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맹 Mar 07. 2024

회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설마..

오피스 게임의 감시 설정


모든 것은 너희를 감시하고 있다!


출근해서 사원증을 태그한다. 삐익! 문이 열린다.

오피스에는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사무용품, 비품, 회사에서 알아서 채워준다. 복합기가 고장나면 알아서 고쳐준다. 노트북은 때 되면 새거로 바꿔준다. 나름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회사 메일, 메신저, 인트라넷도 제법 괜찮다. 업무로 돈 쓸 일이 생기면 법인카드를 지급해 준다. 외근은 회사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업무 공간도 모두 평등하다. 윗사람들이 좋은 위치 차지하는게 조금의 불만일 뿐..


오피스 게임의 환경. 모두 회사가 마련해 준다.


당연한 거 아냐? 일 시키려면 업무 환경을 마련해 줘야지! 그럼 내돈내일 하라는 거야? 맞다. 이런 반응은 이미 예상했다. 그럼 이게 뭐? 뭐가 이상한데?


모든 업무 환경을 제공해 주는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는 생각지 못한 온갖 감시 장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알아! 안다구! CCTV?" 이런 생각이면 오산이다. CCTV는 대게 방범용이지 직원 감시용이 아니다. 물론 CCTV는 감시 장치지만 보통 사무실 안에는 없다. (설치 못한다.)


회사는 눈에 보이는 그런 뻔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근. 무. 환. 경.' 지금부터 그것을 돌아봐라. 거기 모두 스며들어 있다. 겉으로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하는 것 같지만 이면의 목적과 이유가 따로 존재한다.


이동 경로와 시간 감시

사무실 입구에서 흔히 태그를 하는 이유는 낯선 사람이나 잡상인이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시설과 직원 보호 그리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셈이다. 뭐 회사 얘기로는 그렇다고 한다.


직원 보호? 회사 밖이 더 안전하던데..


내 집에 남이 함부로 못 들어오게 하는 건 당연하잖아? 과연 그럴까? 우리는 항상 그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출근시간이 임박하면 반사적으로 뛰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근면성실해서 지각은 절대 안 된다는 신념으로 뛰는가? 아니다. 시간이 찍히니까 뛰는 것이다. 맞다. 출입태그를 하는 이유는 제 시간에 출근하는지, 자리는 얼마나 비우는지, 퇴근은 언제 하는지,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사무실 출입은 회사마다 조금 다르다. 큰 회사로 갈수록 입구에 게이트를 놓고 사원증을 태그한다. 사무실 출입문도 태그나 지문으로 한다. 보통 출근 시간에만 목이 메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들락날락하는 모든 시간은 다 찍히고 있다. 참고로 도어락 비번 누르는 곳은 아직 안심해도 된다.


나가서 언제 들어오나 한번 볼까?


법인카드와 회사 차량은 근무 편의 제공이 아니다. 회사 밖에서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수단이다.

법카는 사용 시간부터 어디가서 뭐 먹었는지 다 기록된다.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맛집 취향부터 거래처에 무엇을 사들고 가는지 스타일까지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법카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내 정보를 가져다 바치는 것이다. 당연히 이상한 곳에 사용하면 안 되겠지만, 굳이 쓸 일 없다면 안 쓰는게 최고다.  


회사 차량의 블랙 박스는 사고 났을 때를 대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네비에 무심코 찍은 이동경로부터 블랙 박스에서 기록되는 뒷담 내용들까지 고스란히 나온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권장한다. 만일 회사 차로 운전할 일이 있다면 네비는 무조건 폰에 달린 것을 쓰자. 차 안에서 대화는 가급적 하지 말되, 하려면 회사와 윗분들의 칭송만 하면 되겠다. 뒷담은 내려서 하자.


족쇄 차단 감시

회사는 사무용품부터 여러 업무용 장비들을 지급해 준다. 다른 건 볼 것 없다. 프로토타입 개발 중인 상품이나 노트북 이게 핵심이다. 어디 S사 중국에 몇 백억 기술 팔아 넘겼네.. 이런 것들을 인용하며 보안이라는 목적을 들이민다. 즉,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지급해 주는 것이다. 물론 내꺼 아니면 함부로 들고 나가서는 안 된다.


근데 여기서 가만 생각해 보자.. 일반 실무자들이 들고 나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핵심 기술이나 비밀스러운게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일로 사고치는 사람들은 보통 고위 관리자나 임원이다. 그런 고급 정보나 기술 자료는 아랫물까지 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냥 온갖 족쇄는 노비들에게만 채운다.


사무용 컴퓨터에는 무수한 각종 보안 프로그램들이 하루 종일 삐걱대며 돌아간다. 그래서 회사 컴은 항상 느리고 버벅대는 것이다. 아닌 것 같으면 설치 프로그램 목록을 보라. 이건 삭제도 안 된다. 근데 임원들이 불편하다고 노발대발 하면, 가서 친절하게 프로그램도 지워주고 그런다. 사실 이게 수백억 중국 기술유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건 내돈내산인데 왜 못 가져가게 해요?


이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 동안 일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새회사에서 참고하려 한다. 그러나 회사는 대외비와 영업비밀을 내세워 못 가지고 가게 한다. 또한 이미 프로그램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다.


근데 정말 중요해서 그럴까? 뭔가 문제가 심각하게 일어나는가? 아니다. 그냥 딴데 가서 잘 되는게 배 아프고 싫어서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엄밀히 법대로는 안 되는게 맞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일해 준 모든 것들은 생산품이고 회사 소유다. 노비는 일단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더 웃긴 건 퇴사할 때는 못 가지고 나가게 하면서, 다른데서 온 경력직들이 이전 회사 자료를 들고 오면 아주 좋아한다. 문익점이 붓두껍에 목화씨 숨겨 온 것 마냥 대우해 준다. 이런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실은 그냥 길거리에 널린 목화를 주워 온 것이고, 반출 금지 품목도 아니었다. 다 나중에 미화된 거다.)


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그럼 왜 굳이 귀족들 말고 노비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일까? 피지배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감시와 차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를 큰 거 한 방을 막기 위해, 애초에 자잘한 소음부터 미리 차단한다.

"우리 회사는 연차를 강제 삭제해요."

공지사항 캡쳐라도 하나 떠서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어디 블라인드에 올려 하소연 하는 것. 이런 잡음이 번질까 봐 미연에 막으려는 것이다.


그 진원지로 회사가 항상 예의주시하는 것은 바로 누구일까? 회사가 근무 환경 중 가장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여러분이다!


이전 12화 우리 팀에 항상 사람이 모자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