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현Jihyun Park Mar 10. 2024

6년전 자기 소개글 소환

소소한 추억

6년전 자기 소개글을 올렸었는데 오늘 페이스북 과거 보기에 올라와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새로웠고 2024년에 다시한번 써보길

바래본다.




[유코잡스 우리들의 이야기: Jihyun Park 편)

#UK_Korean_Job


1. 본인 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에 탈북난민으로 정착하여 살고 있는 박 지현 입니다.


1998년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을 떠나 중국에 왔지만 6년후 북한으로 북송되어 단련대에서 일을 하다가 다리를 심하게 다친후 감옥에서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탈북을 하였고 지금은 맨체스터에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2. 영국은 언제 오셨나요?


2008년 1월 영국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기억으로는 며칠후면 음력 설 이었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니 공사중 이었습니다. 처음 공항에서 놀랬던 것은 공항 안에서만 세계 각 나라 사람들을 다 보게 되었다는 것, 우리와 피부 색갈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3. 북한에서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셋을 뽑는다면?


북한에서 경험 한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첫째, 4월15일은 북한에서 김일성 생일 인데 북한에서는 가장 큰 명절 이죠. 2월이 지나면 산에 올라가서 진달래 나무들을 꺽어서 가져다가 집에 꽃병에 넣고 키우면 4월15일에 진달래가 활작 핍니다. 제가 살던 곳은 함경북도 인데 2월은 아직도 맵짠 칼바람이 몰아치고 산에는 눈들이 가득 쌓여 있지만 진달래를 꺽으러 산에 가던 일.


두번째, 집에서 어머니가 돼지를 길렀는데 암 돼지가 새끼를 낳으려면 수돼지 집에 가서 일주일을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막대기 하나 쥐고 돼지 궁뎅이를 치면서 수돼지 집으로 갈때 따라갔던 기억과 돼지 새끼를 낳을 때 돼지 굴에서 지켜보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ㅎㅎ


셋째, 북한에서 떡을 만들어 먹는날은 정해져 있는데 특히 김일성 생일 때는 집집마다 1키로-2키로그램의 쌀을 가루내여 떡을 만듭니다. 쌀을 씻어 불구고 방아간에 가서 줄을 서야 하는데 아침 일찍 나가도 저녁 늦게 집에 올때도 있습니다. 방앗간이 많지 않고 가끔 전기도 나가고 하여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떡을 먹을 생각을 하면 추운것도 배고픈것도 잊고 밖에서 오돌 오돌 떨면서 기다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4. 영국에서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셋을 뽑는다면?


ㅎㅎㅎ 영국에서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첫째, 영어 배우러 영어 학원에 갔는데 먼저 본인 소개를 합니다. 저는 북한라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북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박지성 이를 아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친구가 박정희 이름을 잘못 기억하고 나에게 물어 보는 구나 하고 생각하고 정희 박? 라고 다시 되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노 노 노 노 지성 박, 유 돈 노우 힘? 저는 얼굴이 빨개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물었더니 축구 선수 라고 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는 한국인 축구 선수 ㅎㅎㅎ 그러면서 같은 박 씨면 친척이 아니냐? 어떻게 그 유명한 사람을 모르냐 하고 ㅠㅠㅠ 막 쥐구멍 들어가고 싶었지만 더더욱 놀랬던건 대통령이 아닌 영화배우나 축구선수들을 너무 좋아 한다는 거죠 ㅎㅎㅎ


두번째, 좀 상처 받은 이야기 입니다. 맨체스터에 와서 처음엔 영어를 모르다 보니 한국인들 식당에 가서 일했습니다.  얼굴색도 똑 같고 나와 같은 말을 하는 한반도 특히 북한에서 미워하는 한국 사람을 만난거죠 ㅎㅎㅎ 그분들은 우리가 북한에서 굶는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식사 시간되면 많이 먹어라 하면서 음식을 가져다 주군 하는데 그러다가 "아직도 배가 고프냐" 라는 한 마디 말에 갑자기 상처가 되도라구요,ㅎㅎ 그분은 생각해서 해준 말 인데 저는 자격지심에 상처를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것 같은 데... 우리에겐 상처가 되더라구요 ㅎㅎ


세번째, 영국에 금방 왔을때는 잉글랜드 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웨일즈도 있고 United Kingdom or Britain 이라고 부리기도 하여 어느 것이 진짜 나라이름인지 몰라서 망설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영국에 오면 영국 사람들은 남자는 중절모를 쓰고 여자는 드레스만 입고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배운 영국은 신사 숙녀 들만 사는 나라라고 들었거든요 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납니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숙녀와 멋진 신사는 본 적이 없고 영국 사람들 보다는 난민들과 이민자들이 이 땅에 더 많이 살고 있다는 겁니다. ㅎㅎ 제가 잉글랜드에 사니 아마도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사람은 보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제가 일 하고 있는 그룹에는 영국 사람, 스코들랜드, 웨일즈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사무실에 가면 United Kindom 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가장 기쁜 것은 우리 부모님들이 지어주신 제 이름을 사람들이 많이 불러준다는 것 입니다. 북한에서는 그냥 주민 한 사람 이었고 중국에서는 숨어 다니면서 이름도 가짜 이름, 그런데 누구도 불러주지 않더라구요 ㅜㅜ 그런데 영국에 와서 다시 제 이름 찾았고 많은 사람들이 불러주니 너무 행복합니다.


5. 취미생활은요?


걷기를 졸아합니다. 집에서 타운센터까지 나갈려면 30분 정도 걸어가는데 매일 걸어 다닙니다. 제가 아직도 감옥에서 입었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고 또 의사가 걷기를 많이 하여 수축이 진행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여 걷기를 많이 하지만 아마도 북한 있을때부터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교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버스나 기차는 연착 (지연)이 많이 되다보니 늘 2-3 시간은 무조건 걸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ㅎ

그리고 시간이 될때 마다  제가 걸어왔던 여정들을 시로 쓰고 있습니다. (시인은 아니지만)

아픔을 품을 곳이 없어서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릴땐 책을 밤 늦게 까지 등잔불 밑에 앉아 읽었는데 여기서는 한글 책 보다는 영어 책이 더 많다보니 영어 듣기를 많이 하고 있었고 지금은 영어 책을 읽을수 있게 되어 책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


6. 맛집 3군데만 추천해 주세요


맛집 추천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음식을 집에서 남편이 만들어 주다보니 어딜 나가도 집 밥이 최고 인것 같아요. 명절때에도 집에서 모든 것ㄹ 만들어 먹습니다. 중국 뷔페에 한 두번 정도 다녀왓는데 중국음식 맛이 나지 않고 너무 짜가워서 물 만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7. 이럴 땐 정말 영국이 싫다


특히 맨체스터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다 보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정말 싫어요 ㅎㅎ 그리고 아직도 난민들에 대한 차별이 좀 남아 있어서 특히 아시아 인들을 좀 차별 하는 것 같더라구요.


8. 이럴 땐 정말 영국이 좋다


불평도 부리면서 살아야 되는데 저는 30년은 독재자 밑에서 10년은 중국과 북한 감옥에서 보내다보니 본인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살아왔던 순간들이 없는 것 같아요.  인생 80 이라면 반생은 헛 살았다고 봐야죠 ㅜㅜ 영국에 정착한지 이젠 9년이 되어 가는데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불평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고통과 슬픔을 겪지 못했다면 불평도 하면서 살겠지만 북한에 남겨둔 사람들을 생각하면 불평도 사치 인것 같고 이제 사람답게 시작한 내 인생에 불평보다는 감사를 더 많이 담아두고 싶어서 늘 하루 하루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 영국 정부가 저를 난민으로 받아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도 어디선가 떠돌아 다니면서 산 벼랑턱에 몰린 삶을 살고 있겠죠.


영국에서는 본인만 결심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를 할수 있는 것이 너무 좋은것 같습니다. 저도 영국에 와서 자격증만 한 묶음이 넘는데요 본인 노력이 곧 꿈이 이루어 지는 그런 나라가  영국 인것 같습니다.


9.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까요?


제 경험으로는 영어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더라구요. 대화를 하면 듣기 능력이 좋아지고 그러면 말문이 트이는 것 같앗습니다. 책은 아무리 읽어서 머리에 영어 단어들이 많다고 하여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영어 실력이 늘수가 없더라구요. 저도 영국인들,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면서 영어 스피킹 능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10. 언제 북한이 가장 그리우세요?


여기에 있는 분들이 초등학교 동창모임, 중고등학교, 대학교 동창 모임에 간다고 할때 고향의 친구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11. 처음 영국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께 드릴 말씀


영국에는 난민들도 많고 이민자들도 많습니다. 우리 이웃이 모두 그런 사람들 이니 차별없이 서로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고향을 떠나 남의 나라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 가슴에는 아픈곳이 꼭 있거든요.


12.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 글에서 읽었습니다. 수학의 더하기 빼기 에는 오차가 있겠지만 행복에는 오차가 없다. 마음에 와 닿는 글 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였습니다. 70년 세월 독재 정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왜 불행만 가져다 줄까 하고 말 입니다. 앞으로 할 일 은 많지만 지금 제 좌우명은 "꿈을 이룬 사람

은 다른 사람의 꿈이 된다" 입니다.  멀게만 느껴지고 하늘에 있는 태양을 잡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저 였는데 행복이 우리 곁에 있음을 영국에 와서 알게 되었고 그 행복속에 도취 되어 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여 제 계획의 1 번은 제가 이룬 꿈을 우리 북한주민들에게도 나누어 주는 것인데 보기에는 쉬워도 제 생애 이룰수 있을지 모르는 거대한 꿈 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다음세대 논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