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 Good Morning
3년 6개월 만에 발표하는 네 번째 미니앨범의 첫 곡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얼터너티브 R&B 장르의 곡이다.
백현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솔로 활동을 재개하는 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온 그의 솔로 앨범의 첫 곡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팬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네는 듯한 나른한 아침의 시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인트로가 비교적 긴 편에 속해 목소리가 등장하기까지의 긴 기다림 속에서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가 아침의 잔잔한 여운을 남기듯 몽환적인 비트와 어우러지며, 곡 전체에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 곡의 제작에는 콜드(Colde)가 참여했는데, 콜드와 백현의 케미는 이전에도 ‘Diamond’, ‘Love Scene’, ‘Love Again’ 같은 곡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두 사람의 오랜 호흡은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하며, 콜드는 이 곡 외에도 'Rendez-Vous'에 참여해 앨범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Track 2. Pineapple Slice
‘Pineapple Slice’는 레트로한 느낌의 비트 위로 들리는 캐치한 베이스 리프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돋보이는 곡이다.
인트로는 공간감 있게 깔리는 사운드로 시작해 보컬이 등장하며 곡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강렬한 느낌의 베이스 사운드가 중심이 되어 백현 특유의 부드러운 보컬과 대비되어 더 매력적으로 들리도록 해준다. 프리코러스에서는 마치 다른 공간에 온 듯한 가벼운 느낌과 함께, 다운 스케일의 현악기 사운드가 더해져 곡의 전개에 변화를 주고 다채로움을 더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마치 한 입 베어 문 달콤한 파인애플에 비유한 트랙으로, 'UN Village', ‘Bambi'와 같은 백현의 이전 타이틀 곡들처럼 이번 곡 역시 예상치 못한, 독특하고 뻔하지 않은 키워드를 가진 제목으로 그만의 음악적인 색을 드러낸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 계절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곡이다.
Track 3. Rendez-Vous
피아노로 시작하는 보사노바 리듬이 매력적인 곡으로, 콘서트에서 선공개된 곡이라고 한다. 피아노 리프가 반복되면서도 곡의 중심을 잡고 있으며, 꿈 속에서 마주한 듯한 분위기가 백현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한층 더 몽환적이다. 곡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Rendez-Vous'는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백현의 섬세한 보컬과 따뜻한 느낌의 가사를 통해 변화와 특별함을 표현한다.
특히 “Your my star / 별 볼일 없었던 삶” 이라는 가사에서는 중의적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네가 내 삶의 별이기 때문에 이전의 삶이 별 볼일 없었다는 의미, 두 번째는 네가 내 삶에 등장함으로써 이전에 별거 없던 내 삶이 특별하게 변화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백현은 이 곡에서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미지근한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전체적으로 재지한 리듬과 부드러운 피아노 사운드가 깔끔하게 어우러져 있고, 백보컬과 애드립의 공간감을 살려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우주와 별을 키워드로 한 상징적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신곡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앨범의 몇몇 곡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성과 보컬의 매력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곡이었다. 전작의 장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백현 특유의 감성적인 보컬이 한층 더 돋보이는 곡으로 완성되었다.
Track 4. Cold Heart
서정적이고 차분한 건반 사운드 어울리는 무겁지 않은 음색의 보컬이 이어진다. 또 이와 대조되는 묵직한 비트가 결합된 곡으로, 자연스레 영화의 한 장면, 스토리가 그려진다. 현악기의 아르페지오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마치 사극 OST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긁는 듯한 창법의 거친 목소리로 전달되는 감정과, 배경에 깔리는 총 장전 소리, 그리고 후반부의 몰아치는 일렉 사운드는 애드리브나 하이라이트 고음 없이도 곡을 꽉 채우는 힘을 보여준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작은 디테일들이 곡에 몰입감을 주며 서사적 흐름에 힘을 더해준다.
앨범의 다른 트랙들보다 짧은 길이감이지만, 몰입과 흡입력만큼은 제일 좋은 곡이 아닐까 싶다.
Track 5. Woo
비트와 보컬만으로 담백하게 시작해, 이후 점차 사운드가 얇게 쌓이면서 확장되는 전개를 보여준다. 이 곡은 묵직한 드럼 사운드와 서정적인 건반 사운드가 대비되며, 부드러운 보컬 음색과 잘 어우러진다.
도입부의 첫 비트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며, 부드러우면서도 타격감 있고, 매끄러우면서도 색다른 매력이 인상적인 곡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휘감기는 듯한 멜로디와 타격감 있는 킥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전의 백현 앨범에서는 찾아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곡으로, 이 곡을 통해 보컬의 다양성을 한층 넓히며 실력을 증명해냈다.
Track 6. Truth Be Told
이별의 아픔과 후회를 이야기하는 이 곡은, 무거운 비트와 비교적 가벼운 보컬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목소리만 과하게 튀지 않고 비트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또한 딕션이 상당히 정확해 감정 전달이 선명하고, 곡의 전체적인 조화와 섬세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점은, 감정적으로는 어두운 흐름이 느껴지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밝은 햇살 아래 평화로운 거리를 걷는 듯한 상반된 이미지가 반전의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감을 통해 감정을 더욱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별 후의 후회와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절제된 표현으로 풀어낸 이 곡은, 서정적이고도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이 매력적인 곡이다.
꿈과 열망
백현의 네 번째 미니앨범은 ‘꿈’과 ‘열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양한 장르를 백현만의 색깔로 풀어냈다. 첫 트랙 'Good Morning'은 잔잔한 아침의 시작을 감성적으로 표현, 서정적인 드라마 장르에 가까운 서사를 담았으며, 타이틀곡 'Pineapple Slice'는 레트로한 비트와 강렬한 베이스가 어우러진 액션 영화 같은 에너지와 아슬한 유혹이 담긴 로맨스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Rendez-Vous'는 보사노바 리듬과 함께 로맨스의 감성을 가득 담아내어 꿈결 같은 만남을 표현했고, 'Cold Heart'는 묵직한 비트와 서사가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Woo'와 같은 곡에서는 이전의 앨범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시도를 통해 백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트랙 ‘Truth Be Told’는 이별 후의 감정과 후회를 절제된 감성으로 표현해 감정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여섯 곡 모두가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면서도,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며 백현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전작들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덧입은 완성도 높은 작품인 이번 앨범은, 백현만의 특별한 감성과 능숙한 곡 해석이 만들어낸 결과다.
오랜만에 다시 솔로 활동에 시동을 건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앨범으로 돌아온 백현.
이전 앨범보다 더욱 깊어진 그의 음악성은 물론, 색다른 시도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그에게는 무한한 성장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백현만의 감성이 가득 담긴 R&B 장르의 미니 4집 [Hello, World]을 들으며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
-written by.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