랑을 많이 받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버림받아 여기저기를 배회하는 신세일뿐입니다." 갑자기 슬픈 얼굴로 개가 말했다. N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도베르만에게 그의 집에서 율무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도베르만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더니 도베르만은 이렇게 말했다. "미친 듯이 개를 사랑하는 것과 미친개를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그렇군요. 전자가, 전자가 애견인이겠군요." N이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 그 말에 도베르만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