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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08. 2023

9. 관우 버찌

내가 사랑하는 버찌

2023년 9월 19일

화장실을 오랫동안 가지 못한 버찌는 19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15시간 넘게 똥과의 전쟁을 치렀다. 가뜩이나 힘이 없는 버찌는 체력이 완전히 방전됐고, 우리 집과 버찌의 몸은 온통 모래 범벅이었다. 힘을 주면 복압 때문인지 나오라는 똥은 안 나오고 토를 엄청나게 했다.





2023년 9월 20일

버찌의 정신력은 대단하였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였지만 왕똥을 싸고 난 뒤 5번 가까이 설사를 싸기 시작했다. 버찌와 함께하며 단 한 번도 설사를 싸는 걸 본 적이 없이 무서웠다. 내 생각에는 전날 준 베이비캣 캔이 기름져서 그런 것 같다. 이 날 버찌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하루종일 기절하듯 누워있었고 음식도 잘 먹지 않았다.





2023년 9월 21일

시간이 흐를수록 버찌는 아파하며 새벽 내 침을 흘렸다. 버찌를 돌보다 잠에 들었는데 새벽 4시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버찌가 화장실 타일바닥에 누워있었다. 베란다에 못 나가니 차가운 바닥을 찾아 떠난 것 같았다. 그런 버찌의 모습을 보니 속상해서 여기서 뭐하는거냐며 핀잔을 주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착한 버찌는 바닥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입 주변이 침 때문에 까맣게 변한 버찌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젠 아파서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았다. 뜬 눈으로 날 밤새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볼을 살살 만져주며 아파하지 않는 부위를 쓰다듬어주니 골골송을 불렀다. "우리 아기 아파서 잠을 잘 못 잤어? 아파서 어떡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저거밖에 없었다.

출근준비를 마치고 버찌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전날 거의 굶다시피 한 버찌가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밥을 주니 오늘 아침은 다른 날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리저리 턱에 묻혀가며 밥을 꽤나 잘 먹은 버찌는 힘이 났는지 눈빛에 총기가 돌았다. 밥그릇을 치우고 물을 갈아주러 주방에 갔다 내 방으로 돌아가니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우뚝 서있는 버찌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손에 든 물그릇을 기다렸는지 날 졸졸 따라오더니 바로 물을 마셨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또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가슴이 욱신댔다.




출근 후 버찌가 잘 먹는 파우치가 다 떨어져 가서 주문을 했다. 다음 주가 연휴이고 오늘이 목요일인지라 마음이 조급했다. 처음에는 6개만 주문하려고 했으나 혹시나 우리 버찌가 추석 때까지 함께할 수도 있다는 희망에 여러 개를 주문했다. (추석 때 똑 떨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버찌가 먹는 것은 오프라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서, 버찌의 정신력이 너무나도 강하고 의지가 있어 차마 소량구매할 수 없었다. 당장 오늘 아침에 봤던 생기 있는 눈빛에 나는 오늘도 믿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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