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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남이 Feb 24. 2024

아내가 교통사고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아침,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아내가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전화를 한 것이다. 자동차는 폐차 수준이 되어 견인차에 끌려갔단다.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급하게 차를 몰았다. 겁에 질린 아내는 턱과 입 주변이 붉게 물든 채로 나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를 보자마자 꼬옥 안아주었고 그제야 아내는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 케이크 문의가 많아 전화를 받던 중 앞에 있는 차를 들이받았다고 한다. 앞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도 다쳤고 아내 역시 그랬다. 100퍼센트 아내의 과실이었다. 처음 사고를 내본 아내는 본인이 피해를 주었다는 죄책감에 한껏 주눅 들어 있었다. 그러니 자기 몸이 다친지도 몰랐지. 그 와중에 케이크를 찾으러 오시는 손님들을 걱정하더라.


 

우린 모든 일정을 멈추고 하루 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들도 누나와 매형 가족에게 맡겨졌다. 목, 갈비뼈, 무릎, 턱과 치아를 검사하고 찢어진 입 안도 꿰맸다. 다행히도 뼈에 골절은 없었지만 딱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도 입원만큼은 안 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내일 있을 아이들 입학식 행사에 다친 턱을 마스크로 가려야 한다며 속상해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최소 일주일은 지켜봐야 한다는데 벌써 다음 주 일할 것도 걱정하더라.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얼마 전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하길 잘한 건가. 아내를 옆에서 돌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집중하다 보니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면서도 당장 시급한 차량 문제와 앞으로 할증될 보험료 등의 걱정거리도 머릿속에 감돌았다. 하지만 좋은 쪽을 생각하기로 했다. 사고야 이미 돌릴 수 없는 일이고 당장 늘어난 지출 부담은 우리가 알뜰살뜰 지내며 충당하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 더 감사한 건 아내가 더 다치지 않았다는 것. 하마터면 큰일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하나님이 보호하셨다.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도 우리 아이들을 더 볼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그제야 농담 섞인 웃음을 짓더라. 소중한 지인들의 조언도 힘이 되었다. 차량 수리와 보험 처리에 대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주신 제이와이드 사장님과 보험형 유팀장님 덕에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한결 여유로울 수 있었다.

 

 

비록 사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 끈끈해졌고 더 사랑할 수 있었다. 평범함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덕분에 시끌벅적 아이들 목소리도 더 반갑게 들렸다. 건강과 안전의 중요성도 절실히 경험했다. 쓴 보약 한 첩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듯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단단해졌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감사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과 원망보다는 감사할 것을 먼저 찾는 지혜로운 우리 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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