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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Jul 18. 2024

2024 서머퀸 도전자

k팝 씬은 매년 여름 서머퀸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미는 아이돌들이 신곡과 함께 돌아온다. 씨스타가 원조 서머퀸 칭호의 주인공이었고 그 뒤를 잇기 위한 도전들은 끊이지 않았다. 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이번 2024년에는 씨스타의 뒤를 이을 주인공이 나타났을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여자)아이들 (feat. 클락션)

https://www.youtube.com/watch?v=rTKqSmX9XhQ

(여자)아이들((G)I-DLE) - 클락션(Klaxon) | Official Music Video

미니 7집 [I SWAY]로 돌아온 아이들. 청량한 여름 감성의 타이틀곡 ‘클락션’을 통해 오랜만에 여름을 접수하러 왔다. 2020년 ‘덤디덤디’ 이후 4년 만에 서머 송 컨셉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하는 상황. 


곡은 리드미컬하고 시원한 사운드에 ‘클락션’이라는 레트로한 단어와 이를 활용한 캐치한 후렴구가 더해져 신나는 여름을 연상한다. 멤버들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파트 구성과 재치 있는 가사가 재밌으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서머송을 완성했다. 


그럼에도 사실 아쉬움이 남는다. 이유는 이들이 ‘아이들’이기 때문. 개인적으로 필자가 여자 아이돌 그룹 중 음악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아이들은 매번 음악적 완성도가 우수한 곡들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양한 장르들을 아이들 만의 색으로 소화하고 파격적인 실험들도 감행했다. 단순히 뻔한 구성대로 숏폼을 겨냥한 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클락션’에서 ‘Tomboy’와 ‘Nxde’만큼의 충격은 느끼지 못했다. 직전 정규 2집 타이틀곡 ‘Super Lady’에서 큰 아쉬움을 느끼며 이번 신곡에서 다시 이전의 놀라움을 기대했는데 ‘이젠 어렵나’라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이기에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이다. 이들이 보여준 고점은 수치적인 성적으로도 정성적인 평가에서도 역사에 남을 수준이었기에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래는 분명 좋은 것이 맞다. 여름을 겨냥한 사운드들과 부담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사운드들은 잘 먹혔고 처음엔 어딘가 촌스럽고 아쉽다고 생각했던 후렴도 어느샌가 중얼거리고 있을 만큼 캐치하다. ‘Super Lady’가 아쉬운 평가를 들을 때도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를 통해 음악성이 여전함을 증명했듯이 ‘클락션’은 대중들에게 아이들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다. 


큐브와의 계약만료가 다가오면서 재계약을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들이 떠도는 아이들이다. 여러 행보나 무리한 스케쥴 등으로 인해 소속사가 계약만료 전 이른바 ‘마지막으로 굴려먹고’ 계약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도는 상황. 이것이 소문이 아닌 사실이 된다면 우리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체 프로듀싱에도 걸그룹 역사상 가장 음악성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음 행보에서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키스오브라이프 (feat. Sticky)

https://www.youtube.com/watch?v=IajeQM00yfE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 - Sticky | Official Music Video

 필자가 처음 여자 아이돌 그룹의 음악성에 놀란 것이 ‘아이들’이었고 그 다음이 ‘뉴진스’였다. 그리고 최근 그 뒤를 잇는 팀이 나타났는데 바로 ‘키스오브라이프’다. 데뷔 이후 신인임이 믿기지 않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단숨에 실력파 타이틀을 거머쥐고 ‘중소의 기적’이 된 키스오브라이프가 신곡 ‘Sticky’로 돌아왔다. 


키스오브라이프가 ‘포스트 씨스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이전부터 조금씩 있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매력적인 4인의 멤버들, 그리고 여자 아이돌 씬에 오랜만에 등장한 ‘핫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씨스타를 떠올렸다. 무대에서의 섹시함과 여유나 숏츠/릴스 챌린지에서 보여준 화끈한 모습들에 사람들은 키스오브라이프가 시원한 여름 노래와 함께 워터밤을 접수하길 기대했다.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 기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프로비트 리듬의 그루브 위에 청량한 사운드와 시원한 가창이 더해져 트렌디한 여름 노래 ‘Sticky’가 탄생했다. 마치 바다 속을 헤엄치는 것 같은 시원함과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만나 많은 인기를 끌었고 워터밤 무대에서 이 곡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또 아쉽다. 그 이유는 이번에도 ‘키스오브라이프’이기 때문. 아쉽게도 이들은 아이들 이후로 필자가 음악적으로 기대하는 팀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고점을 보여줄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에 비해 좀 더 편안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향했다고 하더라도 곡 자체가 ‘Bad News’만큼의 신선함을 주지 못한 것. 최근 유행했던 아프로비트 리듬을 잘 활용했지만 어딘가 얕은 사운드나 조금 단조로운 구성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역동적인 원테이크 뮤직비디오 자체는 좋았지만 곡도 그 원테이크 영상처럼 큰 변화 없이 흘러가다 끝난다는 감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서나 안무에서나 ‘Tyla’를 지워내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아프로비츠 장르가 Tyla의 'Water'를 통해 유행하게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곡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안무의 트월킹 파트도 Tyla가 떠오른다. 실제로 해외 팬들의 반응도 Tyla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많다. 키스오브라이프의 Water 챌린지가 찰떡 같은 안무 소화에 핫한 반응을 얻었고 원곡자의 '샤라웃'까지 받았지만 본인들의 신곡에서 다른 가수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 


이제 데뷔 1년을 맞이한 팀에게 꽤나 엄한 잣대일 수 있지만 그만큼 보여줬던 모습들이 강렬했기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찾아보기 어려웠던 '핫한 언니들'이 또 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를 기대한다.


스테이씨 (feat. Cheeky Icy Thang)

https://www.youtube.com/watch?v=s-UXxaQdUew

STAYC(스테이씨) - Cheeky Icy Thang | MV

또다른 실력파 그룹 스테이씨가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밝고 힘찬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테이씨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은 'Cheeky Icy Thang'. 


이전까지 스테이씨가 보여준 모습들과는 사뭇 다른 'Cheeky Icy Thang'은 시원하다 못해 차갑고 쿨한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곡이다. 얼음처럼 쿨한데(Icy) 핫하고 발칙한(Cheeky) 애티튜드까지 겸비한 스테이씨의 매력을 담은 펑키한 셔플 리듬의 신스팝으로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한다. 안무나 퍼포먼스에서도 이전까지 주로 보여준 밝고 귀여운 모습들 대신 쿨하고 시크한 모습으로 포인트 안무들을 툭툭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도입부는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한다. 처음 들을 때는 뭐지 싶을 수 있지만 계속 머릿 속에 맴돈다. 이전까지의 스테이씨 인기곡들이 밝은 에너지를 가창력과 함께 한껏 뽐내는 시원한 후렴구들이 돋보였다면 이번 타이틀곡은 그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  그래서 새로운 매력을 찾은 것은 반갑지만 여름을 맞이해 이들이 청량한 한 방을 날려주길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가운 매력으로 더위를 상대한 것은 분명 대중들에게 먹혔다.


츄 (feat. Strawberry Rush)

https://www.youtube.com/watch?v=JRbXa1w-Pa8

Chuu(츄) - Strawberry Rush | MV

대체 불가능한 상큼 매력의 츄가 두 번째 미니 앨범으로 돌아왔다.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귀여움을 뽐내온 츄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컴백했다는 반가운 소식. 이번 두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 'Strawberry Rush'를 통해 그 매력을 음악으로 선보였다. 


'Strawberry Rush'는 츄라는 사람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한 엉뚱 발랄한 히어로 소녀로 변신한 츄의 하루를 레일을 질주하는 사운드로 표현한 곡'이라는 컨셉부터 츄 그 자체.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와 독특한 베이스 사운드,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가사가 만나 톡톡 튀는 일렉트로 팝이 탄생했다. "수신오류 삐"와 같은 가사를 이렇게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츄 말고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츄라는 가수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만들어진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컨셉부터가 츄만의 엉뚱 상큼한 매력이 가득 담겨있고 신나는 가운데 츄의 맑은 음색을 뽐낼 수 있도록 멜로디가 구성되어 있다. 노래 전체에서 츄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다보니 웃으면서 듣게 되는 곡이다. 일반적인 서머송들이나 여름의 핫한 컨셉들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으로 여름을 맞이한 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이다.


포스트 씨스타가 아니라 여름을 맞이하는 새로운 접근법


소개한 네 곡 모두 각자만의 매력으로 청량함을 뽐냈지만 일반적으로 여자 아이돌 서머송이라고 했을 때 기대하는 것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 씨스타의 인기곡들, 혹은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에스파의 'Spicy'와 같이 시원시원한 사운드와 고음으로 여름의 무더위를 싹 날려버리는 청량 폭발곡들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


하지만 이것이 곡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에 익숙했기 때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름이라고 꼭 신나게 뛰고 청량함이 폭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원함을 편안하게 즐기기도 하는 것.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에 따라 여름을 맞이하는 새로운 방법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그럼에도 무더위를 싹 날려버릴 '청량 폭발 서머송'이 돌아와줬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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