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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2일에 브런치 작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지원을 위해 썼던 글을
나의 첫 번째 글로 올리기로 했다.
제목은 [나의 삶은 동화다]로 정했다.
'커버디자인을 위한 이미지가 필요하네?'
'그럼 그림을 그려야겠다.'
호주, 나, 나의 삶을 주제로 쓰는 글들을 위해,
나는 우리 집 앞마당에 활짝 피고 있던 꽃을 그리기로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겨울에 이사를 왔다. 정확히는 겨울이 다 끝나는 시점이었다. 그 당시에는 앞마당에 아무런 꽃이 피어있지 않았기에, '이 집은 왜 이리 앞마당이 삭막하지?' 했었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여기저기서 삐쭉 새순이 올라오고, 꽃대만 쑥쑥 멀대같이 위로만 자라는 식물이 있었다.
어느 날 꽃을 피웠다.
아, 이 꽃이었구나. 시드니에 온 이후로, 봄이면 흔하게 보던 꽃이었는데. 이 꽃이 우리 집에도 있었네. 반가웠다. 그리고 바로 미안했다. 땅밑에서 숨어있었을 텐데, 우리 가족은 그것도 모르고 그 땅을 꾹꾹 밟고 다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꽃을 피워줘서 고마웠다.
아직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호주에서는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색을 해보니 Agapanthus Tall Blue (자주군자란)으로 나오니, 나는 이 꽃을 '톨블루'로 부르기로 했다.
이 꽃은 꽃의 탄생의 전 과정을 매일매일 지켜볼 수 있게 도와준 꽃이라 할 수 있다. 매일 들락날락 거리는 길을 따라 피어난 꽃이기에 나는 의도하지 않아도, 매일 이 꽃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꽃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에, 나는 매일매일 기대했다.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꽃대가 올라오고, 작은 동그라미 꽃봉오리로 시작하더니, 그 안에 수많은 또 다른 꽃봉오리가 나타나고, 또다시 청보라색의 꽃으로 변신. 그리곤, 옆에 또 작은 동그라미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톨블루는 한참을 그렇게 봄을 만끽하고, 씨를 맺어 다시 땅으로 뿌리고, 날리고, 벌에게 나눠주고는 쓰러졌다. 나는 아직 그 꽃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라질 테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2024년의 톨블루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내가 잘 돌보지 못해서 꽃대의 수가 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까지 씨가 뿌려져서 활짝 만개하길 바랄 뿐이다.
나의 첫 번째 브런치 북 [나의 삶은 동화다]을 발행하고 10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지금 다시 목차를 살펴보니 꽤 '나'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여전히 꾸준하게 5개월 동안, 150개의 글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나의 이야기들도 톨블루 꽃처럼,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일단 나의 씨앗을 뿌린다는 생각으로 일단 쓰자!! 여기서 시작했다. 이제는 그 꽃을 피워보자!!! 나의 꽃은 무슨 색일지, 나의 꽃의 향기는 어떠할지, 나의 꽃을 어떤 분들이 와서 바라보며 향기를 맡으실지, 나 또한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는 일러스트 또한 나의 꽃으로 피워보려 한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기분이다. 내 안의 씨앗을 싹 틔울 시기가 온듯하다. 이 꽃은 또 어떠할지 궁금하다.
"신의 씨앗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
열심히 노동하는 현명한 농부에게 씨앗이 주어지면 그것은 번성해서 신을 향해 자라난다.
따라서 그 열매는 신의 성질을 닮은 것이다.
배의 씨는 배나무로, 도토리는 도토리나무로, 신의 씨앗은 신으로 성장한다."
-에크하르트(올더스헉슬리 p.84에서 발췌)
두 번째 이야기가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