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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r 21. 2024

우리 팀에 항상 사람이 모자란 이유

인건비를 낮춰라! 채용 절감 방법론


도대체 사람을 왜 안 뽑아주냐고!!


인사팀. 입사하면 가장 먼저 거치는 곳이다. HR팀, 인사팀, 인재개발팀, 인재성장팀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 같은 거다. 인사팀은 인사를 가장 잘한다. 자기들이 회사의 얼굴이자 이미지라 여긴다. 대부분 비주얼도 수려하다. 복장도 단정하다. 항상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려 노력하는 이들은 매우 친절하다.


인사팀은 채용부터 복리후생, 성과, 교육, 보상, 4대 보험, 급여, 퇴직, 고충 상담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직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힐러 역할이다.


그렇다.. 그렇댄다.. 이건 오피셜한 설명이다.


맑고 환한 미소. 인사팀은 인사를 잘 한다.


오피스 게임에는 회사를 호위하기 위한 친위대가 있다. 그중 탑은 바로 인사팀이다. 외형상 힐러로 보이지만 이들은 오피스 게임 세계관 극강 딜러이다.


기본 장착 패시브 '친근한 미소'를 뒤로 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 이들은 무척 바쁘다. 정말 바쁘다. 진짜다. 서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일상이 사냥이다. 사람 사냥. 밀린 채용 건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다.


한 명 채용하는데 받는 이력서가 최소 10장이 넘어간다. 5~6명만 채용해도 이력서 100장은 봐야 한다. 면접 볼 사람 추려낸다. 전화 돌린다. 시간 맞춰 면접장 안내한다. 그러고도 선발 안 되면, 채용공고 다시 띄워야 한다. 이쯤 되면 안 뽑은 그 부서 팀장이 원망스럽다. 적당히 좀 보고 뽑지. 끝이 안 난다.


퇴사할 사람, 고충 상담 대기자도 틈틈이 만나봐야 한다. 입사한 사람 보험 가입부터 회사 안내에 정신이 없다. 그래서 스케줄은 맨날 꼬여 있다.


그 와중에 정기적으로 직원 교육도 챙긴다. 고과철이나 사내 행사 시즌. 야근은 일상이 된다. 캠퍼스 리쿠르팅이라도 하는 날에는 파김치 녹초가 된다.


면접 언제 가능하세요? 오늘만 20통 넘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상이 이 정도다. 역시 주 업무는 따로 있다. 그들의 모든 회의는 다 비밀이다. 비밀이 가장 많이 숨어 있는 곳이다. 이들은 인사팀이 되는 순간부터 철저히 세뇌받는다.


'인사팀의 모든 것은 다 비밀이다.'


최대 관심사는 인건비! HR의 KPI에는 항상 인건비 절감이 따라다닌다.

이들의 사명은 인건비를 낮추는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한다. 인사팀은 늘 남몰래 계산기를 두들긴다. 심지어 몇 년 후 예상치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인건비 낮출 방안을 만들고 여러 가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방법도 아주 다양하다. 수준 높은 지능과 창조적 발상은 여기서 그 진가가 나온다.


예전에는 퇴직금 포함 1/13 스킬이 유행했다고 한다.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월급 지급하는 것을, 퇴직금 1개월치 직원 납부로 돌려 1/13로 후려치는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의 항의 속에 이 스킬은 결국 반칙으로 판명 나면서 패치가 되었다. 현 오피스 게임 버전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이는 인사라떼들의 역대급 인건비 절감 고전 스킬로 전해지고 있다.


인사팀의 프린터 독점률은 독보적인 회사 1위다.


인건비를 낮추는 스킬은 각 HR 업무 분야별로 상이하다. 여기서는 채용에 대한 것만 다루기로 한다.


신입사원의 주요 업무 배치

과장급이 퇴사한 부서에 신입사원을 뽑아서 보내준다. 이 엔빵(1/n) 스킬은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짜리 과장이 퇴사를 하는 부서가 있다. 그 부서에서는 인사팀에 채용을 요청한다. 상식적으로 결원 채용은 엇비슷한 급을 뽑아줘야 한다. 근데 신입사원이나 대리를 뽑아주는 것이다. 여기서 연봉이 3,500만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최소 20~30% 낮추게 되는 셈이다.


"과장 한 명 나간 거랑 신입 보내주는 게 같아요?"

현업에서는 항의한다. 1명 나갔으니 1명 뽑아주지 않았냐는 엔빵 논리로 이를 잠재운다. 다른 부서는 못 뽑아준데도 있다며.. 평사원이 퇴사하면 계약직으로 낮춰 채용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용 규모 줄이기

신입사원 적게 뽑는 거 생각했는가? 평소에 100명 뽑는 신입사원을 20명 뽑으면 80명 치가 절감된다. 좋은 방법이다. 근데 이건 스킬이 아니라 기본 번들값이다. 채용 도중에 인원을 줄이는 기망술이 있다.


채용 공고에서 7~8개 포지션을 설명하고, '총 ㅇㅇ명' 이렇게 된 인원수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늘 생각한다. '아! 두 자릿수 인원을 뽑는구나!' 일단 맞다. 다만 두 자릿수는 10~99까지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명에 근접하다. 그런데 ㅇㅇ명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선발인원이 많아 보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아니다. 이건 표면적인 거다. 근본적인 이유는 채용 과정에서 인원 줄이려고 간 보는 것이다. 가령 '이 사람 한 명이면 두 명치 시킬 수 있겠네..?' 이런 계산이 나오는 순간 인원을 줄인다.


채용 요청 부서에서 필요 인원을 말해 줬을 건데, 저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ㅇㅇ명이라고 공고가 나는 건, 한 포지션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묶어 패키지 채용을 하는 것이다. 채용 요청 부서는 자기 팀 필요 인원 밖에 모른다. 전체 현황은 인사팀만 안다.


내부적으로는 채용 과정들을 지켜보며, 채용을 기다리는 부서들을 저울질한다. '지원자가 많지 않다.',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찔러본다. 낚이는 각이 보이면 인원을 줄인다. '마케팅팀은 2명 해 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별로니 1명만 하자.', '일단 이번에는 1명 받으시고, 다음에 검토해 주겠다.' 이렇게 해서 채용 중간에도 줄인다. 그래서 정확한 인원을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어찌 되겠는가? 당초 채용 요청 부서 티오의 합이 20명이었다면, 10명에 끝내고 채용 예산 대비 50% 절감으로 실적을 잡는다. 잘했다고 칭찬받는다.


채용 진행 과정에서 회사 안팎을 다 상대하며 인건비를 줄여내는 놀라운 스킬이다. 기억하자! ㅇㅇ명은 속편하게 10명이다.


면접 안내. 펑크각 재느라 시간에 무척 예민하다.


채용 딜레이

말 그대로 채용을 미루는 것이다. 매우 유용한 기술 중 하나다. 퇴사자가 발생하는 부서는 인사에 충원요청을 한다. 이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퇴사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뽑아주고 인수인계를 받게 하는 인사노무 관리론 같은 방법이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퇴사를 밝히는 경우 이 시나리오로 가게 된다. (악질이면 일부러 채용을 미루기도 한다.)


급하게 나가는 사람도 있다. '이번주까지만 나올께요.' 하는 부류가 여기 속한다. 그렇게 되면 채용할 시간이 없다. 이 경우 기존에 일하던 사람에게 인수인계를 받게 한다. 이는 임시적인 방법이다. 그다음 채용을 진행하고 새로 온 사람이 인수인계를 다시 받으면 된다.


이런 우연한 상황을 수 차례 체험하며 배우게 된다.

'채용을 미루다가 하게 되면, 최소 몇 개월치 월급이 세이브된다!'

부서에서 채용을 3개월 전에 요청하던 1주 전에 요청하던 중요하지 않다. 일단 알았다고 한 다음, 혹시 모르니 그 부서에 일하는 누군가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하도록 한다. 채용은 결원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한다. 그럼 최소 1개월치 월급이 세이브된다.


채용을 더 미룰 수도 있다. '다른 부서도 채용 건이 있는데 다음 달에 한 번에 같이 진행합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 2개월치 월급이 세이브된다.


채용을 하면서 사람이 잘 안 구해진다는 핑계로 1~2개월 더 미루면? 이런 방법으로 6개월치 이상의 월급도 세이브할 수 있다. 물론 그 부서에서는 십시일반 몸빵을 하고 있거나, 그 부서 전용 배터리가 이 악물고 그 일을 도맡으며 버티고 있을 것이다. 대개는 후자다.


팀장은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자. 곧 새로 사람 올 거다.' 하면서도 똥줄이 탄다. 팀원들은 계속 오만상이다. 그러나 인사팀은 거기 관심 없다. 얼마나 더 버티다가 뽑아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근데 인사팀의 결원은 바로 충원된다. 거긴 참 잘 뽑히나 보다.


티오 날리기

티오 날리기는 결원이 나면 티오 자체를 날려버리는 방법이다. 처음부터 충원을 거부하고 티오를 날리면 집단 반발이 터진다. 그래서 티오 날리기는 채용 딜레이 이후 연속기로 사용한다. 채용 딜레이는 보통 티오 날리기까지 염두에 두고 시전 한다. 결원 충원을 바로 해 주지 않고 기다리면 찬스가 난다.


가령 충원 대상 부서의 장이 바뀌면 채용이 없는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인사팀과 커뮤니케이션 한 건, 전 팀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신임 팀장이 인사팀에 충원을 다시 요청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필요성을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서 내 업무 조정을 해달라고 한다. 이런 형태로 시간을 질질 끌거나 묵살해 버린다. 신임 팀장들의 교섭력이 약한 점을 십분 활용한다. 이렇게 6개월, 1년이 지나면 원래 있던 충원 건은 초기화된다.


티오를 날리는 다른 방법은 조직개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조직개편은 티오를 날릴 수 있는 최대의 찬스다. 개편을 하게 되면 팀들이 서로 합쳐지거나 나눠지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묘한 혼란기가 온다. 이때를 교묘히 비집고 들어간다. 업무도 재편되니 효율화를 하라며 티오를 날려 버린다.


뽑아줘! 사람 뽑아달라고! 언제 뽑아줄꺼야?


'인원은 부족해도 된다. 그러나 넘치면 안 된다.'

오피스 게임 휴먼 리소스 편의 기본 설정이다!


오늘도 모든 오피스에는 사람이 없다고 난리를 친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데 말이다. 참 이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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