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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20. 2024

나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디자이너다.

난 디자이너다. 그것도 멀티 디자이너.

오늘은 일러스트(주1)를 그리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하나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디자인의 영역은 이 세상의 모든 영역을 커버할 만큼 다양하면서도 디테일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디자이너로서, 호기심이 많은 근아라는 개인으로서, 나는 멀티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는 북디자이너,

두 번째 이야기는 패션 디자이너,

이번엔 일러스트를 그리는 디자이너 이야기다. 




처음 일러스트를 시작한 것은 책의 삽화작업이었다. 지난번 북디자인 이야기를 할 때 잠깐 언급한 대로, 북두칠성 동시집(주2)에 실리는 40개의 별자리 그림이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고, 그러면서도 빨리 완성을 시켜야 했던 작업이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작은 방 한 구석에, 겨우겨우 그림만 그릴 공간만을 만들어 놓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얼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더웠음에도, 왜 그리 신이 나고 재미나던지, 매일밤 2살 아들이 빨리 잠들기만을 바랬었다.



그렇게 매일밤 아들을 재워놓고.  하루는 우주의 어두움을 바탕으로 칠해놓고, 다음날은 잔잔한 무수한 별들을 표현하고, 그다음 며칠은 40개의 별자리를 검색해서 점으로 별을 그리고 선으로 이어 주어 별자리를 그려주고. 마지막 날엔 노란색으로 별에 반짝거림을 더해줬다. 


처음, 이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는 굉장히 심플한 작업이라 생각했었다. 그림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소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신경이 쓰였다. 나만의 별자리 그림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테일에 집중했다. 



 "자기 일을 하려는 자는 먼저 자기가 무엇인가, 그리고 자기에게 적당한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몽테뉴(주2)"






두 번째 일러스트 작업은 나의 동시집을 위한 것이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ypaper04
매일 토요일에 브런치북으로 발행하던 동시집에 1개의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했었는데, 아직 소개하지 못한 그림들까지 합하면, 총 35개의 일러스트다. 이 작업의 주인공은 아들이었다. 


캘리그래피를 배울 때 사용하던 만년필(Dip Pen)과 블루 잉크가 있었는데, 나는 이번 일러스트 작업을 위해 이들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연필로 스케치를 먼저 하고, 만년필로 완성라인을 그리고, 마지막 포인트 칼라로 채색을 하면 끝이 났다. 만년필을 사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동양화를 전공한 네 눈에 만년필의 질감과 색채는 동양화처럼 보이게 했고, 스누피를 좋아하는 내 성향에 스누피와 같은 일러스트 라인이 보태져서 좋았고, 동화책을 좋아했던 나에겐 원색만으로 표현해도 썩 근사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이 드러나는 것 같아 좋았고, 미니멀라이프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라인이 꽤 강하면서도 단단해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3개월 정도는 그림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다. 


현재 여러 개의 일러스트(손그림) 작업을 함께 진행 중이다. 대부분은 내 동화책을 위한 것이었는데, 내가 그림 그리겠다 마음먹은 지 하루도 가기 전에, 지난 토요일, 3개의 짧은 스토리를 건네받으면서 각각에 대한 일러스트 작업을 의뢰받았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써 할 수 있는 일러스트 그림 그 자체를 진행하려 한다. 여기에는 2D 그래픽디자인을 이용한 작업도 포함일 듯하다. 이는 theMe 제품으로 재탄생을 시킬 예정이다. 

 


어떤 일을 하든,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에서부터 출발을 한다. 그림이 디자인으로, 디자인은 다시 옷으로, 책으로, 삽화로 다양한 형태로 세상으로 보내질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3개월은 그림에 집중하며 내가 진정 원하는 '나의 표현'을 해보려 한다. 


진짜 그나, theMe를 찾으려는 것이다. 


지금은 의뢰받은 3개의 짧은 스토리를 표현할 일러스트에 어떻게 접목할지 내 머리 속으로는 꽤 분주하다. 하지마, 이러한 상상을 주는 영감들이 날 행복으로 이끈다. 내 나이 48. 나는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되나 보다. 다른 차원으로의 나를 만나기 위해 주어진 작업으로 바라보니 지금 내 눈앞에 놓인 3편의 일러스트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된다.


이로써 나는 '일러스트 디자이너'다운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자기를 아는 자는 남의 일을 자기 일로 혼동하지 않는다.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가꾸며, 쓸데없는 일이나 생각을 제안받기를 거절한다. 몽테뉴(주2)"




다음 편에서 일러스트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




주1) 일러스트 : 어떤 의미나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삽화, 사진, 도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내가 말하는 일러스트는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삽화, 혹은 디자이너로서 컴퓨터 기반으로 작업하여 그린 그림' 이렇게 두 가지로 정의 내리고 싶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림동화책에 쓰이는 삽화들, 그 모든 것이 나의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주2)별자리 동시집 북두칠성, 최명란, 동동동, 2017

주3) 몽테뉴 수상록 <Les Essais>, 미셀 드 몽테뉴, 동서문화사, 2023










THE ME + KUNAH

더미그나는 나 자신(the Me)을 삶의 주제 (theme)로 삼고, ‘나'를 제대로 지켜내고자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from. 근아 / 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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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llo@themekuna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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