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9, 대만)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6, 캐나다)
원래 우리 여행은 12월 3일에서 8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이었다.
2016년에 타이베이에서 가오슝, 화롄을 거쳐 한 바퀴를 돌았기 때문에 이번엔
타이중, 타이난을 중심으로 여행하고 가오슝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기로 했다.
타이중, 타이난 여행도 물론 좋았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타이베이, 가오슝에 비해서는 딱히 갈만한 곳이 많이 않은 느낌이어서
'유명한 곳은 역시 그 이름값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기간 중 반은 비가 와서 일수도 있지만. ^^
서울로 가는 마지막 날은 가오슝에서 시간을 보냈다.
2016년도에 이미 왔던 곳이어서 용호탑, 불광산 등 대부분 가봤기 때문에 안 가봤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시간 좀 보내고 저녁 비행기까지는 박이 예술특구와 치진섬을 방황하다가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면서 남자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 비행기 시간이 몇 시죠?"
난 원래 물건을 가방에 대충 쑤셔 넣기 때문에 잘 잃어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여행 오면 남자 친구가 돈, 여권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7시 반"
"그렇게 까지 늦었나?"
저녁비행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늦은 출발이었다.
비행기 예매를 오래전에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전자티켓을 보면서 알려주는 남자 친구말이 맞겠지.. 싶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공항에서 비싸고 맛없는 거 먹느니 이른 저녁으로 먹는다고 해산물 요리까지 먹고 5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제야 카운터를 어디로 가야 할지 확인하면서 7시 30분이 아니라 5시 30분 비행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허거덩스
17시를 7시라고 착각했던 거다.
이미 카운터는 마감되어 있고 저가항공이라 환불도 안되고..
망연자실 공항에 앉아서 일단 내일 비행기를 알아봤다.
좀 비싸긴 했지만 다행히 항공편이 있어서 예매를 하고 공항 근처 숙소를 검색했다.
남자 친구가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나도 황당해서 그걸 헤아려줄 여유가 없었다.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카톡으로 하루만 더 휴가를 내겠다고 송구스러운 문자를 보내고 얼추 수습이 되고 나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기도 하고 아침에 분명, '그렇게 안 늦었는데...'라고 생각했는데도 그냥 넘긴 내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돌아오는 비행기 편을 남자 친구가 내준다고 해서 누그러졌다. ㅋㅋ
한참을 공항에 앉아 있다가 숙소로 향했다.
공항 바로 옆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배가 고픈데 현금을 다 써버렸다.
대만은 카드보다는 현금을 주로 사용해서 식당에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컵라면이랑 과자, 맥주를 사서 숙소에 들어갔다.
버스 하나 놓쳐도 15분 더 기다리기 싫어서 성질이 나는데 비행기를 놓치다니...
어이없고 화가 나고 당황스럽운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쳤는데
깨끗한 숙소에서 컵라면이랑 맥주 한잔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다.
나란인간이란...
하물며 "이것도 추억이려니...", "오예~ 내일 회사 안간다."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에도 선택의 기로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 스스로 되뇐다.
괜찮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야. 스트레스받지 마. 별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