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들려주는 할머니 되고 싶어^^
글 쓰기로 인연을 맺은 안 작가님의 입체낭독극 예매 링크가 열린 날, 낭독소모임 톡방에도 소식을 전했다.
지난 만남 때 다들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네 명이 있는 단톡방에선 부지런히 일정을 상의하고, 모두 일요일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한 사람은 낭독극 공연을 한 경험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연극 한 편 해보는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분들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 봤다.
난 뭘 하고 싶지?
1월 1일, 새로 샀던 가계부 첫 페이지를 열어보니 딱 아홉 가지 버킷 리스트를 적어 두었다.
주로 건강, 여행, 일에 관한 계획들이다.
어떤 건 도전 중이고, 어떤 건 그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
20년 넘게 아이들 꿈이 내 꿈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우리 애들 좋은 대학 가는 거, 좋은 직업 갖는 거 뭐 이런 것들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당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난 요즘에야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기억을 더듬어 내가 하고 싶던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지난해 우연히 시작하게 된 책놀이지도사를 올해까지 이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주 1회, 성동구까지 가서 수업을 듣고 복습도 빼놓지 않는다.
어제는 지난주 수업내용을 정리하며 구연을 해보다가 문득 딸에게 할 말이 생각났다.
"엄마가 책놀이 열심히 배워서 일할 수 있으면 베스트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손주들한테 해주고 싶은데?"
"그래서요?"
"기회를 달라고."
"엄마 자식이 저 하나는 아니잖아요?"
"손주들한테 해주고 싶다니까. 손주 아니고, 손주들!"
'들'을 매우 강조하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애들은 결혼해도 보통 아이를 한 명 정도 낳는다던데? 그러니까 동생만 결혼해서는 부족하잖아?"
"엄마, 심심해? 아, 몰라, 몰라, 몰라. 동생이랑 얘기해 봐요. 나 바빠."
문을 콩 닫고 들어가 버리는 딸이다.
반농담으로 오간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음, 내 버킷 리스트엔 여전히 우리 아이들이 함께 담겨 있나?"
뭐 그렇다한들 어떤가? 꿈을 찾아 도전해 가는 매일이 설레고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생전 처음으로 생각해 본 버킷 리스트,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오십 대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