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회사의 어른.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Part 1. 꼰대력. 악의가 아니라 관성의 문제

by 초맹


잘못해도 면죄부가 되는 이름.. 어른


"요즘 애들. 버르장머리가 없어. 라떼는 말이야!"

띠밤. 또 시작이다. 어른이 뭐 어른 같아야지. 나이만 처먹었다고 다 어른인가? 회사의 어른들. 왜 죄다 하나 같이 똑같을까? 왜 개꼰대들 밖에 없을까? 보면 스펙도 별거 없고, 아는 것도 없다. 시킬 줄이나 안다. 그 시킨 일도 매번 이랬다 저랬다다. 아무리 봐도 이 회사. 미래가 안 보인다. 그렇다. 어른들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른들은 회사를 망치려고 하지 않았다. 소위 요즘 애들보다 열심히 일했다. 회사에 인생을 바쳤다. 후배들에게도 잘 되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선의가 구조를 망가뜨렸다. 꼰대력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라떼는 말야!" 시작만 해도 짜증이 난다.


"라떼는 말이야!" 고통을 기준으로 삼은 문화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지금 3명이 하는 일, 라떼는 혼자 다 했어!"

늘상 듣는 말이다. 여기 함정이 있다. 경험의 공유도 아니다. 아무도 공감 못한다. 그냥 지 무용담 같다. 어른들은 이 무용담을 통해 고통을 기준으로 삼는다. 사내 환경 개선의 명분이 사라진다. 아니. 그게 당연한 거다.


아래 직원들의 문제 제기나 아이디어는 자신들이 겪어온 고통의 부정이다.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이를 덮으려 어른들은 요즘 애들의 근성을 문제 삼았다. 비효율은 쌓이고 쌓여 전통으로 계승된다.


어른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것 자체를 무기로 삼는다. 후배들을 조련시킬 권한과 권력으로 작용한다. 불필요함에도 쓸데없는 격식을 차리게 한다. 보고서나 기획안을 내밀면 일부러 놓는 빠꾸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사실상 권위를 보여주는 동시에 후배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지들의 역할이자 가르침이고 지도 행위라고 여기는 셈이다.


"나대지 마!" 침묵은 언제나 미덕

"말 많으면 찍힌다."

어른들은 이렇게 배웠다. 문제를 봐도 말하지 않았다. 부조리를 알아도 눈 감았다. 그것이 윗사람을 보필하는 길이라 믿었다. 나이 들면 갈등을 피하는 것이 성숙이라 믿었다. 아래서 들리는 하소연을 능력 없음으로 묵살했다. 귀를 막아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침묵은 무능한 리더를 보호했다. 잘못된 제도를 연장시켰다. 회사를 노쇠하게 만들었다. 패치 없는 오피스 게임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었다.


이 게임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외워라.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쓰윽.. 명절 인사입니다. "어른은 좀 받아도 돼!"


"자동 전가 시스템" 책임 없는 권한, 권한 없는 책임

사업이 좌초되거나 큰 일을 그르친다. 손실이 크다.

"적당히 팀장이나, 부장 하나 옷 벗기고 마무리 짓지."

"네? 수습은 그럼 어디서 어떻게.. 하는 게.."

"아이씨. 내가 그거까지 알려줘야 돼? 그 아랫것들 수습시키고, 사고 수습 잘한 애 팀장 올리면 되잖아!"


어른들이 만든 회사는 그랬다.

결정은 위에서! 책임은 아래에서!


이 구조에서, 위는 안전하고, 아래는 지치며, 중간은 소모된다. 이 시스템은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돌려막기로 사람을 닳게 만든다. 가끔 신기하게도 일은 진행되었는데, 결정한 놈이 아무도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는 적당히 꼬리를 자르는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시대가 아니다.

꼬리가 길면 잘린다. 어떻게든.


"니가 양보해!" 연공서열이 곧 성과

승진 때가 되면, 보상성 승진이 줄을 잇는다.

"김대리. 이번 과장 승진 차수지? 미안한데 고과 한 번만 양보하자."

"네?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박대리가 벌써 12년 다녔는데, 몇 번 물먹고 아직도 과장 못 달았잖아. 쟤 동기들 다 과장이고, 좀 있으면 차장 승진이네 이러고 있는데 우리가 챙겨줘야지."


"일 잘하면 고과 잘 받는 거고, 성과 낸 순으로 승진하는 거 아닌가요?"

"알아. 아는데. 김대리야. 넌 이번 승진 첫 차수지? 기회 또 있고 내년에 내가 챙겨줄게. 선배보다 먼저 치고 올라가도 좀 그래. 이번에 좀 양보하자. 한 팀이잖아."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아. 거 참. 야! 김대리! 팀플레이 좀 하자! 너 혼자 그렇게 잘 났어? 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거지. 이런 게 팀웍이야! 다들 그렇게 해 왔어!!"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권한이 생긴다. 자동으로 존중받는다. 자동으로 승진한다. 오토매틱 에스컬레이터다.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 배우지 않아도 된다. 질문하지 않아도 된다. 자리만 지키면 된다. 어른들은 신호를 줬다.


그러기에는 성과가 없지 않냐구? 아니다. 성과도 다 만들어 준다. 분명 일은 내가 했는데 쟤 성과가 되어 있다. 그래서 성과 가로채기가 유행이 된 것이다.


초리둥절란 상황. 일은 쟤가 하고 상은 얘가 받네?


"야근과 희생" 변치 않는 회사의 충성 방정식

회사에서 출근시간 만큼이나 성실의 척도로 따지는 게 있다. 바로 야근이다. 이는 회사를 위해 개인을 내려놓을 수 있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즉,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충성이라는 의미다. 어른들은 오래 일한 사람을 성실하다고 믿었다. 비효율적인 야근이 존경받게 되었다. 빨리 끝내는 사람은 오해를 받았다. 빨리 끝내고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눈치를 보기 십상이었다. 빨리 끝내는 건 성실한 게 아니니까.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일어나면 안 되니까. 어른들은 잘 쉬는 법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후배들이 지치거나 어려움을 토로할 때면, 어른들은 늘 말했다.

"요즘 애들 문제 많아. 마인드가 안 돼 있어."

"그러게. 일 좀 못해도 뭔가 근성이 있어야지."


누구도 구조의 문제를 개선하려 들지 않았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와 계속된 오피스 문화는 번아웃을 기본번들값으로 만들었다. 번아웃과 근로 시간문제가 대두되자, 어른들은 그때서야 밍기적거리며 칼퇴근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아. 우리가 빨리 가줘야지. 자꾸 앉아 있으니까 애들 못 가잖아. 허허"

"자아. 자. 시간 많은데 근처에서 한잔하고 가자구."

"아함. 할 건 많지만 사내문화에 기여해야 하니까 우린 먼저 갈게! 다들 일찍 가라구!"


문제는 5시에 일거리를 던지고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보자 하는 게 어른들의 기본 장착 스킬이다. 묻고 싶다. 정녕 쉬는 문화 차원인지? 니들만 쉬고 싶은 건지?


애들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우린 가자고!


"사회생활 다 그래!" 회사는 어른이의 세계관

"사회는 원래 그래. 너네 이제 어른이야! 어른!"

"언제까지 징징댈래? 회사생활 다 그렇지."

어른들은 말한다. 이 말은 설명이 아니라 종결이다. 교육이 아니라 통제다.


이 사고는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새로운 기준과 가치관을 미성숙으로 몰아간다.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어린이로 치부된다. 이해할 수 없는 톱니바퀴는 매일 돌아가고 있었다. 쳇바퀴 위에서 어른들을 위한 춤을 추느라 묻고 따질 시간도 없었다.

그렇다. 그냥 회사생활의 설정이 그랬다. 묻고 따지는 게 싫은 어른들은. 아니. 더 정확히는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던 어른들은 사회생활은 이런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모든 질문에 만능치트 답안을 만들어 냈다. 후배들의 질문과 이의제기가 불필요한 소음이라 여겼다. 이해해야 할 이슈가 아니었다. 나오지 않게 해야 하는 잡소음이자 귀찮음이었다.


[특별출연 정마온] 언제까지 징징댈래? 사회생활 이런지 몰랐어?


수많은 어른들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권한을 내려놓지 않았다. 쇼잉만이 남았다. 그 결과 다음 세대는 기회를 잃었다. 회사는 늙었다. 변화는 말뿐이었다.


어른들이 회사를 망친 방식은, 그렇게 해왔다는 관성적 이유였다. 어른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밥그릇을 지켜냈지만, 회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것은 관성, 침묵, 원래 그렇다는 말이 다였다. 그리고 이제 그 대가는 다음 세대가 치르고 있다.


하여, 얼은이들아.

서울에 아파트 샀고, 자식 웬만큼 다 키웠으면,

그리고 더 보여줄 스킬이 안 남았다면,

이제 그만하고 꺼져라.

오피스 게임 패치할 시간이다.


P.S. 회사에 이상한 어른들이 많을 때 읽기 좋은 책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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