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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14. 2024

동화 일러스트를 그리는
북 디자이너

2024년 1월 12일


영어튜터 다니엘이 자신도 동화을 쓰고 있고, 일러스트 작가를 찾고 있는 중이라는 뜻밖의 답장을 보내왔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같이 작업해 볼 수도 있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Maybe we can do a project?" 

물론이다. "I'd love to do it! Sure" 


그리고, 며칠 후, 다니엘은 '동화의 어둠과 밝음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소름 돋게도, 며칠 전 '어둠과 밝음에 대한 글을 발행했었음'을 공유했다. '이러한 coincidence(우연의 일치) 라면 그냥 따라가는 것이 맞다' 우리는 구두의 약속을 했다.


 


2024년 5월 18일 (일요일)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날이었다. "띠링", 다니엘의 웹사이트 링크하나를 보내왔다. 여기에 일러스트를 그려줄 수 있겠냐는 메시지가 바로 추가되었다. "Can you illustrate this short story?


짧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스토리들이었다. 내가 과연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나의 일러스트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굉장히 흥분되었지만,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무조건 Okay이지!


내 생일날 받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2024년 6월 9일 (일요일)

일요일의 여유로움을 즐기면서 하나의 일러스트가 완성되었다.

나의 그림을 본 다니엘의 반응은 "Yessssss! That's Kunah" 

나의 그림을 다시 살펴봤다. 나를 찾아봤다. 미소가 지어졌다.


그 후, 일러스트들이 하나둘씩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봐도 딱 '나'스러운 그림들임을 알 수 있었다. "아,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구나" 나를 찾은 듯했다. 




2024년 6월 11일 (화요일)

주인공이 탄생되었다. 정말 말 그대로 '탄생'이었다. 눈코입 사람형태를 하고 나온 내 자식 같은 기분도 들고 신기했다. 그동안의 창작물과는 다른, 진짜 생명을 가진 한명의 아이를 세상에 내 놓은 기분이었다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았다. 






(동화, 일러스트의 일부만 공개합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The boy sat in class with the sadness filling his throat like a golf ball.

Christ’s spiked crown around his neck.

Fists of cotton wool punching his ears.


The girl who sat next to him was an ocean away.


“Boy, what month is it?”








나에게 찾아온 아이들


Boy, 

여러 번의 캐릭터 연구를 하다가 어느 순간 스르륵 자연스럽게 그려진 이 아이. 슬픔을 가지고, 외로움을 느끼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아이. 이 캐릭터를 그리며 나는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를 이끌어가 줄 아이다. 


Girl,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모습을 여전히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Boy에게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지 알기에 나도 그녀를 소중하게 기다리고 있다. 언제 올 거니? 보고 싶다.


수요일에 작업일지 글을 쓰며, 하루종일  '아이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계속 생각했더니 그날 밤에 정말 나에게 찾아왔다. 손 가는 대로 그리니 그녀가 나타났다. 그런데, 나를 닮아 있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아이. 반가워.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우리 동화책은 특별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10개의 스토리를 모아놓은 동화책이다. 


다니엘에게는 10편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고,

나에게는 나의 그림을 보여주는 일러스트책이고, 나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디자인책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 같은 것은 모두 생략하기로 했다. 영감으로 온 느낌대로 바로 표현하고, 수정과정도 전부 생략. 우리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우리의 책에 담기로 했다. 이러다보니, 10분 후의 작업도 예상 못하는 작업이 되었다. 그저 운명처럼 찾아오는 이야기를 그의 글에, 나의 그림에 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일러스트 작업은, 나에게


사실, 내가 지금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건가? 이 동화책이 나를 키우는 건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번 작업은 나에게 내가 극복해야 할 많은 도전들을 던져주고 있다. 시작은 '우연의 일치'로 시작된 작업인데, 이제는 내가 소중히 다뤄야 할 운명 같은 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하나의 일러스트를 끝낼 때마다, 나는 좀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그렇게 나에게 덩달아 찾아온 '자신감 그리고 존재감'.


그리고,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이런 내가 왜 이렇게 사랑스럽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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