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가 된다는 것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9, 오스트리아, 스위스)

by 렐레

이모의 환갑 기념으로 엄마, 이모와 함께 유럽에 다녀왔다.

어르신들의 장거리 비행이 걱정이 됐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지씨 자매(엄마, 이모)에게 스위스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그런 곳이었다. 기차로 나라 이동이 가능한 유럽을 가는데 스위스만 보기엔 아쉬워서 3일은 오스트리아, 6일은 스위스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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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씨 자매들로 말할 것 같으면 먹을 것에 민감하다.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얼굴에 티가 바로 나고 메뉴 정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아침에 먹은 누룽지가 더 맛있었다."는 말을 악의없이 내뱉는다. 배가 안고프다며 아예 손을 안대기도 한다.

그럼 나는 짜증과 오기로 남은 음식들을 꾸역꾸역 다 먹어 치웠다.

뭐.. 덕분에 보통 저녁은 숙소에서 해 먹어서 식비가 많이 줄긴 했다.



이 날은 스위스 피르스트에 다녀온 날이었다.

액티비티가 가능한 곳으로 플라이어·글라이더·마운틴 카트·트로티 바이크가 있는데 그중 우리는 플라이어와 마운틴 카트를 타기로 했다.

비행시간 다음으로 고민이 많았던 것이 마운틴 카트였다.

위험하다고도 하는데 60대 두 분이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나는 모르지 니가 알아서 해!"라고 하시고.

60대 이상 마운틴 카트 후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딱 한명의 후기만 있어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내가 타고 싶어서 감행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엄마, 이모 모두 스위스 하면 가장 기억나는 것이 마운틴 카트를 탄 것과 쉴튼호른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뮈렌에서 기멜발트까지 트레킹 한 것이라고 아직도 말씀하시는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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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즐겁게 마운틴 카트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까르보나라라고 쓰여있길래 스파게티인 줄 알고스파게티를 2개, 피자 한 개를 시켰다. 그리고 피자가 3판이 나왔다. 까르보나라 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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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웠지만 주문한대로 나온걸 어쩌랴...

열심히 먹다 포장해서 그것도 내가 다 먹어 치웠다.



외국나가서 모르고 음식 잘못시키는게 참 별일 아닌데...

나 역시 블로그에서만 본 장소와 식당들이고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모두 나에게 물어보고 의지하는 두분 때문에 부담감에 허덕이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동안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입맛에 맞을지 긴장했던 순간들과

니 맘대로 하라고 해놓고 싫은티가 얼굴에 팍팍 나는걸 보고 미안하면서도 짜증났던 감정들...



일주일간의 서러움과 음식 잘못시킨 죄스러움과 감당할 수 없는 양에 놀라 그만 펑펑 울어버렸다.

가이드하기 너무 힘들다면서..

남친이랑 여행하던게 그립다면서..



맥주를 혼자서 1L나 먹은 탓도 있긴하다.

가이드는 참 힘든 직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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