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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_ 3. 인정

by 근아

커다란 야생 새를 보려거든 오늘처럼 폭우가 몰아치는 날을 택해야 한다. (중략) 당신이 화창한 날에만 걷는 삶을 산다면 호수나 강에서 헤엄치는 갈매기나 이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커다란 왜가리는 결코 보지 못할 것이다. 야생 동물을 보려거든 야생인 계절을 택해야 한다. (중략) 나비를 잡기에는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쾌적한 날이 좋을지 모르나, 폭풍우가 사납게 휘몰아쳐 나무들이 쓰러지고 뱃사람들이 조난을 당할 때에야 야생 왜가리, 갈매기와 같은 야생 조류의 먹이 터에 이를 수 있다. - 소로의 일기


소로의 말처럼, 화창한 날만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그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경험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햇살이 가득한 길을 걷는 삶은 물론 편안하고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얻는 깨달음은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일상적인 경험과 편안함 속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도전과 시련 속에서, 평소에는 깨닫지 못했던 중요한 진리를 맞닥뜨리고자 했다.





나에게도 폭풍우가 몰아치고, 나무들이 쓰러지고, 뱃사람들이 조난당할 것 같은 날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단순히 외부의 상황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나의 내면 속에서 벌어진 거대한 혼란이었다. 여러 시점에서 그러한 역경을 마주했고, 때로는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 폭풍우 같은 날들 속에서 내가 마주해야 했던 것도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또!!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의 부족한 부분들, 오래된 상처와 트라우마, 나를 왜곡시켜 온 잘못된 습관들이었다. 이들은 나를 형성한 핵심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드는 요인들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웠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나에게 그것을 가감 없이 말해주던 이가 있었다. 그가 던진 말은 마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처럼 날카로웠고, 처음에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자존심은 상처받았고, 나는 그가 틀렸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말들이 내 안에 깊이 박혀 있던 진실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던진 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는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며 조언을 해주고 있었고, 그것이 내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가 피하고 싶었던 것들, 숨기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정면으로 직시하게 했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그 말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의 말들이 날카로웠던 만큼 정확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고, 점차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 안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로 결단을 내리는 일은 나에게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처음엔 혼란스러웠고, 내가 이런 사람일까? 하는 질문이 끝없이 떠올랐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마치 내 안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끄집어내는 과정처럼, 그 여정은 고통스러웠다. 내가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밀어 넣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그 길을 택했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고,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나의 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 새를 찾는 것과 같았다. 바람과 비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희귀한 새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아무리 두렵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안에 숨겨진 나의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서 나는 나 스스로를 폭풍 속에 던져야 했다. 나의 여정이 그러했다. 변화와 성장은 결코 쉽지 않았고, 때로는 버겁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폭풍우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새를 찾듯이, 나는 나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진정한 나를 조금씩 발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그 성장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 번의 폭풍우를 견뎌낸 나는 가장 강력한 폭풍우 속에서도 조난당하지 않고, 야생 새들의 먹이터를 발견한 것처럼, 지금은 잔잔한 파도 위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듯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앞으로 또다시 나에게 다가올 폭풍우가 있겠지만, 나는 이제 그 어려움을 넘어섬으로써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임을 안다. 그러기에 다시 한번 폭우가 몰아치는 날을 선택하여, 새로운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주) 커버 이미지 - Jonathan Jones naa의 작품, to See or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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