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by 이든

나는 꽤 오랜 시간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람에 대한 사랑, 세계에 대한 사랑. 그 모든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들. 왜냐면 사랑은 내가 가장 동경하는 마음이면서도 가장 알지 못하는 마음이다. 기쁨, 슬픔, 질투, 즐거움, 분노, 희망, 좌절.. 내가 아는 모든 감정과 마음을 뜻하는 단어를 나열해 보아도 '사랑'만큼이나 뿌옇게 느껴지는 단어는 없다.



사랑이 뭐지?



어떤 문장도 사랑이라는 말에 대한 설명이 되기에 부족했다. 도무지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음에 지쳐 나는 이것이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답을 모르는 고민의 지속보다는 차라리 그게 정말로 실재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는 편이 훨씬 편했으니까. 온갖 좋은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연결하고 붙여보자, 그 덩어리를 우리 사랑이라고 부르자. 그러니 사랑은 마치 유니콘처럼 멋있는 것 좋은 것은 죄다 들어갔지만 실재하진 않는, 판타지와 같은 비현실일 수도 있다고.

그랬으면서도 여전히 사랑이란 말의 껍데기를 즐겨 썼다.



그러한 와중에 목정원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이런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동안 애쓴 시간들이 무색하게, 단지 필사한 글을 다시 훑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부터 사랑을 배웠다. 그는 세계가 가진 고통과 아픔에 눈 감지 않는다. 가려진 것들을 아는 사람이고자 한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과 함께한다. 선과 악은 맞닿아 있고 빛은 어둠 없이 존재하지 않으며 나의 기쁨은 가끔 어떤 이의 슬픔을 대가로 한다. 이 모든 것을 왜곡 없이 받아들이는 일. 그를 위해 오히려 후자 쪽을 편애할 용기를 가지는 일. 나는 드디어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러니 세계를,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주 괴로워야 한다. 내가 무지하던 시간 동안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슬픔과 고통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흠결을 충분히 아파하고 인정해야 한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그러면 개중에 어떤 것은 더 이상 흠결이 아니게 된다.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왜곡 없이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기준과 방식으로 물체를, 사람을, 세상을 해석하므로 있는 그대로의 본질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나는 사과를 그리는 세잔의 마음을 떠올린다. 인식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하는 열망. 세잔의 사과가 정말로 사과의 본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마주하려는’ 뜨거운 노력. 나는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세잔에게서 세계를 향한 거대한 사랑을 느낀다.



또한 rose is a rose is a rose. 나는 어쩌면 이미 나의 사랑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문장을 3년째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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