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이룬 것이 없다면 인생을 낭비한 것인가?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세요!
얼마 남지 않은 밀리터리 전시회. 전 세계 군 관계자들이 오는 자리다. 월드클래스 방산 회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강일병과 연구소의 AI 투혼으로 기술력은 충분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잘 어필해서 많이 파는 것뿐.
전략 마케팅과 기조실이 바빠진다. 전시회 컨셉과 홍보 논의가 한창이다.
"아무리 AI가 대세라지만 우리 정도 기술력 쓴 데는 잘 없을 겁니다. AI와 첨단으로 밀어붙이면 어떨까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까불면 다 죽는다. 인공지능한테? 이 컨셉으로 과감하게 나갈까요?"
"홍보 영상도 초맹스에어 미사일이랑, 초르니티 다연장 로켓으로 대륙 초토화하는 거 제작해서 틀면 효과 만점일 겁니다."
가공할 기술력과 공격력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홍보 영상 제작과 기조연설만 잘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다.
현자는 회의 내용을 정리한다. 이제 다 됐나? 이대로 준비하면 될까? 음? 가만. 아무 말도 안 한 사람이..
"저기. 초대리님. 뭐해요?"
"네? 낙서요."
"아하. 회의가 좀 길었나? 계속 아무 말도 없어서."
"재미없어서요."
"………………"
무기 만들어 파는 일이 재미있을 리는 없지. 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톤을 경쾌하게 고친다.
"다들 이거 때문에 진이 빠졌나 보네? 그럼 초대리님 한마디만 듣고 끝낼게요."
"그냥 뭐 단세포 아메바 같단 생각이 드네여."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방 방송이 조금씩 나온다. 아무것도 안 한 주제에. 어딜 대리 따위가. 그럼 뭐 어쩌자고.
"하하. 이건 한토막 더 들어봐야 될 거 같은데요?"
"쪼코파이가 쫀쫀하다고 우기는 거 봤어요? 정으로 먹는 거지. 초맹폰이 언제 기술 얘기하는 거 봤어요? 인간을 이어주는 거지. 연구소에서 휴먼다큐 다 나왔대매요? 소스도 충분한데 뭐 하러 삭막하게 자꾸 미사일 쏘고 다 죽이고 그래여? 휴먼스토리 하나면 핵폭탄이겠구만요. 가뜩이나 우린 핵도 못 만드는데."
가만. 맞아. 기술 얘기는 너도나도 할 게 뻔해. 여론도 의식할 필요가 있어. 그럼 무기의 인식도 바꿀 수 있겠는데? 사람을 죽이는 무기에서 사람을 지키는 무기로.. 그렇구나. 지켜야 하는 이유? 그래. 휴머니즘이다!
"초대리님. 훌륭합니다. 연구소도 못 만든 핵폭탄을 기어코 만들어 내네요! 그럼 전 바로 일어날게요."
말을 마친 현자. 급히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현실장님 어디 가는 거야? 왜 저래? 무슨 핵폭탄? 초대리 뭐 있었어?"
"몰라여 저두. 뭐 또 삘 하나 받았나 보져."
뭔가 잊은 듯 다시 들어오는 현자.
"아. 초대리님은 아이디어 채택이니까 조기퇴근! 바로 가세요! 그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뭐야? 실장님 왜 이렇게 정신없대?"
"초대리 이번에도 우수사원 받는 거 아냐?"
"몰라여 저두. 전 집에 갈래여."
"저는 군인이었습니다. 소중한 전우들을 지키지 못한 채 군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지키는 힘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희 초맹밀리테크의 우수하고 탁월한 성능은 상대가 누구라도 소중한 이들을 지켜드릴 것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무엇도 뺏기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겠습니다."
전시회는 문전성대를 이루었다. 무기의 위력을 다루는 영상에 휴머니즘을 뒤섞었다. 누가 보더라도 착한 무기같이 보였다. 제니의 연구소 미담이 알려지며 훈풍이 불어닥쳤다. 제니는 군장교임을 적극 어필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군당국에서도 적극 지원사격에 나섰다.
부사장 제니는 그곳에 없었다. 군인 제니만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 속 실패한 지휘관이 아니었다.
대륙간 미사일 초맹호, 초르메르 방공포 등 많은 인공지능 무기들이 화제였다. 각 국의 군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표했다. 생산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계약을 선점하려는 문의도 빗발쳤다.
초맹밀리테크의 무기 거래에는 조건이 붙었다. 전쟁 방지 서약을 하면 할인을 적용해 주는 것이었다. 침략 전쟁에 사용할 경우, 즉각 공급을 중단하고 위반할증을 청구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물론 실전에서 먹힐 리 만무할 것이다. 다만,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의지를 보이기에 충분했다.
서약서의 헤드라인은 심플했다.
"소중한 일상을 지키세요!"
전시회 후,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사내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다.
"부사장님. 대박입니다. 소중한 일상을 지켜야죠."
"이번에도 현실장님의 묘수가 적중했네요?"
"아닙니다. 이번에는 부사장님의 휴먼스토리가 세계를 감동시킨 것입니다."
"고마워요. 아 참. 현실장님은 군복무 어디서 했어요?"
"아.. 저는 그게.. 병역특례..라서.."
"네? 미필이었어요?"
뭐? 현자 미필이었어?
주위에 있던 직원들의 눈이 똥그래진다. 제니의 뜬금포가 직원들의 포문을 열었다. 기회는 이때다.
"군대 안 갔다 왔대.. 와.. 남자가 말야!"
"실장님. 군대도 안 가고 군사업해도 되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봐요. 돈 주고 뺐죠?"
"어쩐지 군대 얘기 한번도 안 하시더라."
"아.. 저기. 여러분! 저는 군대처럼 하자 어쩌고 저쩌고 안 하잖아요? 저한테 왜들 그래요? 아하하"
이때 제니의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이래서 미필은 안 된다니까! 아유 정말!"
현자는 그렇게 팀원들에게 나약한 미필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대가로 분위기는 훈훈해져만 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니는 즐겁다. 늘 완벽해 보이던 현자의 허점을 발견한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하는가?
헛된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하는가?
경험은 시각이 덧붙여지면 새로운 의지가 된다.
의지가 작동하는 순간 그때부터 의미가 더해진다.
의미가 되어주는 것은 어떤 한순간의 계기 때문이다.
하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
오늘도..
P.S. 그니깐 아무 걱정 마. 이 아메바 단세포들. 돈 워리라잖아! 소위 김하진이 돈 걱정 하는가 봤어? 봤냐구?
소중한 일상에 돈 걱정 싹 사라지는 초단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