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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Nov 21. 2023

저기, '파이트 클럽'의 결말을 기억하시는 분?

한 국어강사가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22.05.21


오늘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최고는 아니지만) 늘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서 일하고, 5분이나 10분씩 짬이 날 때마다 (어제 다 보고 싶었는데 컨디션 관리한다고 참았던)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쪼개서 다 봤다. 심지어 양 어깨에 가방을 메고 두 팔에 간식박스를 두 개 올려쌓고 A관에서 B관으로 걸어가는 그 순간에도.. 박스 위에 폰을 올려놓고 화면만 봤다. 핀처의 영화를 분단위로 끊어보는 건 몹시 불경스러운 짓이지만.. 오늘 나의 숨구멍이었어.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제 저녁에 먹었던 배달음식을 또 시켜서, 맛도 모르게 욱여넣는 이른 저녁을 먹고, 세탁소 가서 옷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또(또!) 미루고(3주째) 오늘은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 싶을 때가 와서,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라인드를 내리다가, 내가 아직 안 본 핀처의 영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파이트 클럽의 결말이 생각나지 않는 거다.... 비상...

난 내가 21세기 최고의 결말로 칭송받는 그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 것에 충격받고, 언젠간 파이트 클럽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도 올까 생각하다가,
도대체가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를 보고도 까먹을 거면 자연인으로나 살지 현대사회에서 문명인으로 사는 의미가 있나까지 생각하다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나? 까지 생각하다가(ㅋㅋㅋㅋ)

아무래도 안 되겠어!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라도, 기억할 건 기억해야지! 싶어서 갑자기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삶을 다짐하게 되고(ㅋㅋㅋㅋㅋ), 올해 내 생일엔 나를 위해서 파이트 클럽 관련 굿즈를 사야겠다! (사실 난 그렇게 그 영화의 광팬도 아닌데) 싶어서 이베이에 들어갔다가, 타일러 더든의 샤워 가운이 (진짜 빵발이 걸친 것도 아닌데) 6천 달러인 것을 보고 좌절하고, 대충 배송비 합쳐서 3만 원 남짓하는 파이트클럽 비누를 사는 걸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이야기..

물론 아이들 질문 톡은 다 답변해 주고 자야지.
근데 오늘 읽고 싶었던 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대시 교육론은 도저히 힘들겠어.. 내일 아침에 읽는 걸로..

* 참고로, 이렇게 두서없고 주제도 없어뵈고(?) 정리도 안되는 내면의 심리를 인과관계를 고려한 재편집 없이 '마치 실시간'으로 중계하듯이 쓰는 서술방식을,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이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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