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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r 11. 2024

재택근무 싫어하는 회사의 진짜 속내

기술과 공간, 심리가 결합된 회사의 최첨단 감시


지배의 기본은 감시에서 시작되는 법


문명과 기술의 발달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 세상은 더욱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일상 자체가 복잡해 다른 것들은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을 지경이다. 반면 감시는 더욱 은밀하게 지능화되고 있다. 문명과 기술도 그대로 녹아든다.


동인도 회사는 대놓고 모든 것을 살벌하게 지배해 왔다. 이후 동인도 회사의 모체는 현대판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무늬만 변했을 뿐 실상은 다르지 않다. 대놓고 하던 감시가 은밀해졌을 뿐이다.


앞서 근무환경에 퍼져 있던 회사의 감시에 대해 들여다봤다면, 이번에는 기술과 심리를 잘 버무린 감시 결정체를 파헤쳐 본다. (전편 : 회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설마..)


대기발령. 이 정도면 감시가 아니라 감금인가?


시스템 감시

자본주의와 기술 문명이 결합된 감시의 결정판이다. 바이러스나 유해 차단 명목으로 회사 인터넷은 안 들어가지는 사이트가 많다. 근데 자세히 보면 차단된 사이트는 주식, 부동산, 웹툰, 소설 이런 것이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 내면의 자유로 향하는 열린 세상을 회사 안에서는 철저히 차단해 버린다.


메신저나 메일은 사내용만 사용 가능하다. 카톡, 네이버 메일 이런 건 기본 차단이다. 일 안 하고 딴짓할까 봐? 아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못 쓰게 하는 것이다.


사내용을 쓴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메일이 오가는지 시스템에서 다 볼 수 있게 된다. 이 핵심 기술의 원천이 되는 데이터는 바로 로그다. 많이 들어봤지? 로그? 존 네이피어가 창안한 지수 함수의 역함수 로그 말고. 통나무의 나이테를 가리키는 그 로그를 말한다.


여러분! 신나는 오피스 게임 브이로그입니다!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로그다. 블로그, 브이로그, 로그인, 로그아웃 이런 거. "저 들어왔어요." 한 번 새기고, "저 나갔어요." 한 번 새기는 것이다.


로그는 기록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IT 기술자들이 시스템 오류 해결용으로 사용했다. 시스템의 문제나 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일일이 찾기 어려워, 수행 동작들을 자동 기록시켰다. 로그의 응용은 마케팅 분야로 이어졌다. 다양한 활동들을 수집하여 분석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용도가 확장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을 보고, "옳거니!" 무릎을 탁 친다! "그럼 누가 언제 누구와 무슨 얘기했는지도 시스템에 싹 다 저장해 버리면 되겠네?" 회사의 응용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 원리는 바로 로그다. 로그를 더 남겨서 모조리 기록하면 된다. 이를 위해 시스템 투자를 한다. 로그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분배해 주는 시스템도 만들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까지 만든다. 세세하게 경고, 필터링, 검색 등 감시에 유용한 기능을 넣는다. 심지어 알고리즘도 만들어 탑재한다. 누가 감시 요주 인물인지 이제는 알고리즘화 시킨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감시 화면 메인에 등극하면 조회수가 떡상한다. 뒤통수는 점점 따가워지게 된다. 심지어 불려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력서 하나 작성하거나 어디 보내면, 경고가 뜨고 HR팀, 팀장에게 통보가 간다. 그러다 이직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낙인이 찍힌다. 메신저로 동료에게 “때려치고 싶어! 딴 데 알아봐야지.” 하면, 이상하게 다음날 팀장님이 잘해주지 않던가? 우연이 아니다. 회사는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 편리하게 시스템을 통해 감시한다.


아닌 것 같으면 생각해 보자. 브런치 서랍장에 글을 저장하고 가만있으면 글 올리라고 알람이 온다. 글 쓴 지 오래되면 보고 싶다며 또 알람이 온다. 어떻게 알았지? 다 로그를 기록해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기술들이다.


요고 봐라.. 혹시나 했더니, 자리 비움이네..


로그를 이용하면 감시가 가능해진다. 실제 그렇게 시스템을 운영한다. 누가 누구와 친한지, 몇 시에 무슨 대화를 했는지, 어제 프린터 출력본이 자녀 과제인지까지도..


“우리 일상은 브이로그, 회사에서는 감시로그다.”


메일, 메신저, 회사 통신망에서는 무조건 예쁘고 고운 말만 쓰자! 다음 공식을 외워두면 유용하다.

초맹의 감시로그 상수 법칙
공식 : loga예쁜말 = 해제, loga나쁜말 = 감시

감시 작동 예문 : 김과장 걔 짜증나게 왜 일을 그 따위로 해? 과장이면 다야? 재수없게..

감시 해제 변환 : 김과장님의 업무 처리는 늘 훌륭하지만, 이번 건은 신중한 리뷰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과장의 역할과 도리를 되새기고 시대적 사명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신의 가호와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공간 감시

사람이 감시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옛날에는 주인의 충성스러운 심복들이 눈을 부릅뜬 채 노비들을 지켜봤다. 마음에 안 들면 매질을 했다. 인권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없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존재한다. 문명의 발달과 인식의 변화로 그 모습이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진화했을 뿐이다. 


사람에 의한 감시는 여전히 가장 막강한 수단이다. 정교하지 않아 왜곡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쉽다. 자칫 레이더에 잘못 포착된 캐릭터는 한방에 날라가기도 한다.


방법은 은밀하게 진행된다. 회사는 관리자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사실 관리자들도 잘 모른다. 자신이 감시를 하는 것인지, 일을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이미 이들에게는 팀워크, 리더십, 모티베이션, 조직성과 이런 멋진 단어로 실체를 물타기 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사람 감시는 철저히 공간을 이용한다. 은밀하게 공간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한다.


팀장들의 자리는 왜 구석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괜히 거기 있는 게 아니다. 지리적으로 구석은 출입구에서 가장 멀다. 이는 유사시 방어에 유리하고, 한눈에 전체가 보이는 입지이기 때문이다. 전체를 빠르게 본다는 것은 공격에서 유리한 상황이 된다.


반면 입구 자리는 어떤가? 아무나 와서 쉽게 말을 건다. 심리적 장벽이 가장 낮은 곳이 바로 입구이다. 접근이 수월하다. 그래서 입구 자리에 앉으면 자동으로 부서 안내데스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팀장 자리가 정중앙이나 입구 쪽이라고 생각해 보자. 수시로 고개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감시가 쉽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자연스럽게 팀장이 감시당하는 반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재택근무라 아무도 없네? 맘에 안 든단 말이지..


코로나 시기. 모두가 재택근무를 했다. 수많은 학자들은 초연결 시대, 공간의 파괴를 외쳤다. 오피스의 종말론을 예고했다. 코로나 이후 근무환경은 달라질 것이라 전망하였다. 회사는 임대료를 아끼고 공간과 비용을 절감하고자 공유 오피스로 몰릴 것이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될 것이다. 듣도보도 못한 박사님들이 너도나도 저명하게 떠들어댔다. 그 말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을 벗어났다. 이제 오피스는 무너졌다! 어차피 재택근무 시대다! 건물주는 더 이상 조물주가 아니다! 디지털 노마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빠르게 늘던 공유 오피스는 줄도산하고 있다. 건물주의 위상은 변함없다. 회사는 임대료가 늘자 건물을 사 버리고 땅을 매입했다. 본점 외에도 거점 오피스까지 마련하며 오히려 임대료를 더 쓰고 있다. 그 정도로 재택을 싫어한다. 회사는 오피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개방적인 미국, 유럽의 회사들도 재택을 없애거나 최소로 하고 있다. 그때 시공간 파괴를 외쳤던 학자들은 크게 한 몫 땡기고는 어째 요새 다들 조용하다.


여튼 코로나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후 속속 회사로 복귀시켰다. 눈에서 안 보인다고 업무 진행이 안 되거나 실적이 나빠졌다는 근거는 없다. 그럼 뭐 하러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나오게 만드는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로는 화합과 소통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직접 보고 얘기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근데 그건 그냥 하는 말이다.


실은 불안해서다. 눈에서 안 보이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한 사람들은 임원과 관리자들이다. 임원들은 사무실에 나와봐도 사람이 없으니 왕놀이도 못하고 재미가 없다. 시중 들 노비도 없다. 디지털, 화상회의.. 익숙하지도 않고 하려니 힘들다. 재택 하자니 사실 할 일도 없다. 관리자들은 불안하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누가 놀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가 안 되니 답답하다. 참견과 컨펌질이 줄어든다. 마치 자신들의 일이 없어지는 것 같다. 영향력이 닿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렇다. 노비들이 안 보이면 그들은 존재 가치가 없다. 코로나 기간 이들은 깨달았다. '임원이나 관리자가 없어도 회사는 노비들에 의해 돌아간다!'

바로 이 깨달음이 불안의 원인이다. 두렵다. 들키면 안 된다. 불안을 없애야 한다. 입지를 다져야 한다. 지배를 공고히 해야 한다. 그래 정답은 오피스다!


결국 자신들의 내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을 굳이 한 공간에 불러 모은다. 오피스 게임은 이렇게 계속된다.


관리자들의 모니터 엿보기는 어제오늘 스킬이 아니다.


관리자는 현실적으로 혼자 모든 팀원들을 감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른팔, 왼팔을 두고 위임한다. 선임, 후임을 묶어 같은 일을 배정하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한다. 이는 의도했던 아니던 탁월한 견제와 감시 효과를 가진다. 서로 일을 같이 하면 누군가는 보조를 맞추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옆자리에 붙여 앉게 한다. 공간을 이용한 상호 감시 효과다. 이들은 서로 일을 하며 계속 얘기를 하게 되어 있다. 모니터도 같이 보는 일이 빈번하다. 서로 업무 체크도 수시로 하기 때문에, 일의 속도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 여차하면 관리자에게 그대로 보고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어떤가? 공간 감시를 십분 활용하려면 일단 오피스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감시는 오피스 안에서 비로소 완벽해진다. 공간이 곧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새로운 실세의 등장과 대기발령의 엇갈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벽 보고 앉게 한다는 말.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본 적 있을 것이다. 맞다. 전형적으로 내보내기 위해 하는 수법이다.


그 원리는 불안감을 조성하여 심리적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느낌이 든다. 등 뒤로 뭘 하는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차단당한 느낌. 쓸모없는 느낌. 아무도 찾지 않는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괴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입방아. 적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 전쟁터. 이렇게 불안감이 증폭하게 된다. 멘탈이 박살난다. 못 버틴다. 퇴사한다. 끝. 이게 회사가 노리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꽤 잘 먹힌다.


만약 이 무대가 오피스가 아니라 재택이라면? 아마 그렇게까지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적지가 아닌 나의 스테이지기 때문이다. 대기발령인데 재택? 오히려 얼씨구나 잘 됐다. 땡큐베리머치다. 더러운 꼴 안 봐도 된다. 속편하게 밀린 드라마나 정주행하자. 어떤가? 회사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오피스가 아니면 다 소용없다. 회사는 지배를 위해 오피스라는 성지를 포기하지 못한다.


대기발령이나 자리배치. 모두 공간을 이용해 벌이는 심리 트릭들이다.


공간을 보면 알 수 있다.

회사는 여러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장 오늘부터 찾아보자.

나를 감시하고 있는 그 은밀한 것들에 대하여..


머지않은 미래. AI 인공지능 로봇이 돌아다니며 감시를 대행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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