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5일.
오늘은 헤드헌터로서의 마지막 날이다.
비록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기업, 외국계 회사, 컨설팅사, 스타트업, 대학교, 중견 기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일을 하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각 조직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해 준 값진 경험이었다. 또한, 나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발견하고, 헤드헌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성공적인 커리어 실험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좋은 기회를 만나서 떠나지만, 언젠가는 맘에 맞는 사람들과 헤드헌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참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블로그나 강의를 통해 여러 번 언급했듯이 나의 커리어 미션은 한국 회사들의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미션을 최전방에서 실현하고 있는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가 “은진기님이 현재 전파하시는 미션과 전체적인 생각의 방향성이 저희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과 매우 맞닿아 있다”며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일부터는 잡플래닛으로 출근 하여 스타트업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Big Data를 활용하여 커리어 컨설팅을 하게 된다. 아직은 체계가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이기에 그것 외에도 다양한 내 경험을 활용해 회사를 키워 나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껏 외국계 기업에서 영문 기자 및 사내 홍보, 한국 대기업에서 경영기획과 인재개발, 그리고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나에게는 또 한번의 큰 커리어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새로운 회사, 문화, 사람들, 그리고 업무에 적응하는 것은 항상 두렵고 힘이 든다. 하지만 분명 나 자신을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1년, 3년, 10년 후에 잡플래닛과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슴이 뛴다.
아래는 내가 헤드헌팅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날 쓴 일기다. 비장한 각오와 함께 기대에 차 있는 1년 전의 나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1년 후에 나의 일기에는 어떤 글로 채워져 있을까?
16.05.26 – 용감한 선택. 나 자신으로 살기
모두가 가지 말라는 길을 가려 한다. 국내 굴지의 그룹의 억대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에서 인정받고 탄탄한 자본력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을 마다하고 비교적 작고 불규칙적인 월급에 항상 ‘을’의 입장으로 일을 해야 하는 헤드헌팅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로 했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헤드헌터들은 진심 어린 조언이라며 나를 뜯어 말렸다.
“경력이 너무 아까워요.” “누가 꼬셨어요? 그 사람이랑 만나지 말아요”,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 하나요?”, “비전이 없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심지어 이것은 만나서 이야기 해야 한다면서 굳이 저녁까지 같이 먹으면서 나를 말리려고 한 ‘고마운’ 분도 계신다. 내가 헤드헌팅 업무에 관심이 있고, 그 업체에도 관심이 있다고 이력서를 첨부하여 이메일을 보내자 한 외국계 회사의 대표도 바로 전화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 해 보라며 만류하셨다.
8년 동안 삼성에서 내 가치관과 상반되었던 기업문화와 조직의 일환이 되어서 나 자신을 속이면 살았었다. 삼성에서 월급을 받으며 삼성을 비난하였던 내 처지가 언제나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그토록 비난하면서도 괜찮고 안정된 연봉과 복지에 길들여져서 떠나기를 망설이며 여러가지 핑계로 붙어있을 명분을 찾고 또 찾은 내 자신에게 실망을 했었다.
은진기 너 이정도 밖에 안돼? 한번사는 인생인데 이제 그만 나 자신으로 살아 보자.
8년동안 매일 수없이 되뇌었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 자신감과 어느정도 확신은 있지만 실험을 위해서는 많은 것은 내려놓아야 했지만 나 자신에게 그 실험을 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제 안정된 조직은 없지만 내 두 발로 홀로 설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자 한다.
정말 내 소신대로 일을 하면서 점차 잃어버렸던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힘들고 고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고 각오도 되어있다.
나를 믿고 이해해 주고 내 선택을 존중해 준 우리 와이프에게 너무 고맙다.
자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
은진기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