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맹 Sep 30. 2024

회사 몰래 연애하는 달달함과 은밀함의 경계선

사내연애. 아주 좋아 죽지? 계속해 봐!


※ 경고 : 너무 달달할 수 있음. 이 글은 솔로 오피서들에게 유독 위험함! 그러함! (류귀복 작가님 st)


너네만 몰라! 딴 애들 이미 다 알어!


오피서들이 하루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회사다.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회사에서 뭇 남녀 직원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약 2/3 정도가 그렇다고 한다.


누가 안 본다 싶을 때 손도 한번 쓱 잡아보는 것


사내 연애에 빠져들고 있는 징후들이 있다.


대화할 때면 자주 맞추는 그 눈매가 예쁘다. 감탄사와 리액션이 찰지고 싱글벙글 웃는 미소가 예쁘다. 화장이 과하지 않은데도 매우 어울리게 잘 꾸민 모습이 예쁘다. 털털하기도 하고 수더분한 그녀 예쁘다. 그럼에도 섬세하게 잘 챙겨주는 반전 매력이 예쁘다. 자리에 간식을 놔주러 다가오는 모습이 예쁘다. 이따금 토라져서 삐죽이며 내민 입술이 예쁘다.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끊김 없는 목소리가 예쁘다. 부끄럽게 웃으며 수줍게 입을 가린 손이 예쁘다. 편안하게 해 주고 상냥하게 바라봐 주는 얼굴이 예쁘다.


‘이 예쁜 천사는 대체 어디서 온 거지? 내꺼 하고 싶다.’


현란하지 않지만 단정하고 말끔한 옷차림 멋있다. 일할 때 집중하는 프로페셔널의 모습 멋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자상히 챙겨주는 그의 손길이 멋있다. 이따금 유머 한마디 정답게 건네는 센스 멋있다. 회의 시간 해결책을 제시하는 유창한 말투 멋있다. 확 티 나지 않지만 서글서글한 외모와 얼굴이 멋있다. 공감을 잘해주는 따스한 마음이 멋있다. 가끔 화내면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표정이 멋있다. 늘 내 편이 되어 나서주는 든든하고 튼튼한 2개의 심장이 멋있다. 자리에 앉아 전문 서적을 읽으며 쉬고 있는 그의 모습이 멋있다.


‘이 놈이 원래 이렇게 멋있었나? 다리 한번 걸어볼까?’


심쿵되는 순간. 이 놈이 원래 이렇게 멋있었나?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자.. 이쯤 되어 심쿵 거리고 있다면, 빠다 듬뿍 발린 끌어당김의 마력에 빠진 것이다.


사내 연애! 오피서들이 늘 꿈꾸는 로맨스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온다. 연예인 뺨도 후려칠 만한 외모의 그녀가 등장한다.


그녀는 억척스럽고 알뜰하다. 소신껏 할 말 다한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러다 회사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항상 우연히 마주치는 설정이다. 지나가다 부딪혀서 넘어지는 여자를 잡아준다던가, 떨어진 서류 뭉치를 같이 주워주는 식이다. 남자는 재벌의 후계자 거나 있는 집구석 명문가의 초엘리트다. 근데 다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이 둘은 묘하게 업무 중에 얽힌다. 그러면서 온갖 위기를 함께 헤쳐낸다. 스토리의 전개는 보통 여자의 위기를 남자가 돈과 재력으로 해결해 주고, 여자는 남자의 빠진 나사를 쪼여 넣으며 포텐셜을 빵 터뜨려 준다. 그래서 뭐 둘이 잘 돼서 잘 먹고 잘 산다는 고딴 얘기다. 근데 이건 드라마고. 드라마가 참 여럿 버려놓는 법이다.


심쿵 포인트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사내 연애는 신입 때부터 활발하게 시작된다. 남녀 모두 무한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일부 캐릭터들은 "여친 있어요." "남친 있어요."를 시전 하며 차단을 박는다. 그러나 이들은 꼭 깨지고 나면 나는 솔로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다. 있을 때는 꼭 누가 물어봐야 대답을 해주지만, 이상하게 결별설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들이 알아서 흘린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너도 노력하면 내 마음을 얻을 수 있어!" 솔로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되겠다.


처음 사내연애 플러팅 대상은 동기다. 친목을 도모하다 뻐꾸기를 날리는 게 일반적이다. 잘 될만한 상대가 없다 싶으면 소개를 받기도 한다. 이들은 보통 신입의 패기를 내세워 공개 연애를 선택한다. 그리고는 쓴 맛을 보고 후회한다. 이후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한다.


남녀의 묘한 관계는 대부분 업무로 엮이게 된다. 같은 부서 동료, 타 부서 담당자 등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뻐꾸기에는 국경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내연애 초반은 남성들이 적극적이다. 연상, 연하, 조건 가리지 않는다. 반면 조심스럽게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여성들은 입사 3년 정도 지나면 문호개방에 적극적이 된다.


사내연애는 회사에서 남 몰래 만나는게 진리


진정한 사내연애의 썸 타는 암묵적 룰은 비공개다. 일단 숨기고 시작한다. 조심스럽다고 하지만 그 은밀함과 스릴을 즐기는 맛이 있다. 사내연애에서 썸을 타기 시작하면 딱히 숨기자고 말은 안 해도, 자연스럽게 숨기며 둘 다 주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이 둘은 함께 자리를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쉴 때나 일할 때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메이킹한다. 주 선호 장소는 비좁은 미팅 룸, 비상구 이런 데다. 시간 내서 비상구 맨 위층부터 1층까지 훑고 내려가보면 한 두 커플 무조건 걸린다. 이따금 히드라 마냥 머리는 둘인데 몸뚱이는 하나같이 얽혀 있는 광경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회의 때 서로 실드를 쳐주기도 하지만, 의심을 사고 있을 때는 싸우는 리액션도 펼친다. 그리고 뒤에 가서는 누구 하나가 열심히 풀어주고 있다.


메신저를 보면 둘 다 자리비움일 때가 많아진다. 나란히 나가는 건 초보들이 하는 짓.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나간다. "너 먼저 나가. 이따 거기서 봐." 이거다. 그런데 그 시간차 간격은 10분을 넘기지 못한다. 이들의 접선 행동반경은 회사 앞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넘지 못한다. 뛰어봤자 거기서 거기다.


이렇게 시작되는 알콩달콩한 사내연애는 점점 뜨거워진다. 너무 좋다.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드라마 속 주인공 같다. 이미 속으로는 결혼하고 같이 사는 시나리오까지 다 그려놨다. 너무 좋다. 한 회사에서 성공한 CC(Company Couple).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일과 업무는 서로의 이해 속에 맞벌이도 걱정 없다. 서로 도와가며 험난한 오피스 게임도 사랑의 힘으로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며 둘 다 임원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것들 이미 속으로는 모든 상상의 나래를 다 펼치는 것이다. 그러다 안 되면 어쩌려고?


저것들 암만 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괜찮다. 사람들은 모른다. 잘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착각이다. 오피서들은 1개월 안에 다 눈치챈다. 기억력 좋은 자들은 그간의 히스토리까지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그 둘만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시야가 이미 너무 좁아져버린 탓이다. 주변이 보일리 없다. 지네 둘 밖에 안 보이겠지.


사내연애란 또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그런 게 미덕이잖아. 사내연애가 결혼에 이어지는 확률이 10%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안 알려지고 단기간에 깨진 사내연애까지 붙이면 성공률은 더 낮아진다.


사내연애가 대부분 파토나는 이유는 오피스 게임의 환경 설정 때문이다. 이 게임의 사내연애는 일단 뒷말이 무성하다. 비공개인데 왜 뒷말이 나오냐구? 비공개는 무슨.. 옷차림 달라지는 것부터 다 안다니깐!


뒷말은 기냐 아니냐부터 시작한다. 그 무성한 뒷말은 곧 이들의 귀에도 들린다. 커플 중 한 명이 말한다. "좀 더 주의해야 할 것 같아." 그럼 다른 한 명이 기분 상한다. "무슨 불륜도 아닌데, 언제까지 숨겨야 돼? 그렇게 자신 없어?"


자주 보다 보면 점점 단점이 보인다. '얘가 일 잘하는지 알았는데 빌런 아냐?'부터 해서, 서로의 사생활에 참견을 하게 된다. 그럼 싸운다. 이 냉랭한 기류를 오피서들이 놓칠 리 없다. 각지에 전파를 타고 속보가 나돈다. 이게 계속 반복된다.


요넘 봐라? 딴 년이랑 희희낙낙거리네?


대인관계도 점차 힘들어진다. 이성에게는 잘해주면 안 된다. 다정히 다른 이성동료와 커피라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는 날에는? 또 싸움이다.

"둘이 무슨 사이야? 왜 둘이 만나? 여럿이 만나지! 왜 이제 질렸냐?"

"아 아니라니까! 그만하자 휴우.."


같이 회의라도 하는 날에는 서로 받은 미션이 다르다. 의견이 충돌한다. 또 싸운다. 예전에는 다 막아줬는데. 변한 거 같다. 점차 실망감이 쌓여간다. 사내연애의 공식에는 서로 나란히 일 잘하는 건 없다. 누구 하나가 빨리는 구조다. 그러다 결별을 맞는 게 일반적이다.


싸우는 것도 나름은 숨어서 싸운다.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사내환승이다.

힘들어하는 내게 다가와주는 다른 이성이 눈에 띈다. 아.. 얘는 또 어디서 등장한 인물이지? 진즉 얘를 잡을 껄.. 그렇다. 흔들린다. 놓치기 싫다. 그럼 환승을 택한다. 환승 무렵 결별을 통보한다. 환승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기간은 결별 통보 시까지다. 들키더라도 결별한 후에 만난 거로 해야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결별을 맞으나 저렇게 결별을 맞으나, 문제는 결별 후다. 보도자료는 대서 특필된다. 이게 한몇 년 간다. 나중에 결혼하고 나면 잠잠해진다. 아니, 가끔 뒷담이들에 의해 소환당해 아무것도 모른 채 의문의 1패를 당하기도 한다.


진작 요넘을 잡을 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이제 각자 갈길을 가는 핑키핑키 했던 이 전직 사내커플들. 이제 남이다. 서로 까기 바쁘다. 이제부터는 누가 서로 비운의 주인공이 되냐의 게임이다. 나쁜 애가 되면 넥스트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 동료와 지인들을 통한 디스전이 계속된다. 그러다 보면 이미 시중에는 사용후기까지도 돌고 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퇴사해야 잠잠해진다. 도중에 양다리 같은 동물의 왕국 꾸러기 짓을 하다 걸리면 파장은 커진다. 맞바람 같은 이슈는 둘 다 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이 막장 드라마는 대개 비극으로 끝난다.


가끔 결혼에 골인하여 성대한 풍악을 울리는 용자들도 탄생하지만, 시즌2가 되면 이혼 도장을 찍고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시즌1의 성공에도 시즌2가 비극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내커플들은 시즌3이 되면 둘 중 하나 명예퇴직 대상에 오른다. 그럼 둘 다 드럽다고 침 뱉고 게임 오버가 된다. 가끔 사내를 피하고 거래처 담당자를 노리는 자들도 있는데 그것도 그닥 다르지 않다. 결국 거래가 끊긴다.


아 얘네들 참 여럿 불편하게 하네..


오피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일과 사랑을 동시에 못 잡는 게임이다. 일과 사랑은.. 분리하는 것이다.

사내에서 플러팅 각 보고 있는 거기 너! 그래 너!

'아 아쉽다. 왜 하필 여기서 만나? 내께 아니다.' 생각하고 그냥 조용히 접자. CC는 캠퍼스 커플이든 컴패니 커플이든 하는 게 아니다. 1%의 확률을 뚫어보기 위해 그닥 무리수를 두지 말자. 오히려 시선이 회사 안에 갇히게 되어 세상과 두절한 채로 스스로를 방황의 시궁창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급하다고 너무 사내 짝짓기에 몰입할 필요 없다. 시선을 더 넓은 세상 밖으로 돌리자. 거기에도 내가 만나지 못한 매력덩어리 요미요미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밖에서는 지하철 환승해서 타든, 버스 환승해서 타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요금도 호환된다. 얼마나 개꿀인가?


그래도 일과 사랑을 잡고 싶다구? 잡긴 뭘 잡아!? 그냥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하고, 그 돈으로 나가서 연애해!  


하여 오피서들이여! 이제 회사 밖으로 나가보자.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자. 불금이 다가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