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계속 운다

by 이든

내가 양치질을 했었나. 반투명색 치약을 핑크색 칫솔에 짜내는 손의 움직임이 떠오른다. 그래도 내가 양치질을 했나, 분명히? 필름을 감듯 기억을 다시 한번 더듬는다. 그렇다면 이 기억은 과연 진짜일까? 화장실로 가 칫솔모를 엄지로 쓸어본다. 엄지가 물기로 반짝인다. 아 했구나. 그러면, 그러면... 양칫물을 뱉고 입을 헹궜나? 아님 그냥 뱉기만 했었나..? 혀로 입안을 샅샅이 헤집는다. 잔여물의 맛이 느껴질까 하고.


아빠는 내게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나 이제 그만하고 싶다. 지겹다. 그만하고 싶다'

뭘 그만하고 싶다는 걸까.


'난 담달에 너그 엄마랑 정식으로 이혼 신청할 거다. 더는 못 살겠다. 내가 죽을 것 같다. 너그도 성인이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엄마와의 결혼 생활?


'이 집구석'

이 가정?


'자식새끼'

아니면 나?


'아빠는 지금까지 병신같이 살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또 어떤 걸.



활자가 내게 칼을 들고 덤볐다. 반응은 몸이 뇌 보다 빨랐다. 파르르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고정했지만 휴대폰 화면은 여전히 흔들렸다. 아빠는 왜 이걸 딸인 내게 보냈을까. 나는 엄마가 아닌데. 나는 '좋은 자식', 아님 '그냥 자식'도 아니고 '자식새끼'여서?

아빠는 얼마 전에 '역시 딸이 최고'라고 그랬다. 또 '고맙다'고 했다. 근데 오늘의 나는 아빠에게 '엄마랑 똑같다'.

엄마랑 똑같다고? 아빠는 울고, 나도 울고, 엄마는 잔다. 아빠. 지금 누가 누구랑 똑같은지 다시 한번 봐.


숨이 버거워진다. 숨은 살기 위해 쉬는 거랬는데. 숨이 내 목을 조른다. 죽일 듯이 굴다가 다시 살린다.

두 시간을 내리 울었는데. 아.. 숨이 또다시 나를 죽이려 든다.

근데 내가 진짜 울었었나? 그렇게 오래? 거울을 본다. 빨갛게 충혈된 눈꺼풀이 보인다. 울었구나. 와중에도 배가 고프다. 싫다. 아빠가 무려 저렇게 말했는데. 나는 배가 고파져도 될까. 답을 몰라서 먹지 않고 몸을 씻었다.


'나 아무 잘못 없어?'

'오늘 말고.. 이제까지 계속.. 전부 다?'

'나 아무 잘못 없다고 한 번만 더 말해줘.'


머릿속이 윙윙 울린다.

이건 다 내 목소리다.

답하는 사람도 나다.


아까 트리트먼트를 제대로 헹궜던가. 이번엔 확인해 볼 뾰족한 증거가 없다.

내가 깨끗하다는 증거가.


엄마는 계속 잔다. 이제는 아빠도 잔다. 나만 계속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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