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선물해준 나의 취미, 꽃과 요리

by 취미부자 노마드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평생직장’이란 말은 점점 낯설어졌습니다.

특히 금융과 IT 같은 산업에서는

매일이 변화의 연속이고,

언제 회사를 나서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은

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두 가지 생각이 또렷해졌습니다.


하나는,

‘나만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또 하나는,

‘지금부터 은퇴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이 불안과 고단함 속에서도

나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그동안 해왔던 공부와는 다른

‘내가 좋아서 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요리학교는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요리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취미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 요리학교는

언젠가는 꼭 한 번 다녀보고 싶은

저만의 작은 목표 같은 거였죠.


요리학교를 검색해보면

미국의 CIA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

그리고 일본의 핫토리 영양전문학교가

‘세계 3대 요리학교’처럼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살고 있었고,

미식의 나라라는 점에서도 끌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핫토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직장생활 10년 이상이면 정부에서 재교육 보조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야간반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회사 끝나고 다닐 수 있다면,

한 번 해보자 싶었습니다.


손에는 칼자국, 마음에는 성취감


요리학교는 예상보다 훨씬 더 체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무 돌려깎기 연습은 몇 주를 이어졌고,

필기시험도 있었고,

손에는 늘 칼자국과 반창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주방 위생검사, 복장검사, 머리카락까지 확인하고,

실습은 2시간인데 준비와 정리까지 합치면

기본 4~5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실습 때,

풀복장으로 불 앞에 서서

오븐과 불판 사이를 오가며 양고기를 굽던 장면입니다.

주방 온도는 40도가 넘었고,

땀은 비 오듯 흘렀죠.

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쉐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는 일도 많지만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전투였습니다.


졸업, 그리고 확장된 나의 세계


2년 가까이 다닌 끝에

출석률과 시험 요건을 충족해

조리사 면허증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요리학교를 다니면서는

유럽 연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고,

프랑스 쉐프의 주방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식당을 통째로 빌려 시식하는 날도 있었고,

같이 수업을 들은 동료들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취미가 되어준 요리, 그리고 그 이후


요리학교를 계기로

와인, 그리고 꽃꽃이까지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회사 생활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

이 취미들은 저를 붙잡아 주는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줬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취미들은 외로움이 저에게 선물해준 것 같아요.

일로만 채워졌던 하루 속에서

비어 있던 공간을

차분히, 그리고 단단하게 채워준 시간이었습니다.

요리학교 이야기만 하려 했는데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서는

꽃공부와 와인 수업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취미부자 노마드의 공부일지,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