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상파 Oct 17. 2024

간병일기 104

간병인의 아침

간병인의 아침


오른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극도의 긴장감에 살고 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 나도 남편도. 눈을 붙여도 붙이는 것이 아니다. 눈을 뜨면서 자고 자면서 눈을 뜨고 있다. 간병 첫날은 몸이 받쳐주는데 이튿날이 되면 내 몸을 건사하기도 힘에 부친다. 정신적인 피로가 몸을 축낸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이 묵직해 팔다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아침 먹기가 곤욕이다. 밥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간병인 아줌마들이 모여 앉은 틈에서 우격다짐으로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난다. 아픈 사람을 눕혀놓고 밥이 입에 들어갈까 싶지만 생존의 본능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것은 살리는 일이고 그 살림을 위해서는 스스로 살아내야하기 때문이다. 허기져 죽을 것 같으니 먹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 다들 환자를 돌보느라 잠도 못 자고 먹는 것도 시원찮아 고달픈 몸들이다. 소변, 대변에 환자 특유의 비릿한 냄새까지, 병실을 떠도는 고약한 악취에도 간병인들의 입에는 먹을 것이 들어간다. 먹어야 기운을 내고 기운이 나야 간병을 하며 하루를 버틸 수 있으니까. 밥을 먹다가도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면 가래를 뽑아 주고 다시 앉아서 수저질을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아픈 사람을 옆에 두고 먹는 것도 미안한데 사람들과 어울려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떠들썩하게 먹어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하다 보니 먹지 않으면 이 생활을 배겨낼 수 없다는 것을, 머리가 핑 돌아 아찔해지니 환자보다 먼저 쓰러질 것 같으니 먹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 넘게 간병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이런 분위기의 아침이야말로 하루를 버텨내는 힘인 것이다. 밥맛이 없어도 옆 사람이 먹으니 한 술이라도 뜨게 되고 간병인과 보호자, 그 처지는 달라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리 다르지 않으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환자를 돈으로 생각하는 간병인도 많지만 그것은 그들의 직업이니 어쩔 수 없다. 환경이 열악하면 열악한 대로 우리 몸은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됨을, 병실 사람을 보면서 알게 된다. 궁하면 통한다는 것을 말이다.(2011년 6월 25일 토요일)

작가의 이전글 자유글 0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