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리학교에서 배운다는 것

느리지만 단단한 배움

by 취미부자 노마드

일본 요리학교는 다른 유명 요리학교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기본 과정은 2년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식, 중식, 서양식, 그리고 파티세리(제과)까지 총 4개 분야를 포괄하는 교육과정이 기본이었읍니다.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도 별도로 존재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수업이 진행되었고, 주중 2~3일은 실기, 나머지는 식품영양학, 식품위생법, 기술자격증 대비 수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읍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요리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칼질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읍니다. 그 안에는 '태도', '시간', '정성'이라는 이름의 배움이 조용히 숨어 있었지요.


출석률도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었고, 이는 졸업 시 받을 수 있는 조리사 국가 자격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였읍니다. 일본에서는 식당을 열기 위해 조리사 면허를 가진 인원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요리학교의 실효성과 필요성은 실제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읍니다.


저의 경우, 요리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기술을 단번에 익히게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칼질을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읍니다.


예를 들면, 일본 요리 중간고사에서 반드시 치르는 가츠라무키(무 돌려깎기)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시험 중 하나였읍니다. 12~13센치 길이의 무를 끊기지 않고 1미터 이상 천처럼 얇고 균일하게 펼쳐야 하며, 펼친 후에는 그것을 균일한 채칼 수준으로 채 써야 하였읍니다. 심지어 기준도 명확하여, 무 조각을 신문지 위에 올렸을 때 글자가 보일 정도로 투명해야 통과가 가능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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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3~4번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이 과정을 지나면서 손에 칼질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읍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겹게 몸에 익힌 기술은 10년이 지나도 손끝에 남아, 저의 삶의 일부가 되었읍니다.



기술은 노력의 땀으로 내 것이 됩니다


제가 항상 믿는 것이 하나 있었읍니다. "노력과 땀으로 익힌 기술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단기간 속성이나 '퀀텀점프' 같은 화려한 말보다도, 기본을 철저히 다지고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진짜 나의 것이 된다고 믿고 있었읍니다.


물론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와 뛰어난 학원 시스템 덕분에 단기 속성 교육이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시험 점수나 자격증이 나에게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었읍니다.


예를 들어, 유학을 위한 토플 점수는 '공부할 능력'의 기본임을 증명하는 수단이지, 목표 그 자체가 아니지요.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가 없이 취득한 결과는 결국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어 있읍니다.


그렇기에 저는 특히 기술이나 언어처럼 시간과 반복이 필요한 분야는 일본처럼 기본을 중요시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맞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일본 요리학교를 추천드리고 싶었읍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일본식 가르침


일본 요리학교의 수업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실로 단단한 내공을 기를 수 있는 구조였읍니다. 유명 셰프들이 가끔 단기 특강을 위해 학교에 방문해주는 기회도 많았고,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동기부여가 되었지요.


예를 들어 프랑스 빵의 거장 필립 비고, 프랑스 요리계의 전설 필립 가니에르 같은 분들의 시연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읍니다.


실습 수업은 항상 복장 검사로 시작되었고, 손톱, 위생, 복장 상태, 머리 모자 착용 여부 등을 점검한 후 수업이 시작되었읍니다. 수업 구성도 흥미로웠는데,


* 시연 및 설명: 1/3

* 실기 조리: 1/3

* 정리 및 설거지: 1/3


정리정돈과 위생관리에 할애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고, 어찌 보면 "요리보다 설거지를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직장생활과 삶의 태도와도 연결된다는 걸 느끼게 되었읍니다.



세계 주요 요리학교 비교


■ 일본 요리학교

과정: 대부분 2년제. 직장인 야간반(월~금, 저녁 6~9시 반)도 운영됨.

내용: 일식, 중식, 서양식, 제과(Pâtisserie)까지 4과목 필수.

이론 수업: 식품영양학, 식품위생법, 조리사 자격 관련 내용 포함.

특징: 반복 실습 중심. 정리정돈, 예절, 장인정신 강조. 국가 자격증 취득과 연계.


■ Le Cordon Bleu (르 꼬르동 블루)

과정: 디플로마 기준 6개월~2년. 전 세계 캠퍼스 운영.

내용: 프렌치 요리 중심. 파티세리, 제빵, 와인 코스 분리 운영.

수업 방식: 시연 후 실습. 플레이팅과 감각 중심.

특징: 유럽 감성, 미적 표현 강조. 국제학생 대상 영어/프랑스어 수업.


■ CIA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과정: 준학사(2년), 학사(4년) 중심.

내용: 조리 기술뿐 아니라 경영, 영양학, 식품과학, 서비스 전반.

수업 방식: 실습+이론 균형. 실습 레스토랑 운영, 기숙사 생활 포함.

특징: 북미 전역의 식음료 기업 및 스타트업과 연계. 글로벌 취업 가능성 높음.


꼭 어디가 더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보다는, 나의 목표와 맞는 방식이 어디인가를 고민해보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CIA는 영어가 필수이지만, 르 꼬르동 블루는 프랑스어가, 일본 학교를 선택하면 일본어라는 새로운 언어의 벽도 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된다고 저는 믿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세계에있는 분교보다도 가능하면 본교에서 시간을 보내서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돌아가는 길 같아 보여도, 기본이 튼튼한 방식으로 배우는 것의 가치—

그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일본 요리학교라는 선택지를 꼭 고민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요리 외에 즐기고 있는 또 하나의 취미 이야기를 소개해보겠읍니다.


여기는 학교 사이트 입니다.

https://www.hattori.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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