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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Oct 03. 2024

회사에서 플러팅? 사내연애? 이거 뭐지?

헷갈리는 플러팅 시그널. 이때가 조심각이다.


조심해라! 퐁퐁 당하기 전에!


사내연애.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물론 전형적인 남초집단 여초집단에 가면 이 로망을 금방 포기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통상 신입 때는 적응기, 저연차 때는 힘든 일이 많아 스스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좀 잘해주면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히 문호개방을 펼친다. 사내연애의 문호개방을 적극 이용하여 플러팅을 날리는 자들이 있다. 바로 플러터다. 인스타 각을 뽐내는 이들은 만인의 연인으로 불린다.


모두가 사냥을 돌 때 홀로 낚시를 한다. 잡은 고기들은 어장에 차곡차곡 넣어준다. 업무 시간에 사냥 하지 않아도 된다. 사냥은 잡아놓은 고기들이 다 해 준다. 플러터는 예리하다.


"여기 커피" "여기 부탁한 일" 떠다 받치는 거란 이런 것


대상이 포착된다. 퍼퓸질 함 하고 목소리 톤을 올려 변조한다. 접근한다. 업무를 물어보며 입을 삐죽이고 앵앵거린다. 뭘 도와달라 직접 말하지 않는다. 돌려 말하며 유도한다. 퐁퐁이가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하는 그 순간, 추가 플러팅 딜을 날린다.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커피 사 드려야겠는데요?"

"아..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동료를 위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언제 한번 맛난거 같이 먹으러 가여? 네?"

"네에. 저야 좋죠. 언제 가실까요?"

"이번주는 흐음.. 선약이 있고, 제가 다시 잡아볼께용!"


그렇다. 다 뻥이다. 식사하자는 건 바로 약속 안 잡으면 다 기약없는 그짓말이다. 그 대가로 업무 사냥에 성공한다. 그렇다고 아예 언제까지 커피 한잔, 밥 한번 안 먹어줄 수는 없다. 3~4개월에 한번 정도 같이 먹어주면 된다. 이렇게 대략 5명~10명 정도의 설거지 전용 퐁퐁이들에게 플러팅을 날려댄다. 동료와 썸 정도 사이를 오간다. 이거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지?


플로터의 자질. 남캐 여캐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자질의 주요 공통점이다.

초맹의 플러터 자질 공식
여캐 = 호감형, 애교 장착, 큐트 코드 + @리액션
남캐 = 호감형, 매너 장착, 스윗 코드 + @말근육

예전 공식에 따르면 플러터는 여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대가 바뀌었다. 현 오피스 게임 버전 패치본에서는 남캐 플러터도 많다. 플러팅은 환경이 되고 자질이 되면 누구나 하는 것이다. 남녀 구분이 없다. 오직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진다.


여캐 플러터들은 메신저 원거리 공격을 선호하는 반면, 남캐들은 대면 일대일을 선호한다. 남캐 플러터는 근접전을 좋아하며 늘 팔을 걷어 부친다. 그닥 덥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들은 별것도 아닌거 물어보며 미리 커피를 사들고 오기도 한다. 뭐 좀 알려주면 밥 약속을 잡는다. 여캐들은 미리부터 기약없는 약속을 잡는 반면, 남캐들은 잡고 나서 펑크를 잘 낸다. 보통 대는 핑계는 상사의 호출, 업무 상 외근 이런거다. 그렇다. 여캐든 남캐든 처음부터 너랑 먹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련한 어장 속 퐁퐁이들은 이를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아.. 같이 밥 먹으려 했더니..' 애잔하다.


달달한 사내연애 갬성을 자신의 이익으로 적극 이용하는 이 플러터들의 행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상대가 썸 탄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2. 남친 여친은 공식적으로 없다..고 한다.

3. 너도 노력하면 될 수 있어라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4. 자주 안 만나준다. 지가 필요할 땐 자주 찾는다.

5. 회사 밖에서는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6. 만인에게 잘 해준다. 아. 이성만 잘 해준다.

7. 느낌은 비공개 같지만 현실은 공개적이다.

8. 플러터가 남캐인 경우 남자가 싫어하고, 여캐인 경우 여자가 극혐한다.

만약 봄이 오는 신호가 보이는데, 저 중 5개 이상 해당된다면 포기해라!


뭐 아닌 경우도 있다. 그건 뭐냐? 썸타는 건 맞는데 너랑만 썸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각을 재는 중인 거다. 계속 업무 요리 정성스럽게 해다 떠 받치지 마라. 이건 노오력으로 안 되는거다. 퐁퐁이는 처음부터 설거지용일 뿐이다. 그냥 학교 댕길 때 조별 과제 해다 떠받치는 거랑 똑같은 거다.


어? 쟤가 왜 다른 남자랑.. 뭐가 잘못된 것 같다.


기운이 이상하다. 이 넘이 연락이 없다. 잠잠하다. 맨날 바쁘댄다. 그 팀에 물어보면 그 넘 논댄다. 뭔가 미심쩍다. 그녀의 챗에 1이 안 지워진다. 맨날 회의랜다. 그 팀에 물어보면 딴넘이랑 희희낙낙 중이랜다.


어느 순간 이런 기현상이 생긴다. 보통 이때쯤 되서야 이상 시그널을 감지한다. 보통 플러터들의 민낯은 뽑을대로 다 뽑아먹고나서 드러난다.


직접 만나서 내지는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토로할 것이다.

"우리가 특별한 사이라 생각했는데 어뜨케 이럴 수가 있어?"

"뭐가 특별해요? 언제 사귀기라도 했나요? 그냥 일하는 동료죠."


"우리가 언제 사겼어? 이 퐁퐁이 같은게! 웃겨 증말!"


그때서야 어장에 갇혔던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좌절과 분노의 시간을 뒤로 하고 빠져나온다. 애써 스스로 위로한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어.' 아니다. 이미 낚시질할 때부터 사용기간이 거기까지였던 거다. 즉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의미다.


나쁜 소문을 의식해 플러터는 주변에 죄다 먼저 공유 선빵을 치고 다닌다.

"글쎄. 김대리님이 나더러 이러는데, 지 혼자 저래놓고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너무 무서워.."

이렇게 된다. 여캐 플러터는 스토킹 같이 과장하는 빨간 양념을 팍팍 섞는다.


남캐 플러터는 자신은 일을 열심히 한건데 그녀가 혼자 약을 빤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대리님 이상해요. 제가 손을 잡았어요? 아님 밖에서 만나길 했어요?"

"엄청 썸타듯이 막 그랬다던데 아니었어? 다들 좀 쟤네 뭐지 하긴 했어."

"아니에요. 전 일 밖에 안 했다구요. 그 분 자기 혼자 상상연애한거 아니에요?"

맞다. 애매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선넘듯 말듯 하며, 개구멍을 미리 만들어두는 플러팅 스킬 되겠다.


플러터의 천적은 꼰대다. "얘다 싶음 그냥 같이 사는거야. 별 놈 없어!"


플러터들은 자신의 선천적 포텐셜과 뭇남녀의 연애심리를 저울질하는 스킬을 발휘한다. 목적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남의 손을 빌어먹는 것 만큼 편한게 어디 있겠는가? 이들은 애초에 사내연애를 강행하지 않는다. 사내연애의 달달함과 은밀함에 별로 관심없다.


사내연애는 알게 모르게 스리슬쩍 빠져드는 반면, 얘들은 다르다.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 얘들이 오피스 게임 밖에서 궁해지면, 결혼하자 돈 빌려줘 이게 한 100번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플러터에게 당한 이들은 보통 상담이나 하소연을 동년배들에게 한다. 그래봐야 망신살만 뻗칠 뿐이다. 소문만 더 난다. 소문은 항상 변질된다.


이때 정답은 플러터의 천적 꼰대다. 꼰대는 인내심이 있다. 나름 살아온 혜안이 있다. 똥고집이 강할 뿐이다.  쇄국정책과 국수주의에 능할 뿐이다. 그래서 자꾸 라떼를 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 라떼가 여기서는 플러터들에게 매우 요긴하다. 이들은 유심히 얘기를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훈계질에 눈치보지 않는다.


플러터들의 스킬도 꼰대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꼰대 앞에 가서 암만 하트 뿅뿅 날려봐라. 그게 과연 되나? 설마 미친척하고 플러팅 애교만발 날려봐도 귀싸대기 안 맞으면 다행이다. 저들에게 플러팅이 안 먹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플러터는 이성이 아니라 애기들일 뿐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플러터는 빌런 유형 중 어딘가에 낑겨있다. 그 유형을 파악해 공략하면 된다.

(오피스 게임 빌런 편을 참고하자.)


니들 그래봐야 월급 안 올려준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구? 썸과 플러팅은 잘 구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편에 이미 말했잖아. 밖으로 나가라니까! 자꾸 안에서 이거저거 찾으니까 여기 당하고 저기 당하다 피멍드는 거야.


오피스 게임에서 사내연애를 하지 말라는 건 연애 실패율과 뒤탈 때문만이 아니다. 이렇게 무수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지?


아. 한 가지 더!

어쨌든 플러터든 나발이든 일단 잘 생기고 예쁘고 볼 일이다. 플러터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잖아!


아쉽게도 이 더럽고 치사한 자본주의 게임은 그렇다.

이쁘고 잘 생기면 다 용서된다. 그렇다.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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