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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r 04. 2024

회사에서 무조건 친해져야 하는 사람!

내게 관심없는 사람은 꼭 다가가야 하는 사람


찾아보면 어딘가에 찐은 있기 마련!


회사가 처음 나를 파악하는 1년의 기간. 간파 당하지 않고 적응을 마치는 동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방법이 있다.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을 찾아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사람은 거르기가 우선이다. 이전 설명(이직 후 무조건 걸러야 할 사람은?)에서 그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여기까지 잘 해냈다면 그 다음은 진짜배기를 찾아내야 한다. 눈 여겨봐야 되는 캐릭터들이 있다. 이들은 절대 먼저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이다.


오피스 맵을 기웃거리며 찾아보자. 누가 착한 애인지..


눈 여겨볼 캐릭터 Top 3는 다음 유형이다. 이들은 친해지면 무조건 유리하다.


퇴사예정자 : "난 곧 떠나.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어!"

주변에 냉기가 흐른다. 사람이 잘 오지 않는다. 말이 별로 없다. 처음 와서 보면 언뜻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퇴사할 사람이란다. 곧 나갈 사람인데 친해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이 이들을 일단 거르고 본다. 그러나 잘못하고 있는거다. 이들이 1순위인 이유는 여기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일단 말이라도 붙여봐야 한다.


퇴사할 사람은 스킬, 공격력 이런게 필요없다. 일단 나가는 그날까지 무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들이 잘 다가가지 않는다. 전투력 높은 사람들도 이들에게는 각별히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대들도 이들 앞에서 다소곳해지며, 꼰대들도 말을 걸지 않는다. 팀장님은 쟤 언제 나가나 눈치만 살핀다.


짐 정리 도와 드릴께요. 같이 일하면 더 좋았을 텐데..


퇴사 예정자는 보통 시니컬하고 냉소적이며 매사가 귀찮다. 별로 하는게 없어 시간도 잘 안 간다. 퇴사할 사람에게 다가가려 한다면, 이를 감지한 주위 직원들이 커트를 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은근슬쩍이라도 다가가야 한다.


이들에게는 의외로 많은 정보를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맵에서 조심해야 할 괴수들 리스트, 전반적인 팀 분위기 찐패치 버전, 각종 히스토리 매뉴얼, 숨겨진 보물 지도, 인수인계 안 한 비밀 레시피 같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곧 나가기 때문에 아무 뒤탈이 없다. 또한 나에게 마지막 굿럭을 빌어주며, 숨어있는 장인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이제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 맵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른 공략하자!

 


장인 : "경쟁? 그런건 너네끼리 해! 내가 믿는 건 내 실력 뿐이야!"

일단 차림새가 남루하다. 여캐는 뿔테 안경에 머리끈을 질끈 동여매고 의자 위에 공중부양 자세로 앉아있다. 남캐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츄리닝 바람인 경우도 있다. 엉덩이가 무겁다. 한번 가부좌를 틀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귀에는 이어폰 깊게 꽂은 채로 세상과의 소음을 단절한다. 주로 구석진 곳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자리에 뭐가 많다. 목배게, 무릎담요, 조금 남은 커피 텀블러, 에너지 음료, 먹다 남은 간식, 비상용 컵라면, 보다 만 책, 선풍기, 가습기, 멀티 충전기 등등.. 그렇다. 자취방을 연상케 한다. 의자에 앉은 건지 누운 건지, 경계가 애매한 자세를 취한다. 똑같은 자세로 업무, 간식, 식사, 휴식, 취침 모든 것을 해결한다.


자리에 앉은 채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한 그들은 장인이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이들이지만, 의외로 여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 뭔가 부탁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인상 쓰고 틱틱거린다. 잘 웃지 않는다.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이들을 제껴버리는 우를 범한다. 그러나 이들의 언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성격 파탄자라서가 아니다. 남들이 한 가지를 부탁할 때 열 가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딜 이런 답답한 소리를!"

이들에게는 보인다. 그렇다. 그들은 장인이다.

속세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선의나 악의도 없다.


맡은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라도 끝까지 부셔버리는 캐릭터다. 가끔 계란이 바위를 부술 때도 있다.

"이제 그만! 참 잘했어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런 건 소용없다. 자기가 맘에 들어야 한다.


이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회의실에 도달했을 때는 여러 명의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밖에서 지켜보면 줄줄히 격파 당해 고개를 떨구는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스테이지가 열렸다 하면, 혼자서도 능히 열을 상대해 내는 '장.인.'이기 때문이다.


장인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바로 '프.로.페.셔.널!' 이다. 주사용 스킬은 커트이다. 업무 요청을 전문성 있게 자르는데 매우 능하다.

"요청하신대로 수정하면, ETL 배치돌 때 다른 엔진 다 페일오버 나요. 그럼 EKS가 인시던트 감지하고 다시 롤백하죠. EC2로 하면 아키텍트 새로 해야 되고, 나중 생각하면 엘라스틱서치 인티그레이션해서 ECS로 묶어야 하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면 그래피큐엘은 애매해져요. 자아.. 어떻게 하란 거에요?"

상대는 몰라서 어버버하다가 고개를 떨구며 패배를 당하고 돌아간다.


항상 부탁받는 포지션에서 오는 삽질을 일상으로 경험하는 그들. 너도 나도 등에 빨대를 꽂으려 하기 때문에 방어 패시브를 기본 장착하고 있다. 초반 접근이 어렵지만 의외로 공략은 쉽다. 그냥 가서 많이 물어보고 리액션을 아주 찰지게 쳐주면 된다.

"오아! 오아! 이거 아무도 모르던데, 어떻게 다 아시는 거에요? 치트키 들고 다니세영? 와.. 폼 미쳤당.."

그러면 갑자기 머쓱해지며 그 쑥스러움에 볼에는 홍조가 돌고 소녀 감성이 나온다. 방어력이 해제된다.


이들과 가까워지면 많은 페이버를 누릴 수 있다. 뒤로 몰래 도와주기. 어려운 일 쉽게 만들어주기. 한개 할거 열개 해 주기 등이다.

"저.. 요거 차트 보는게 좀 어려워서 그러는데요. 여기 기능 하나만 고쳐도 훨씬 나을 것 같아영. 헤헤"

"어디보자.. 이거 이제 올드한데 이 참에 아예 싹 다 새로 만들어 버리죠 뭐."

"앗? 그럼 넘 어려운 거 아니에요?"

"후후. 세상에 안 되는게 어딨습니까? 제가 하면 다 됩니다."

"아..제가 방법이라도 알면 좀 도와드릴텐데.."

“후후. 모르셔도 되구요. 다 알아서 해 둘테니 가서 산책이나 하다 오세요.”

장인은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이에게만 베풀어 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


부캐 : "미래를 걸려면 너 자신에게 걸어라!"

언뜻 봐서는 티나지 않는다. 무리 중에 적당히 섞여 있는 원오브뎀으로 보인다. 잘 찾아야 한다. 거기 없을 수도 있다. 이들은 평범하다. 평범한 용모, 평범한 말투.. 다 페이크다. 눈에 안 띄려고 기본셋을 중간으로 세팅해 두어서 그런 것이다.


주사용 스킬은 워프다. 중간에 언제든 조용히 도포깃을 휘날리며 오피스 주변으로 마실을 다녀온다. 퇴근시간 1분 후. 뒤돌아보면 자리는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사람은 이미 자리에 없다.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어렵게 하지도 않는다. 업무 얘기에만 절대 한정한다. 주제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어디서나 일잘러로 통하는 이들. 일처리도 깔끔하고 정확하다. 민폐도 없고 과시도 없다.


특이한 건 서로 분야가 전혀 다른 업무를 5개 이상 광대역으로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 방어, 기술, 마법 모든 스킬이 다 준수하다. 그래서 이들은 멀티 플레이어의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등판한다. 이들의 진가는 여기서 나온다. 3개 부서가 연합해야 할 일을 혼자 끝장 내 버린다. 그럼에도 칼퇴를 해낸다.


그러나 이들은 부서에서 에이스가 되지는 못한다. 회사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아넣지 않는다. 빨아대지 않는다. 성과나 실적도 별로 관심없다. 그렇게 스스로 에이스가 되기를 거부한다.


공사 구분이 뚜렷한 이들은 출퇴근을 눈치보지 않는다. 남 일에도 그닥 관심없다. 같이 오래 일한 사람들조차 뭘 하고 다니는지 잘 모른다. 이들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 얘기를 안 하는 것은 기본. 능력치도 숨긴다. 그러나 위기에서 쓸 초필살기 몇 개는 항상 구비하고 있다. 이들은 매사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자리는 깨끗하고 걸음은 빠르지 않다. 팀장님의 노발대발에도 초연하다. 짖던가 말던가..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어찌 이럴 수 있을까? 그렇다. 본캐가 아니라 부캐여서 그런 것이다. 본캐는 회사에 없다.

이들의 사내 능력치가 준수한 이유는 다른 캐릭터들과 좀 다르다. 본캐 집중을 위해서는 부캐의 기본 능력치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몰래 폐관수련으로 연마해 둔 것이다. 실제 능력치는 더 높지만 적당히 무난한 수준으로 낮춰 사용한다. 그 정도만 해도 남들에 비해 충분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자기계발이나 세금 납부, 자금 순환을 위해 다니는 곳이다. 영혼이 자유롭다. 회사에서 한몫 잡아보겠다는 야심도 없다. 아쉽지 않다. 이들의 관심은 자신의 본캐다. 눈을 들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지만 머리는 본캐에 가 있다. 회식 때면 늘 사정이 생기며 제껴 버리는 이들.


늘 여유로워 보이지만 본캐와 부캐, 게임 두 개를 돌리느라 실제로는 제일 바쁘다. 친해질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울 수 있지만, 가까워지면 최고의 귀인이다. 일단 사내 능력치 자체가 좋다. 도움이 되면 되었지.. 뒤통수에 칼을 꽂거나 이용 당할 일도 없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자. 부캐의 능력치가 이 정도면 본캐는 더 어마무시하다는 뜻이다. 본캐로 가면 뭐가 더 많이 있다. 부캐와 친해지면 본캐로 가는 길이 열린다. 무조건 터지는 우량주도 알려주고, 상급지 재건축 급매도 잡아준다. 나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카페초맹 15호점을 한번 해보라며 선뜻 내주기도 한다. 때로는 이 오피스 세계관에서 보기드문 다른 현자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본캐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다. 옆에만 있어도 보고 배울 게 넘쳐 흐른다.

더 잴 것도 없다.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잡자! 이들은 슈퍼노멀 현자다. 절대 부캐만 보고 속지 마라!


걸러야 할 사람은 반드시 내게 먼저 찾아오고, 잡아야 할 사람은 반드시 내가 찾아내야 한다!

게임 초기 절대 공식이다. 처음 1년의 초기 설정을 잘못하면, 다른 곳에 가서 계정을 다시 파야 한다.


오피스 게임 TIP. 추가로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일단 잡고 보자!

1.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아이를 보면 자리 양보하는 사람

2. 다같이 커피 주문할 때 갔다오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단, 막내 제외)

3. 가성비 따질 때와 가심비 따질 때를 제대로 구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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