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종일 끙끙 앓았단다. 많이 아플 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 네가 꿈에 찾아온 것만 보아도 그렇지. 나는 가방도 없이 따끈한 우동 국물이 담긴 비닐봉지 같은 너를 두 팔에 꼭 안고, 버스 여행을 하고, 네가 도망갈까 노심초사하면서, 택시 순서로 어떤 아주머니랑 싸우기까지 했단다. 물론 꿈속에서. 그리고 이 밤에는 네 사진을 보면서 꿈에서 너를 또 만났으면 싶다가도 슬퍼서 말지. 왜냐면 넌 내가 안는 걸 싫어하고, 바깥을 무서워하고, 어쩌면 내겐 너와 행복할 꿈을 꿀 권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가 이 사진을 봤는데, 마치 네가 알록달록한 세계에 실수로 떨어져서 번지는 먹물 한 방울 같은 거야. 만날 수 없는 두 세계의 충돌인거지. 팀버튼의 영화 속 변상벽의 고양이처럼. 그렇지만 뭔가 의도적으로 그려낸 듯한 너의 검고 흰 곡선들은 필름을 화선지로 바꾸듯 장르마저 바꿀 것 같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멜로드라마로 만들어버린 양조위처럼. 이미 여기서 벌써 기절(좋아서)하는데 심지어 사진 속 네가 천천히 눈을 뜬다면? 상상해 봤어. 하얀 화선지 위에 떨어진 먹물이 삽시간에 번지듯 할 것 같고, 뭔가 갑자기 암전이 되면서(세상의 종말) 누나의 심장은 (너의 귀여움으로) 터질 것만 같아. 그러다 다시 갑자기 눈을 깜빡(네 눈이 아니라 내 눈을)이고 나면, 그냥 알록달록한 시골 이불들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는 통통한 젖소 고양이가 보이는 사진인데.
못 견디게 보고 싶다는 말을 누나가 참 이상하게도 돌려서 말한다 그지? 오늘 유일하게 미세먼지가 적은 날이라 창문을 열어서 하늘을 봤어. 반달이 뜬 날은 유난히 널 더 생각해. 너의 큰 귀가 몹시 가렵겠지만 이해해줘야 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